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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올해의 영화 - 폭력써클 이 단순히 고교 후까시 영화의 하나로 알려진 것은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 영화는 서너 가지의 의미로 내게 큰 감동을 주었는데, 먼저는'함께 있을 때 우리는 두려운 것이 없었다'는 의 전설과 라는 영화가 소유하는 모든 세계에 대한 철저한 조롱때문이다. 우연한 기회에 '타이거'라는 이름으로 개개인의 아이들이 '함께' 묶여 버리자, 발생하는 모든 불행한 일들을 점진적으로 나열하는 것이 이 영화이기 때문이다. 함께 걸어가는 장면들을 마냥 애틋하게 바라볼 수 없게 하고, 또 고작해야 뒷모습만 비춘다. 조직에 대한 의리 판타지에 감독은 거의 분노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는데, 이것은 음악을 통해서 잘 드러난다. 싸움씬에서 이야기에 몰입하거나, 관객이 감정이입을 하지 못하도록, 그리하여 에 대한 감정이입을 막으려는.. 2006. 12. 11.
마이애미 바이스 외 1. 애니씽 엘스 우디 알렌 단독일 때 보다 오히려 제이슨 빅스와 함께 나오니 굉장히 편하게 느껴진다. 난 일단 우디 알렌이 등장하고는 그 변하지 않는 표정으로 -곧 울 듯한 표정으로- 말을 해대기 시작하면 긴장한다. 게다가 그 말들 사이에서 행여나 뭔가 영화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말들이나 태도가 숨겨져 있을까봐 조바심내 했다. '애니홀'을 제외하곤 우디 알렌의 영화들을 어떤 의무감에 사로잡혀 보긴 봤으니 유쾌했던 경우가 없다. 졸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사실 '매치 포인트'도 중간에 결국 포기하고 자 버렸다. 끝 부분 즈음 굉장한 흡인력으로 한 순간에 관객을 휘감아 정서적 감동과 울림을 준다는 이야기들만 몇 번 들었지만, 다시 보고 싶진 않다. 이제 내게 영화는 내가 좋아해서 보는 것이지 대화 할 때 후.. 2006. 12. 2.
후회하지 않아, 우리학교 1. 를 보았다. 그냥 극장 근처를 지나가던 참이었고, 때마침 시간도 있었고, 돈도 있었다. 그래서 극장엘 가긴 갔는데, 통 보고 싶은 영화가 없는거다. 그래도 극장까지 올라 온 게 아까워서 봤다. 동성애자에 대한 이슈를 드라마 속으로 뛰어들어 보자 했다. 보는 동안 의도한 수확이 엄청나게 컸다. 남-여의 구도 대신 '동성'의 사랑 구도에는 관습적 권력 관계가 없더라는 것. 권력 관계가 있다면 돈이 있고 없고 뿐. 보통 돈이 많은 남자가 돈이 없는 여자에게 하는 PC한 행동, 돈이 많은 여자가 돈이 없는 남자에게 하는 PC한 상황들이 관습적으로 덕지덕지 붙게 되는데, 또 붙어서 극을 관람하게 되는데, 이 영화에는 사랑하고 사랑하는 것에 대해, 내가 머리가 아닌-심장으로 눈치 챌 부분이 있었다. 신선했다... 2006. 11. 18.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강유원씨 웹-better than prozac씨의 웹을 거쳐. 시뮬라끄르의 용어 사용에 대해 긴 글을 쓰다가 '내가 왜 바보들에게 시간을 쓰는 걸까' 싶었다. 글을 관두고 이야기겸 글을 듣다가, 그래서 칸트를 다시 떠올렸는데, '내가 제일 바보'더라. 사람이 사람한테 말을 하는데 상식적인(유행하고 떠도는 것이 아닌) 말을 한다는 것. 결국 그래서 칸트는 윤리로 회귀하듯. 어제 우리 지도교수님 때문에 조금 울었다. 선생님의 인품과 인생이 감동을 주어서- 대왕펭귄같은 우리 선새엥님 사랑해요! October 8, 2005 책을 읽으면서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을 비판적 독서라 착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들의 독후감은 자신의 입장에서 그 책의 한계를 지적하는 술어들로 채워진다. 그러나 이는 피상적 훑기일 뿐.. 2006. 11. 16.
서준식, <옥중서한>중에서 1981년 11월 20일 영실에게. 이곳 생활은 몹시 외롭다. 아침에 일어나서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가? 마음속의 무거운 짐을 내릴 수 있는 장소가 없다는 것은 얼마나 견디기 어려운 일인가! 그러기에 일 년 만에 받은 것이라 할지라도 서울에 있는 사촌동생으로부터 "오빠, 당신은 우리들이 가장 사랑하는 오빠라는 것을 항상 잊지 마세요."라는 편지를 받았을 때 며칠을 두고 잠을 이룰 정도로 기쁨에 달아오르는 것이다. 그럼에도 네가 편지를 쓰겠다는 말이 반갑지는 않다. 그것은 분명 '철자법이 틀린 것 투성이인 너의 편지'가 창피하기 때문은 아니다. 왜 그럴까? 나는 전주 교도소 시절에 받아 본 너의 편지 한 통을 제외하고, (나의 옹졸하고 비뚤어진 성격 때.. 2006. 11. 3.
책 밑줄, <세상 끝의 사랑> 마이클 커닝햄 우리는 다른 사랑을 원했다. 우리가 원하는 사랑은 우리가 지닌 인간적 연약함을 잘 알고 그것을 용서해 주면서도 스스로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자존심을 작게 축소시켜 버리지 않는, 그런 사랑이었다. 그런 사랑이 가능할 것 같았다. . 이 책의 원제는 이고 , 와 더불어 최근 가장 친숙하게 읽었던 책이다. 세 명의 사람이 사랑을 하고, 그들의 사랑이 네 번째 사람에게도 이 세상 마지막 안식이 되는 힘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죽음과 더불어, 다섯 번째 사람의-아기의 탄생도. 개인적으로 이 책을 손에 잡을 때 마다 아파있어서 약들 속에 들어있던 약간의 수면제 기운이 미친듯이 졸립게 만들었지만, 페이지 넘기는 것을 쉴 수 없게 했다. 정말 뻑뻑해진 눈알을 연신 감았다 떴다 하면서 마지막 장을 넘겼었다... 2006. 9. 28.
책 밑줄, <통역사> 수키 김 오전 9시의 담배는 절망감의 표현이다. 이후로 그녀는 키스를 할 때마다 냄새를 맡았다. 입을 맞추는 척하면서 냄새를 맡았다. 가끔 역겨운 냄새가 나면 남자를 거칠게 밀어 버리고 다시는 말도 붙이지 않았따. 하지만 아무 냄새도 나지 않으면 이상하게 허전했다. 수지는 지방 검사보의 이야기를 들으며 중요한 단어를 수첩에 적는다. 통역을 할 때는 아무리 문장이 길더라도 모든 단어를 정확히 옮겨야 한다. 통역사는 수학자하고 비슷하다. 그녀는 방정식을 푸는 것처럼 언어를 대한다. 단어 하나하나마다 동의어와 맞추어야 한다.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정답을 얻을 수 있다. 자신은 모르고 있었지만 수지는 이런 방면에 소질이 있었다. 수지는 동시에 두 가지를 할 수 있는 남다른 능력이 있다. 그녀는 단어를 들으면 사전적인 .. 2006. 9. 27.
깊은 상처 ■ "우리가 너희를 선택했어." 엄마는 늘 이렇게 말한다. 마치 가게에서 물건을 고를 때 쓰는 말처럼 들린다. 사람들은 가게에 일렬로 진열된 인형들을 쭉 훑어본 다음 그중 하나를 선택하니까. ...아니야, 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난 여기 있고 싶어. 난 우리 가족을 사랑해. 한국 어머니에 이어 미국 어머니까지 날 버린다면 다시는 그 어느 누구도 날 원치 않을 거야. 제인 정 트렌카, 피의 언어 중에서 2006. 9. 12.
책 밑줄 ■ 나는 완벽하지 않다. 나는 눈이나 얼음을 사랑보다 더 중하게 여긴다. 동족 인류에게 애정을 갖기보다는 수학에 흥미를 가지는 편이 내게는 더 쉽다. 그렇지만 나는 삶에서 일정한 무언가를 닻처럼 내리고 있다. 그걸 방향 감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여자의 직관이라고 해도 된다. 뭐라고 불러도 좋다. 나는 기초 위에 서 있고, 더이상 나아가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내 삶을 아주 잘 꾸려나가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항상 절대 공간을, 적어도 한번에 한 손가락으로라도 붙들고 있다. -피터 회, 스밀라 눈에 대한 감각(sense of snow) 중에서 ■ 수지는 지방 검사보의 이야기를 들으며 중요한 단어를 수첩에 적는다. 통역을 할 때는 아무리 문장이 길더라도 모든 단어를 정확히 옮겨야 하다. 통역사.. 2006. 9. 11.
2006 제천 국제 음악 영화제 그대들은 별을 쏘는 호빗들 같았다오- 윈디시티를 못 봐서 섭섭했지만 자봉들과 영화제 스텝분들을 뵙고 나니, 뭐랄까 그게 뭐라고 그게 뭐이라고 돈 한 푼 못 받고 자기 돈 써가면서 눈을 반짝 반짝 빛내고 있나 싶으면서도 너무나 예뻤다. 자기들은 엄청나게 멋지다오. 내게도 가만히 서 있기만해도 살고 싶어서 뜨거운 눈물이 나던 때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의 샘이 아직 마르지 않았다는 것을 매만져준 이들, 참 고맙다. 아듀- 우리 부산 남포동에서, 해운대에서 또 만나요. 포장마차 어디에서. 2006. 8. 28.
말하는 책 나에게 피에르 쌍소는 의 책을 통해서 조근 조근 많은 것을 말해주는 책이다. 어느 날 산책길, 벤치에 앉아 느긋하게 신문을 읽고 있는데 옆에 다가와 30년 전 그 도시에 대해 재미난 이야기들을 풀어 놓는 인자하고 유쾌한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다. 나는 이 책을 한 줄 한 줄 읽으면서 뭐랄까... 글을 이렇게도 자연스럽게, 정확하게, 훌륭하게 쓸 수 있구나를 느꼈다. 그리고 음악이나 그림이 아닌, 수필이 주는 위로와 위안도 체험한다. 표지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이 책의 곳곳은 눈부신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배낭여행을 떠난다면 들고 가고 싶은 단 세권의 책이 이 시리즈이다. 사실 시리즈는 아니고 그의 수필들을 모아서 편 책들인데 아, 그저 이 책은 따듯함이다. 2006. 6. 26.
왕국유의 詩절 세 개 "눈물이 그렁 괸 눈으로 꽃을 대해도 꽃은 말이 없는데, 어지러운 꽃잎만 붉고 붉게 그네를 타고 넘나니" [淚眼問花花不語, 亂紅飛入秋千去. 馮延巳, ] "붉은 살구나무에 봄기운이 요란하다" [紅杏枝頭春意鬧. 宋祁, 「玉樓春」] "구름 걷히고 달빛 드니, 꽃이 제 그림자를 가지고 논다" [雲破月來花弄影. 張先, 「天仙子」] all from 인간사화. 마지막 황제의 스승에, 서구미학의 근대와의 접점을 기가막히게 알았다고 하는데 자살했단다 2006. 5. 21.
토요일 낮 인사동, 친구 초중고대학교 통틀어 학교에서 만나 친하게 지내는 두 서넛 되는 친구 중 한 명을 모처럼 만났다. (고3때 한 반이 되어서 일년에 두 번 얼굴 보고 지내면서도 이 친구의 넉넉함 덕분에 늘 한결같은 만남.) 일산에서 나오기 힘든 까닭에 인사동에서 만났다. 금요일 일기예보엔 라고 했는데 아래 포스팅에서도 볼 수 있듯이, 완전 우중충-음습-관절염 대량 유발하는 날씨였다. 토요일 기상청 사이트에선 . 하지만 오늘 그거 믿고 외출 안했으면, 이번 학기 들어서 첫 나들이를 감행하지 않았더라면 두고 두고 후회할 뻔했다. 날씨는 온화했고, 인사동 거리는 '흥'이 있었다. 놀라웠다. 물론 4시부터 또 과외였지만... 행복했다. 식사를 하고, 두서 없이 마냥 걷기 시작했다. 종각으로 시청으로 계속 계속. 가는 길에 보니 를.. 2006. 4. 30.
회현시범아파트 중정 가장 오래된 아파트. 1970년대 초에 지어져서 올 상반기 중으로 철거예정이란다. 의 배경이 되기도 한 곳. 아래 사진과 같이 pentax me-super, kodak100. 좀 밝게 두고 찍었더니 너무 화사하게 나왔다. 2006. 4. 28.
회현시범아파트 2006.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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