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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대구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꾸준히 들었었다.
그래서 대구를 여행하기로 마음을 먹고 자료를 찾고 이것 저것 모았다.
첫 째날은 슬슬 쉬면서 일단 먹고 (..)
둘 째날은 50년대 대한민국 문인들의 거리 향촌동과 인근의 번화가였던 교동을 다녔고,
세 째날은 대구의 3.1운동이 시작된 곳과 주변의 선교사 사택 및 선교사 묘와 몇몇 근대 건축물들(1900년대 당시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릴만큼 기독 각성과 운동이 벌어졌던 곳이어서 대개의 근대 건축들이 개신교 교회나 가톨릭 교회, 가톨릭 대교구, 신학교, 개신교 학당들이었다.)
모두 근대 문화재로 아주 귀한 건물들이었다.  건축물의 규모, 양식 등의 가치와 보존 상태를 보면 군산 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약령시장이 서는 약령골목과 떡골목, 진골목, 3개 시장이었던 서문시장 등등 매일 강행군이다. 대구는 둥그런 타원형으로 생겨서 그런지 모든 것이 일사분란하고 집중력있게 발달되었다. 도심의 번화가인 동성로는 명동, 종로, 삼청동, 강남역을 한 곳에 모았는데 각각은 골목을 중심으로 적당한 경계를 형성하면서 발달되었다. 삼청동에서 브런치를 가진 후, zara매장에서 쇼핑을 하는 식의 생활 양식을 걸어서 15분이면 가질 수 있는 셈이다. 공평동 골목에서 브런치와 혹은 멕시칸 음식, 홍대 풍의 카페에서 후식을 하고 15분 정도 걸어서 zara나 유니클로의 매장에서 쇼핑을 하고, 다시 10분 쯤 걸으면 원하는 다음 코스로 이동이 가능하다. 네일샵 골목이라든지 애견샵 골목, 혼수 떡 골목, 약재 도매상으로 조선 최대였던 약령시장 골목까지... 
재미나서  6~7시간씩 걷곤 했더니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다.
그런데도 어서 아침이 되어서 내일 가려고 했던 곳을 빨리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도는 필수!
따로 한글 파일로 나만의 지도를 만들었는데 유용하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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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우리는 삼국시대, 남북국시대,
그리고 조선시대에 대한 것은 학교에서건 매스 미디어에서건 많이 접한다.
하지만 일제 식민지시대 이후 부터의 근-현대사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에게 근대는 사료나 책으로부터가 아니라,
<장소>로 부터 경험할 수 있는데 그것은 이런 '근대건축' 때문이다.

지금은 허물어져 언제 다시 복원될지 모르는 구 조선은행.


 

좌측의 흰기둥이 서 있는 곳이 백년광장.

영화 모던보이에서 식당 뒤로 보이는 가로등이 있는 광장이 백년광장을 모티브로 삼은 이미지.




당시의 구 조선은행 건물과 거리의 모습들.

나이트크럽으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전면 개보수 작업 때문에 폐쇄되었다.

건물 뒤는 바로 철로가 있고, 철로 앞으로는 쌀을 실어 나르던 부잔교가 있다.

백년광장의 모습.
이 지역은 일본인 거주지라 구획이 반듯반듯하게 잘 뚫려있다.
덕분에 조선인들은 외진 곳으로 떠나 모여 살아야했다.

백년광장 내의 모습.


구 조선은행에서 시외버스터미널 쪽으로 걸어오다 보면 곧 만날 수 있는 곳은 구 십팔은행.

현재의 매무새는 조선은행보다 낫다.
 

당시의 구 십팔은행. 지금과는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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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 베터리가 다 되었었는데, 가까스로 한 장을 찍었다.)

가옥이 비교적 깨끗하게 남아있는 것으로는, 이영춘 가옥과 히로쓰 가옥이 있는데 먼저 이영춘 가옥.
이영춘 박사는 일본인의 초대로 군산에 오신 분인데 한국의 슈바이처였다고 한다.

이 분이시란다.

당시 건물 사진들이 남아 있어서 디카로 역시 찍어 봤다. 이 건물은 군산 이사청.

군산부청

군산 시청.

전부는 아니더라도 몇 개는 남겨 두어, 군산의 근대 건축 거리가 좀 더 풍부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이런 건축물들은 '수탈과 식민'이라는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한편으로 '산업유산'이라고 해서 우리의 산업이 근현대를 지나면서 어떻게 왔는지 알 수 있는 건축물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부산의 '남선창고'인데,
소위 부산 사람들치고 남선창고에서 나오는 명태를 안 먹어본 이가 없을 정도로
그 유통과 산업의 역할을 단단히 했던 건축유산이다.
그런데 이 남선창고가 얼마 전 허물어지기로 했단 소식을 들었는데 너무 안타깝더라.

참고로 부산의 <남선창고>

이건 군산의 조선은행 뒤로 난 철로 주변의 창고들이다.
현재 이 창고들은 철거된 곳도 있지만 반 정도는 바로 앞 가구골목의
창고로 쓰이고 혹은 다른 용도로라도 쓰이고 있었다.

(이 사진 출처는 http://fahl.hanyang.ac.kr/ 한양대학교 동아시아 건축 역사 연구회)

이건 시내 동국사와 히로쓰 가옥을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군산부윤관저.
현재 음식점으로 쓰이고 있었는데 물론 간판이며 모양새가 수려하거나 현명하게 리모델링된 것은 아니지만
폐쇄된 흉가처럼 있다가 철거되어 사라지는 것 보다는 낫다.


다시 이영춘 가옥으로 돌아와서, 입구.

초입.
아침인데다가 전 날 눈이 오고 흐린 날씨여서 마치 헨젤과 그레텔이 사는 으스스한 분위기가 난다.
영화 장화, 홍련 기운도 나고.

일식 가옥의 현관.

측면에서 보기.

뒤쪽은 나무와 돌, 시멘트로 정말 단단하게 지었다.
겨울 아침에 보려니 실내가 엄청 추울 것 같은 인상도 받았다.

벽난로가 있어서 집 뒤엔 이런 화기구가.



색이 참 고와서. 달린 등의 흰색도 예뻤고,
특히 창문에 조금씩 보이는 흰 레이스 커튼이 정말 좋았다.

뒤뜰에 앉은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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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내항은 우리나라 식민 시대를 짚어볼 수 있는 결정적인 장소들 중의 한 곳이다.
마침 군산세관에서 도슨트로 계시는 분의 이야기가 기억에 깊이 남는다.
이 분이 얼마 전 일본인 대학생들을 맞았는데 이 친구들이 일본 정통 우익 출신의 보수적인 학생들이었단다.
그런데 이들이 조선이 일본의 식민시절일 때의,
당시 미곡 수탈에 대한 기록들에 대해 매우 소상히 알고 있고 또 관심도 많은 사람들이었는데,
이들이 그 일들에 대해 하는 말이 참 무서울 정도였다.
즉 이들은 일본이 당시 조선으로부터 미곡 수탈을 했기 때문에
오히려 일본에서의 쌀 산업이 발전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하더란다. 
보수와 민족주의가 함께 간다는 사실은 돌이켜보면, 일본 민족을 위한 보수주의자들은 그 민족의 생존을 
염려하는 뜻이다. 진짜 보수라면 민족주의와 분리될 수 없는데, 우리나라의 보수들은 그렇지 않아서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의 입장대로 진정 일본국민을 위한다면 조선의 쌀을 수탈하거나 전쟁을 벌이기 보다는
내실을 기했어햐 하기도 하다.
즉 일본이나 조선이나 가난한 사람들은 국가가 부르면 징병되어 전쟁에 나가야 하고,
조선에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더라는 '노다지' 풍문에 조선으로 와서 밀정을 하거나
이런 내항에서 노동일을 하며 '생존'을 위해 살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이런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자신들을 방어하려하는 정도는 '최선인 역사의식'과 거리가 멀다.
그저 '반성'과 '성찰'을 모르는 무식한 국민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 뜻이다.
경제적 관점은 그 카테고리 안에서의 의미가 있는 것이지
이미 벌어진 전쟁과 식민이 어떤 역사적인 해를 끼치고 병들게 했는지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그렇다.
무조건적인 식민 역사 지우기와 거짓역사로 국사 교과서에 '새칠하기' 정도로는
누가 우리에 대해 '존중'을 해 줄까. 우리 스스로 우리의 과거를 민망해하는 친일 보수가 판을 치는데 말이다.



부잔교 입구

당시 부잔교


당시 내항과 일대의 일본인 거주지.



아, 서해는 갯벌이 있지! 갯벌을 보면 들뜬다. 자연이 이리 가까웠던가 하는 미안함도 들고.






   근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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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먹고 슬라이드 필름을 썼는데 흥분해서 흔들렸다)

다시 군산 시내 쪽으로 와서 찾아간 곳은 히로쓰 가옥.
지금은 전면 공사 중이라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필름이 떨어져서 디카로 찍은 것들. 영화 타짜에서 백윤식의 집으로 나온다더라.

집 뒤로 빠져 나오니 이런 모양새더라.

현관 옆의 쪽문에서 바라본 집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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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의 군산 풍경인데
두 번째 사진의 내항 앞으로 가지런하게 배치된 적산가옥들은 일본인 거주지의 모습이다.
조선인들은 이 지역을 계획적으로 개발하고 새 집을 짓는 동안 계속해서 밀려나 산비탈에 모여 살게 된다.

군산의 당시 번화가였던 영화동, 장미동, 월명동에는 그래서 군산세관, 구 장기십팔은행, 구 조선은행,
그리고 백년광장을 중심으로 히로쓰 가옥, 월명동 가옥, 동국사 등 일식 건물들로 가득하다.

군산 시내를 걸으면서 알게 된 것은, 이 곳이 평야라는 것이었다. 평평한 땅이었다.
부산만 하더라도 어떻게 저런 곳에 동네가 들어섰을까 싶을 정도로 산비탈 사이사이로 빼곡히 집들이 있다.
하지만 군산은 가장 높은 해망공원의 지대가 101m 였으니, 도시가 참 사람살기 좋은 지대더라.
이렇듯 남도만 가더라도 산세가 어울지고 구비구비 구릉처럼 완만한 곡선을 이룬다.
그러니 드넓은 호남평야의 곡창지대의 쌀들을 수탈하기 위해 항구도시인 군산이 얼마나 번성했을지...

먼저, 군산세관.

50mm렌즈의 한계로 전체 모습을 찍지 못했다.
이 곳은 내부를 깨끗하게 박물관처럼 단장을 해 두었고, 자원봉사자로 보이시는 도슨트 한 분도 계신다.
(특히 그 분 책상 뒤에 있는 까만 금고가 인상적이었다. 그 때 사용하던 금고를 지금도 쓰고 있다.)
이곳 저곳 설명도 많이 해 주시고, 군산 건축지도를 천원에 살 수 있다. 군산 전도는 무료로 비치해 두었더라.
서구의 건물을 일본인들이 어떻게 근대화했는지 내부를 살펴 볼 수 있다.

당시 군산세관의 모습.

현재는 이 건물을 보존하고, 그 앞으로 새 세관이 있다.
너무 추워서 잠시 들어가 필름을 갈아 끼우고 몸을 녹이던 기억이 난다. 
손이 시려운줄도 모르고 사진을 찍느라 방방 뛰어 다니고 골목들을 한달음에 걷지 못하는 게 아쉬웠었다.


옆모습

내부

일식 특유의 문 장식(?)으로, 적산 가옥들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세관 옆에 있는 이 건물은 창고.
도슨트의 설명에 의하면 이 건물에는 당시 책들이 보관되던 서재이자 도서관이었는데
그 책들을 다른 건물로 옮기자 책에서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슬더란 얘기.
그만큼 일본인들이 건물을 잘 지었다고 한다.
여닫이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가보니 세관 공무원들이 배구를 할 수 있게 네트가 있고 난로도 있고,
하지만 휑한 건 역시 창고 특유의 으시시함.


개화기 때 지어진 성당이나 채플에서 볼 법한 스타일.
아산 공세리 성당이나 대구의 대명동 선교사 묘지, 전주 전동 성당에도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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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은 너무 황량할 것 같고, 목포는 너무 화려할 것 같은 계절이라 군산을 다녀왔다.
근대 건축 지도 한 장, 군산 시내 전도 한 장, 사전 조사 스크랩 자료 한 뭉치들고 골목들을 걷고 또 걸었다.
전후 쇠락한 동경의 모양새가 이러했으리라.

- 사진은 모두 '퐁탁스 메'(pentax me-super)

여행을 준비할 때는 최대한 오래 머물면서 적산가옥(적들의 재산인 가옥이라는 뜻)이 한 구락을 이루던
일본인 타운과 지금은 개발로 사라진 프랑스인 타운 (서래), 러시아인 거리들까지 커버하려고 했었는데,
생각보다 그 흔적이 너무 없어서 당황했다.

가던 길에 계속 스크랩한 것들을 보며 군산이라는 장소의 지리를 머리로 익히고, 또 얼마나 기대했던지.


해산물의 보고답게 해물짬뽕이 유명한 도시.
<복성루>의 찐한 오징어-해물 짬뽕과, <쌍용반점>의 담백 구수한 해물 짬뽕,
그리고 <수송반점>의 짬뽕이 유명하다.
그 중 담백한 맛을 찾아 쌍용반점에서 한 그릇 먹었다.

내가 기억하는 군산은 이 사진한 장이 전부. 아스라하고 단아하지만, 서걱서걱 스러지고 있어 그리운 곳.




 

 

구 군산세관 : http://rednotebook.tistory.com/1563

히로쓰 가옥 : http://rednotebook.tistory.com/1567

동국사 : http://rednotebook.tistory.com/3

적산가옥들과 거리 풍경 : http://rednotebook.tistory.com/2

일본과 조선의 역사, 내항 :  http://rednotebook.tistory.com/5

이영춘 가옥 : http://rednotebook.tistory.com/1126

구 조선은행, 구 십팔은행, 백년광장 : http://rednotebook.tistory.com/7

군산 먹거리, 쌍용반점의 짬뽕과 송정식당 : http://rednotebook.tistory.com/1561

군산 먹거리, 빈해원, 일해옥, 이성당 :  http://rednotebook.tistory.com/1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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