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피에르 쌍소는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의 책을 통해서 조근 조근 많은 것을 말해주는 책이다.  어느 날 산책길, 벤치에 앉아 느긋하게 신문을 읽고 있는데 옆에 다가와 30년 전 그 도시에 대해 재미난 이야기들을 풀어 놓는 인자하고 유쾌한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다.  나는 이 책을 한 줄 한 줄 읽으면서 뭐랄까... 글을 이렇게도 자연스럽게, 정확하게, 훌륭하게 쓸 수 있구나를 느꼈다.  그리고 음악이나 그림이 아닌, 수필이 주는 위로와 위안도 체험한다.

표지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내가 삶을 행운의 기회로 여기는 까닭은 매순간 살아 있는 존재로서 아침마다 햇살을,
저녁마다 어두움을 맞이하는 행복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며,
세상의 만물이 탄생할 때의 그 빛을 여전히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에 어렴풋이 떠오르는 미소나 불만스러운 표정의 시작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곳곳은 눈부신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배낭여행을 떠난다면 들고 가고 싶은 단 세권의 책이 이 시리즈이다.  사실 시리즈는 아니고 그의 수필들을 모아서 편 책들인데 아, 그저 이 책은 따듯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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