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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의 담배는 절망감의 표현이다.

이후로 그녀는 키스를 할 때마다 냄새를 맡았다. 입을 맞추는 척하면서 냄새를 맡았다. 가끔 역겨운 냄새가 나면 남자를 거칠게 밀어 버리고 다시는 말도 붙이지 않았따. 하지만 아무 냄새도 나지 않으면 이상하게 허전했다.

수지는 지방 검사보의 이야기를 들으며 중요한 단어를 수첩에 적는다. 통역을 할 때는 아무리 문장이 길더라도 모든 단어를 정확히 옮겨야 한다. 통역사는 수학자하고 비슷하다. 그녀는 방정식을 푸는 것처럼 언어를 대한다. 단어 하나하나마다 동의어와 맞추어야 한다.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정답을 얻을 수 있다. 자신은 모르고 있었지만 수지는 이런 방면에 소질이 있었다. 수지는 동시에 두 가지를 할 수 있는 남다른 능력이 있다. 그녀는 단어를 들으면 사전적인 의미와 함축적인 의미를 분리한다. 직역은 오역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언어는 논리적인 존재가 아니다. 따라서 통역사는 단어를 그대로 옮기면서도 이쪽 언어와 저쪽 언어 사이의 간격을 교묘히 메울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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