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10월 5일 토요일 오후에 대구간송미술관을 갔다.
보물이 100여점, 국보가 40점이나 공개되니 개관 때부터 매진행렬이다.
게다가 10월초 연휴와 겹쳐 토요일 표는 도저히 나오지 않았다.
현장판매분도 있다고 해서 일단 갔다.
오후 4시 반쯤이어서 그런지 현장판매분으로 네 명이 입장했다.
1관은 신윤복 그림이 있어 붐비기에 직원들이 안내해 주는대로 4,5관부터 갔다.

입구부터 개방적이다.
용산국박 생각도 나고
가을볕이 아름답고 서정적이다.

1월에 램브란트전을 보러 대구미술관을 갔을 때
바로 옆 간송미술관이 한창 마무리 공사중이었다.
정말 개관을 고대했는데 이렇게 가게 되니 좋았다.

전시관 사이로 바깥 풍경을 빌려 실내를 완성했다.

5관 미디어실 작품도 진부하고 식상하지 않고
상당히 공을 들였다.

물이 보이는 풍경

전시실 앞에 줄을 서니 멀리 통창으로 소나무가 보인다.

글씨도 좋구먼

신윤복의 미인도는 한국인이라면 지면이나 방송 영상 등으로 너무나 많이 봐왔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래서 큰 기대는 없었다.
그런데 실물을 보니 내가 받아들인 이미지와 너무 달랐다.
실물을 봐야 제대로 본다는 것을 또한번 실감했다.
빠져들 것 같았다.
라이트한 느낌은 1도 없고 고아하고 정적인 작품이었다.
너무 대중적이 돼 버려 오히려 진가가 드러나지 않는 작품이다.
머리를 뎅- 하고 맞은 기분

사진이 흔들렸는데
우리 가족이 놀라워했던 작품은 이정의 대나무들이었다.

https://m.terms.naver.com/entry.naver?docId=3651330&cid=59560&categoryId=59560

너무나 조선이면서 현대적이어서 충격을 받았다.
두 번씩 봤다.

신기한 호리병 낙관
너무 궁금하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훤한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조금 걷고 풍경을 내려다보며 감흥을 정리할 수 있게 해준다.
대구간송미술관 꼭꼭 다녀와 보시기를

반응형
반응형

나는 추리물, 경찰 형사 검사의 수사물을 좋아한다. 

책도 영화도 티비쇼도 스릴러, 추리물, 수사물을 주로 본다. 

어느 날 이것저것 뒤적거리다가 '멱살 한번 잡힙시다'라는 드라마를 하는 것이다. 오며가며 1화와 2화를 봤는데 이야기가 쫀쫀하고 괜찮아서 혹시 원작이 있나 싶어 찾았더니 웹소설 원작이란다.

드라마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웹소설을 결제하고 보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13편 추천하는 것은 모두 내 기준 별 네 개다. ★★★★☆

1. 오아뉴 멱살 한번 잡힙시다 ★★★★☆

이 소설의 주인공은 여기자이고, 시사티비 프로의 진행자이자 기자로 아주 유명한 사람이다. 

경찰과 함께 사건을 쫓아가며 진실을 파헤치게 되는 이야기다. 

술술 잘 읽히고, 짜임새 있다. 

단행본으로 구입을 하니, e북 읽듯이 편리해서 좋았다. 그래서 이후에도 단행본이 있는 소설만 고르게 되었다. 

2. 검사 김서진 ★★★★☆

오아뉴를 다 보고 나니, 도파민 충족을 위해 (..) 웹소설이란 걸 더 검색하고 찾게 되었다. 

이런 추리물 또 없을까 엄청나게 검색을 했다. 

그런데 웹소설은 표지가 왜이리 다들 유치하고, 80년대 느낌인걸까, 진입장벽이 상당했다.

그러다가 어느 후기를 보고 우선 '이해날'이란 작가의 작품을 보자 싶어서 골랐다. 

검사 김서진, 판사 이한영, 변호사 윤진한, 국회의원 이성윤, 빌런 경찰 이진우

이렇게 네 편이 있는 것 같던데 각각 어떻게 다르게 풀었을까 의아했지만, 엄청 인기작들인 것 같았고 대중의 사랑을 받는만큼 이유가 있겠거니 하면서 제일 먼저 검사 김서진을 선택하고 단행본 1권을 봤다. (무료)

1권을 읽은 후, 더 볼지 말지 판단하면 된다고 생각.

밤새며 다 읽음 ㅋㅋ

'회귀'가 주는 쾌감이 이런 거구나!

3. 판사 이한영 ★★★★☆

시간 가는줄 모르고 봄

검사 김서진은 익숙한 느낌의 재미라면, 판사 이한영은 상당히 놀라웠다. 

웹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머릿속으로는 연이어 '영상화'를 상상하고 있었다.

웹소설이란 것이 소설도 아닌 것이 드라마도 아닌 것이 그 어디의 완전히 새로운 '매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웹소설은 넷플릭스 그 자체였다. 

4. 변호사 윤진한 ★★★★☆

짜임새는 제일 나았던 것 같은데, 이런 저런 종합을 하면 결국 검사 김서진, 판사 이한영, 변호사 윤진한 모두 개성이 달라 다 동일하게 재밌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이해날의 웹소설을 연이어 3개 읽고 나니 이제 다른 걸 읽고 싶어서 이것 저것 찔끔찔끔 보다가 포기하고 

마침내 찾은 것이 표정 읽는 재벌형사였다. 이 역시 ★★★★☆

이 소설은 이해날의 스타일과 달랐다. 휴먼 스토리의 색채가 있었다. 이해날의 소설은 다소 건조한 느낌이라면 표정 읽는 재벌형사는 사람의 온기가 있는 느낌이다. 

경찰 수사물 중에서도 실종 사건을 이런 소재로 그려낸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됐다.

구조도 좋고, 여러 기능들이 잘 엮여 있다. 

이후 고른 것은 빌런의 프로파일러 ★★★★☆

경찰 수사물의 연속선상인 작품이다. 형사과 내 팀원들이 주인공을 신뢰하고 협력하는 부분이 심적으로 상당히 안정감을 준다.

주인공이 너무나 능력자이긴 하지만, 무리없이 마지막까지 잘 진행된다.

다소 잔인하긴 하지만 여러 사건들을 많이 보여주는 컨텐츠가 좋았다.

다만, 살인자들이 너무 연극성 살인만을 하는 설정이 조금 아쉬웠다.  

이것저것 고르다가 선택한 것이 동트는 새벽의 끝  ★★★★☆

앞서 읽었던 소설들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문체나 문장이 감성적인 터치가 있다. 주인공을 좀 행복하게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작가의 개성들을 만끽하는 재미를 느꼈다. 

이번엔 다시 검사물이다. 네 법대로 해라 ★★★★☆

이 작품은 유려하다. 상당히 실력이 좋다. 고려 아줌마와의 관계에서는 눈물이 흐르기도 했다. 

주인공이 참 착하고 좋다. 주변인물들도 안정적이다. 끝나는 게 아쉬웠다. 고려 아줌마가 중간에 많이 사라져서 그거 하나가 섭섭하다. 

알고리즘 추천으로 읽게 된 형사의 게임 ★★★★☆

사실 이 소설은 두 가지 측면에서 내게 충격적이었는데, 우선 30% 정도 읽었을 때 사건의 전모가 보이길래 이 사건이 끝나고 다음 사건을 다루는 식으로 이어지는 형사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후 마지막 10권까지 하나의 사건을 묵직하게 끝까지 밀고 간다. 근데 뒤로 갈수록 그 흡인력이 더 강해졌다. 필력에 감탄했다. 

남성적인 선이 강한 작품인데 디테일하게 작은 감정들을 일으킨다. 

두 번째 놀란 것은 작품에서 다루는 사건의 전모가 사실 황당하다면 황당한 배경이고 스케일인데, 그 설정에 대한 감점보다 거기까지 이르도록 밀고 나가는 필력이 주는 가점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찐하게 엄청 몰입해서 읽은 소설이다. 

이번에 다시 프로파일러 작품  ★★★★☆

앞서 읽은 '빌런의 프로파일러'는 동료들이 모두 힘이 되고 가족같은 진한 동료애를 보여 주는데

이 작품은 정반대다. 하나같이 주인공을 방해하지 못해 안달이다.

하지만 이 세계 안에서는 그것이 모두 잘 엮여 개성 강한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이 소설도 시간 가는지 모르고 푹 빠져 읽었다. 

운명을 보는 회사원 ★★★★☆

역시 알고리즘의 추천으로 보게 된 소설이다. 

회귀 설정이 아니라, 사주와 관상으로 역경을 돌파하는 이야기이다. 

M&A를 중심으로 이런 저런 난관을 이겨내고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주인공 이야기가 정말 흥미롭다. 

운명을 보는 회사원에 만족해서 같은 작가의 작품을 골랐다. ★★★★☆

미술품 이야기라서 더 환호하며 읽었다. 

운명을 보는 회사원보다 조금 헐렁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국가유산과 미술품을 다루는 이야기라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알고리즘이 추천한 소설을 연이어 실패한 후, 돌고 돌아 다시 이해날로 왔다. 

안 읽은 작품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시작했고, 정말 즐겁게 읽었다. ★★★★☆

악당 두 명이 너무 악랄해서 좀 납득이 되지 않는 면이 있었다. 그래도 며칠간 푹 빠져서 봤다. 

반응형
반응형

트레이서를 보려고 웨이브를 결재했다. 

1화부터 8화까지는 매주 토요일에 공개되다가, 

올림픽 때문에 3주간 결방 후,

드디어 2월 18일에 2시즌(1화-8화/ 방영부분은 9화부터 16화)이 전편 공개

토요일에 각잡고 다 봤다.

내 기준으로는 <비밀의숲 1시즌>과 동급으로 훌륭한 드라마이다.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는 명작이다.

연출, 극본, 연기 모두 대단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목이다. 

제목이 '트레이서'가 아니었다면, 시청률 2%는 더 나오고 소문도 3배는 더 났을 거다. 

'조세 5국' 이라고만 지었어도... 아니 '개똥이'라고 지었어도 이보다는 나았을 것 같다.

극본도 극본이지만, 배우들이 정말 너무 대단해서 정말 행복했다. 

좋은 만찬을 즐긴 느낌

류용신 역의 배우 이창훈은 등장할 때부터 극 전체의 분위기를 휘감아서 완전히 이 드라마를 진짜인 것처럼 만들어 버리는데 와... 진짜 짜릿했다.

이 분 연기 보는 낙으로 1월을 보냈달까. 계속 생각났다.

개인적으로 해마다 그 해의 배우를 꼽아 보는데, 2022년의 배우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고아성 역시 괴력이 있다. 임시완은 고아성을 만나서 스테레오 연기에 진폭을 넓히고, 연기가 더 섬세해진 것 같다. 임시완은 늘 지지하고 좋아하는 배우지만 이번 드라마에서 더 연기가 겹이 쌓인 것 같아 좋았다. 내 생각엔, 진짜 고아성의 힘이다. 

반응형
반응형

넷플릭스에 들어가면 자주 나오길래 작년에 3시즌을 봤었는데 괜찮았다. 

오랜만에 봤더니 4시즌이 나왔대서 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다 봐버렸다. 

북미 동부 해안가 섬 냄새가 그대로 전해지는 기분이다. 

좋은 드라마다.

반응형
반응형

<지금 우리 학교는>을 달린 후 그 다음 날에 봤는데, 연출이 좋아서 개안하는 기분이었다.

영화 감독의 연출과 드라마 PD의 연출에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드라마 PD들은 영상 언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오징어 게임>을 영화 감독이 연출한 것이 오징어 게임 성공의 한 축이 아닌가 싶다.

경관의 피는 뭔가 더 깊이 있게 파고들 것 같았는데, 그러다가 만 듯한 영화로 기억된다.

일단, 재밌다. 2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쏵 빨린다.

그러나 아쉬운 면도 그만큼 크다.

공들여 만들어 둔 캐릭터 3명이 아깝다. 

그 세계를 짓고, 그 안에서 3명의 인물을 창조해 숨을 불어 놓고, 그 인물들을 살아 있게 했는데

갑자기 그냥 이야기가 끝난 느낌이다.

 

반응형
반응형

작년 연말에 오픈하려다가 잘 뽑혀서 22년 1월 첫 주자로 선택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공식 예고편이 나오자마자 엄청나게 핫했고, 

드디어 공개한 날 다 봤다.

일단, 새롭지는 않다.

<부산행>이나 <킹덤>이 주었던 쇼킹할 정도의 새로움은 없었다. 한국을 배경으로, 조선의 궁을 배경으로 한 좀비물은 전율이 일 정도로 새로웠다.

이미 k-좀비라는 장르가 생긴 만큼 지우학은 이들 둘만큼 새롭지는 않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신선했는데, 그건 이 k-좀비의 배경이 '고등학교'라는 점에 있다.

부모나 어른들이 등장하지 않는다(등장하더라도 맥락상 필요에 의한 비중)는 점에서 좋았다.

연출은 드라마 PD인 점을 감안한다면 좋았지만, 영상의 완성도를 고려한다면 미흡하다.

대사도 표피적이고 단순하다.

하지만 '좀비', '고등학교', '10대', '어른들이 없는 세계관', '멸망'이라는 키워드 자체가 워낙 섹시하고 흡인력 있는 장르가 되기 때문에 그 점을 돋보이게 착실히 꾸려간 시리즈다.

배우들의 연기는 나쁘다 좋다를 넘어서, 아직 어린 배우들이라 단순한 대사를 할 때도 몸을 쓸 줄 모른다.

좋은 배우는 정적인 것도 동적으로 연기하는데, 그런 점에서 미숙한 배우인 것은 맞다.

 

반응형
반응형

월랜더를 아직 못 봤는데
그냥 봐봤다.

틀어 보니 스웨덴 말뫼가 배경이더라.
말뫼는 좋아하는 곳이라서 엄청 반가웠다.

주인공 형사도 마인드 헌터 주인공같이
순하고 또랑하게 생겨서 거부감 없었다.
다만 너무 표현이 없고 의중 없이 움직이는 것 같아서
답답한 면도 있었다.

무난하게 봄

반응형
반응형

리디에도 주현석 작가 소설이있어서
이번은 리디로 읽었다.

이 작품이 제일 좋다. 여운도 남고

5/5

반응형
반응형

내친김에 주현석 작가의 탈옥도 읽기 시작했다.
총 3권인데 리디에도 책이 있었다.
오 진짜 완전 빠져서 읽었다.

4.5/5

16부작 드라마로 나오면 좋겠다.

주현석 작가님 다 좋은데 로맨스는 좀 빼주셨으면 싶다.
암튼 머릿속에 넷플릭스 드라마가 쭉 지나간다.

반응형
반응형

<어느 형사의 짧은 휴가>가 재밌어서
주현석 작가의 다른 소설도 읽었다.

그러나 먼저 읽었던 것보다는 쬐끔 별로였다.

3/5

반응형
반응형

리디로 추리 소설을 읽다가
웹소설에도 추리 소설이 있다고 해서 앱을 깔았다.

표지들을 보니 도저히 손이 안 가서
고민하다가
도진기 작가의 소설이 있어서 읽고 있다.
<복수 법률사무소>
근데 완결이 아니어서 진짜 찔끔 찔끔 보는 중이라
완결난 웹소설을 찾다가
속는 셈 치고 보게 된 것이
<어느 형사의 짧은 휴가>이다.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듯 재밌게 잘 읽었다.
거슬리는 부분도 있었지만
드라마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으로 영상화를 하면서 즐겁게 읽었다.

반응형
반응형

별 4개
(5개 만점)

넷플릭스에서 여러 나라의 추리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이슬란드 추리물인 트랩트도 1, 2 시즌 모두 좋았다.
특히 1시즌은 진짜 재밌었고 2시즌은 1시즌보다는 못했다.

더 체스트넛 맨은 원작이 있고
6부작이라서 믿고 시작함

오랜만에 웅얼거리는 듯한 덴마크어를 실컷 들었네

답답한 구석도 덜하고
속도감도 나쁘지 않았다.
범인의 동기도 납득이 되었고 무리수 없었던 것 같다.

이렇게 본 것을 조금이라도 기억해 두려고
간단하게 기록함

반응형
반응형

2020년 6월부터 꼬박 두 달간 이사 문제로 시달렸다.

어찌나 시달렸던지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추리 소설을 꺼냈다. 


나는 추리소설이라면 쟁이고 보는 사람이라 읽을 거리는 많았다. 
글자가 안 읽히는터라 가장 얇은 책인 <점과 선>을 꺼내 읽었다. 

<점과 선>
<점과 선>은 1950년대 일본 추리 소설이다. 고전적인 데다가 '기차'가 나온다!
고전적인 소설이라 그다지 복잡하지도 않고, 
정평난 소설답게 문장도 유려하고,
결정적으로 짧기까지 했으니
술술 잘 읽혀야 했으나,
내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 일본인 주인공의 이름들을 써가면서 읽어야 했다.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 추리 소설을 집었는데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참에 우리나라 추리 소설을 읽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요며칠 읽은 우리나라 추리 소설을 정리하였다.


우리나라 추리소설로는 도진기 작가의 <유다의 별>, 유현산 작가의 <살인자의 편지>, 박연선 작가의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가 기억에 남는다. 

사실 이 외에는 읽을 적이 없는 것 같다. 셋 다 재밌게 읽은 데다 우리나라 장르소설이 일본 소설보다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개인적으로 일본 추리소설은 통 적응이 안 되어서 우리나라 소설이 더 재밌었다.
또, 이사 때문에 심적으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사회 문제 같은 걸 기저에 깐 소설이나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이야기는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책소개를 읽는 것만으로도 푹푹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뭐랄까... 일상에서 탐정이 활약하는 그런 소설만 골랐다.


"세이지는 이날, 통상적인 동물원 앞 파출소 근무가 아니라 오카치마치 주변 순찰에 동원되었다. 파트너는 평소처럼 요코야마 고키치였다."와 같은 문장이 이어지는 이야기보다는 아무래도 
"이튿날 당승표와 나승만은 인천행 전철에 올라탔다. 2시간 동안 1호선과 인천지하철로 두 번 갈아타고 내려 오자 후끈한 여름 공기가 둘을 맞이했다."는 이야기가 백 번 천 번 더 편안하다. 


<수상한 에이스는 유니폼이 없다> (최혁곤, 이용균)
야구 전문 기자가 쓴 야구 추리소설이다. 
야구단 프론트인 주인공이 야구와 관련된 몇 개의 생활 사건을 추리하며 해결하는 소설이다.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한 비밀도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야구팬이라 이 소설은 너무나 너무나 즐겁고 소중하다.  


<침입자들> (정혁용)
택배 기사인 주인공의 생활 반경에서 생기는 소소한 에피소드를 모은 글이다. 언제쯤 사건이 발생하고 추리를 하나... 하다보니 소설이 끝나버렸다. 
엄밀히 말하면 추리소설이 아니어서 배신감이 느껴졌다.
다만, 글이 재밌다. 그리고 문장이 재밌어서 시간 가는지 모르게 단숨에 읽었다.


<이선동 클린센터> (권정희)
이번엔 택배 기사는 아니고 특수 청소를 하는 청소업체 사장 이선동 이야기다. 이선동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어쩌다 청소업체 사장이 된다. 직원은 달랑 2명. 사건이 발생한 집을 청소하는 특수업체다 보니 이런 저런 사건을 추리해 나가게 된다. 이 역시 재밌게 읽긴 했지만 뭐랄까... 좋은 사람들이 죽어서 싫다. 스트레스 받았다.  (왜죽여!!)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 (정해연)
이번 소설의 탐정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일하는 꽃미남이다. 얼마나 꽃미남인지 알 길은 없지만... 다른 소설에 비해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분량이고, 사건의 모든 공간과 사람이 익숙하니까 재밌었다.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평면적이라 다소 아쉽지만 추리소설의 묘미는 트릭과 그것을 간파하는 탐정이므로! 나도 같이 추리해 가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교동회관 밀실 살인사건> (윤자영)
생활 탐정 이야기가 나오는 소설을 찾다가, 이 소설 평점도 높고 리뷰도 많길래 읽어봤다. 일본 추리소설 카페 같은 데서 엄청나게 호응이 좋았다고 한다. 작가는 실제 생물 선생님인데 추리소설도 쓰신다. 아무튼, 교동회관은 이북(ebook)이 없어서 사서 읽었는데, 그 자리에서 다 읽어 버렸다. 우왓 진짜 재밌음.


<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 (윤자영)
전편인 교동회관 밀실 살인사건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이 탐정사무소를 차렸다. 이후 이어지는 여러 개의 사건들이다. 역시 재밌었다. 학원 폭력 이야기는 너무 가슴아프다.  그래도 나쁜 놈이 죽고 착한 사람들은 안 죽어서 좋다. 


<붉은 집 살인사건> (도진기)
교동회관을 읽고 나니 추리소설 읽는 것에 다소 좀 진지해졌다. 
글자가 눈에 안 들어와서 응급처치 대용으로 추리소설을 집은 것인데, 이제 글자도 다시 좀 보이고 머리도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추리소설가 중 한 분인 도진기 작가의 작품들을 본격적으로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유다의 별>은 좀 황당했다. 추리소설에서 문장력이라거나 캐릭터의 촘촘한 울림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좀 아쉬웠다. 이 때문에 도진기 작가의 책은 선택하지 않았었는데, 읽을 거리도 점점 떨어져가서 그냥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재밌었다. 
와... 
암튼... 좋았다! 


<순서의 문제> (도진기)
붉을 집 살인사건과 유다의 별에는 '고진'이라는 탐정이 등장한다. 그런데 어떤 리뷰에 "진구 캐릭터가 젤 좋다"는 게 있었다. 그래서 검색을 좀 해보니, 도진기 작가의 작품은 '고진 시리즈', '진구 시리즈'로 구분되더라. 
그래서 진구가 처음 등장하는 <순서의 문제>를 읽었다.
우왓!!!!!!!!!!! 왔!!!!!!!!!!!!!!!!!!!!!!!!!!!!!!
재밌었다! 


<가족의 탄생> (도진기)
진구의 활약을 더 읽고 싶어서 잠오는 눈을 연신 비벼가며 읽었다. (하루가 너무 짧아..) 긴 소설을 이렇게 간결하게 후루룩 읽히게 하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 영화나 드라마로도 만들어지면 좋겠다.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 (도진기)
코로나 때문에 2020년에 옷도 화장품도 안 사는데 리디북스 결제를 왕창하고 있다. 이사하고 잔금치를려면 한 푼이라도 아껴써야는데 절제가 되지 않았다. ㅠㅠ 
암튼 이 소설은 뭐랄까.. 읽는 내내 '여주인공 모임? 꽃보다 남자야 모야.. 좀 유치한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와....... 왜 나 마지막에 울고 있음?? 
왜 눈물이 나고 난리임????? ㅠㅠ

반응형
반응형


이 드라마는 여자주인공 동백과 남자주인공 용식의 러브스토리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 그보다는 동백의 성장 동화이다.
34세인 동백이 성장을 하지 못한 이유는 고아로 자라 결핍된 모성 때문이며, 이런 동백이 성장하는 계기는 동백의 아들 필구에 대한 동백의 모성이다.
모성과 모성 사이에서 엄마들은 성장한다.

끝간 데 모를 모성에 아이들을 다치게 하고 엄마도 다친다. 자식이 벼슬이라 엄마는 을이고 자식은 갑이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두 회차에서는 엄마와 아이들이 서로 상처를 주는 갑을 관계를 끊고, 서로 꽃이 필 것 같다. 언제나 당신만을 사랑했다는 까멜리에 간판처럼.

이 드라마의 엄마들은 착한 엄마 나쁜 엄마의 평면적인 구도가 아니어서 좋았다.

어린 동백을 버린 나쁜 엄마여야 하는 동백의 엄마. 과거 동백과 동백 엄마가 순댓국 식당에 앉아 있던 장면을 보면 동백 엄마는 입술이 부르터 있는 궁핍한 신세로 나온다. 폭력 남편으로부터 도망이라도 친 것 같은 모습이다. 공중화장실에서 배고프다는 아이에게 밥을 못 줘 우는 장면을 보면 두 모자가 일정한 거처도 없이 떠돌아 다니는 것 같다. 너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딸을 위해서 엄마는 나쁜 선택을 한다.
딸아이 밥은 굶기지 않겠거니 싶어 평소 사람 좋아 보인다고 생각했던 원장이 있는 고아원 에 아이를 버리는 것이다. 아이를 위해 아이와 헤어지는 것이다. 물론 고아 딱지로 유년과 성장기를 보낸 동백이 받은 상처는 깊이 동백이를 좀먹었다.

아들이 이혼하는 법원까지 따라오는 규태 엄마는 어떠한가. 땅부자에 옹산군 유지인 남편이 외도와 도박을 하는 통에 규태 엄마는 아들만 보며 동동거리고 살았다. 변호사 며느리가 아들 규태의 기를 죽일까봐 며느리를 공격하고 망신을 준다. 그러면서 철없는 아들 규태의 뒤치다꺼리만 하고 산다. 이혼하는 아들의 법원까지 엄마가 가야 엄마 노릇을 하는 것이다. 우리 규태가 관공서에 가서 실수라도 할까봐.. 변호사 며느리에게 속아 집이며 땅이며 다 줄까봐... 규태는 어른이 되지 못한 채 그 어떤 것도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그런 아들을 채근하며 혼내는 규태 엄마의 인생도 고달프다.

또 다른 엄마는 딸에게 이렇게 말한다. “니가 왜 생각을 해. 엄마가 다 처리할테니 넌 생각하지 마. 엄마가 다 해줄게 엄마가 다 할게” 딸인 박상미는 인스타의 좋아요가 없으면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결혼도 엄마가, 이혼도 엄마가, 재혼도 엄마가 알아서 해 준다. 박상미라는 이름 대신 제시카로 살고 싶은 딸은 자신의 젖먹이 딸을 돌보지도 않는다. 독립된 개인이 되기 위한 첫 걸음마도 못 떼어 ‘강종렬와이프’라는 트로피를 위해서만 살 뿐이다.

극 중 착한 엄마로 대표되는 용식의 어머니 백두 여사도 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남편이 죽은 후 태어난 막내 유복자인 용식에게 백두 여사는 끔찍하다. 경찰관이 된 아들이 수사를 하다 여차저차해 민원인 영심이네 열무를 뽑았는데, 이 소식을 들은 백두는 영심이에게 전화해서 자기 아들에게 열무를 뽑게 했다며 호통치고, 아들에게 필요한 수사 단서를 주라고 한다. 그 아들이 어떤 아들인지 아느냐며. 아들 용식이 군대에서 뺨을 맞았다고 해서 닭 300마리를 튀겨 군대로 간 엄마다. 다 큰 아들에게 언제나 게장 살을 발라 주고, 오리살을 발라 밥 숟가락 위에 얹어 준다. 아들이 티없이 밝게만 자랄 수 있다면, 어떤 모진 일 험한 일 더러운 일도 감수할 수 있고 또 그렇게 살아온 것이 이 백두 여사의 자부심이고 살아낸 원동력이다. 하지만 아들이 좋아하는 여자를 받아들일 수 없다. 아들이 자유롭게 원없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도록 자신이 어떤 일도 할 수 있지만, 아들이 자유롭게 그 여자를 만나는 것은 안 된다.

재미있는 것은 동백이 역시 폐쇄된, 모순적인 모성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것이다. 고아로 큰 자기와 다르게 아들만큼은 그 아픔을 모르게 커야 한다는 일념으로 살고 있다. 하지만, 아들은 여느 8살과 다르다. 이미 다르다. 오직 엄마의 호강, 엄마만 걱정한다. 엄마 때문에 일단 코부터 선빵을 날리고 보는 싸움닭이 되었고, 엄마에게 ‘남들에게 코를 때려 선빵을 날려야 한다’고 항상 가르치는 ‘머리 아픈’ 8살이다. 엄마가 눈에 안 보이면 패닉에 빠지는, 준기 엄마의 말처럼 ‘분리불안’을 겪는 것 같다. 준기가 어릴 때 했던 행동을 동백이 아들은 아직도 하는 중이다. 동백이는 자신과 다르게 아들을 키우려고 기를 쓰지만, 항상 아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엄마다. 그래서 동백의 아들은, 늘 미안한 엄마를 두어서, 8살답게 엄마한테 생떼도 쓰고 엄마 탓을 하고 싶어도 눈치를 본다. 남들 가는 전지훈련을 가고 싶어도 절대 말하지 않고 마음을 쓴다.

고아인 동백이 향미와 달리 죄 안 짓고 아들 잘 키우며 살아 왔듯이 엄마 없이도 아이들은 행복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다. 엄마가 보살펴 줘야 할 때도 있지만, 아이들이 자유롭게 선택을 하는 주체적인 존재가 될 때도 있다. 모든 '때'에 엄마가 보호해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보호가 공리적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이 드라마의 엄마들은 보험금 몇 억, 닭300마리, 연봉 12억 남편, 옹산 배밭 등 수치화된 공리로 아이들을 보살피기만 한다.
어른이 되어야 할 아이들이 엄마의 이 공리에 갇혀 자유로운 선택을 하고 선택을 책임질 수 있는 성장을 하지 못한다. 마음과 사랑이라는 것은 공리와 다르다. 공리주의자들은 우리의 심정, 느낌, 마음을 ‘만족’과 동일하다고 전제한다. 그런데 인간은 그렇지도 않을뿐더러 부모의 사랑은 더욱 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엄마가 처음이니까 보살펴 주지 않아도 될 때, 주체적인 개인이 될 때를 몰라 당황하고 실패한다. 이 드라마는 그런 실수를 보여줘서 우리를 울린다. 왜냐하면 우리도 그런 엄마를 다 이해하니까. 닭 300마리를 튀겨 온 엄마의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을 다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착한 아이들은 엄마의 마음을 알아서 엄마를 더 기쁘게 하고 싶어서 엄마를 이해한다. 자영의 말대로 ‘악순환’이다.

옹산은 아이를 함께 키우는 곳이다. 준기 엄마의 말처럼, "동백이 니가 필구를 나한테 몇 시간 맡기기를 해야 나도 우리 준기를 니한테 맡기고 계모임을 갈 것이 아니냐. 니가 내외를 하지 말아라. 똥까지 닦아"주는 우리가 옹산이다. 강종렬의 기억처럼 옹산은 모두 다 식구인 곳이다. 밥 때가 되어 어느 집으로 가도 숟가락 하나를 더 올리면 끝인 공동체인 곳이다.

물론, 레트로토피아만 존재하는 곳은 아니다. 옹산이야 말로 애 하나 데리고 열심히 살아 보려는 동백에게 구설수와 편견으로 동백을 괴롭게 한 곳이다. 특히 8살 애가 딸린 미혼모인 동백이 옹산 회장님인 백두의 막내 아들과 '연애'를 하게 되는 사건으로, 동백은 옹산을 떠나기로 한다. 백두는 언제나 동백이 편이었고, 동백과 '베프'였다. 남편 없이 장사하며 아이를 키우던 자신의 젊은 날과 동백의 삶이 비슷해서 더 잘해주었던 것 같다. 동백에게 '결혼'을 종용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막내 아들과는 안 되는 모순적인 인물이다. 그래서 동백이 떠난다고 하자 옹산 엄마들은 마음이 불편하다. 가지 않았으면 한다. 식구가 되어 잘 해줄 날이 영원하리라고 생각했지만, 언제나 헤어짐은 불시에 찾아오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동백에게 위험이 닥치자 모두 힘을 모아 동백을 지킨다. 동백이 옹산 엄마들을 변화게 한 거다. 이상적인 유토피아인 옹산을 변함 없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유토피아가 아니었던 곳이 유토피아가 되는 곳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을 보여 주는 드라마여서 설득력이 있었다. 동백이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백두만이 동백 편이었지만, 지금은 백두만이 동백을 거부하고 있다. 말로는 다정해도 김치 한 포기 절대 나누지 않는 곳과, 구박하면서도 김치 가져가라고 썽을 내는 곳. 그곳과 저곳 사이에서 엄마들은 동백이를 통해서 변하고 있었다.

엄마가 미혼모여서, 엄마가 과부여서, 엄마가 돈이 없어서, 엄마가 힘이 없어서, 엄마가 아들이 아니라 딸인 너를 낳아서, 저런 이유 이런 이유로 자식에게 늘 미안한 엄마들이 아니라, 자식 떳떳하게 키운 것으로 장하다고 칭찬 받아야 할 엄마들이 있는 곳이 옹산이다. 그래서 향미에게도 이곳은 엄마가 많은 곳이고, 동백이에게도 엄마가 많은 곳이다. 백두 여사는 용식이를 혼자 키웠다고 자부심을 느끼지만, 옹산 엄마들은 죄다 자기가 용식이를 업어 키웠다고 한다. 365일 조석으로 얼굴을 마주대고 있는 골목이라 식구인 거다. 그런 옹산에서 큰 용식이는 '까불이'를 잡는다. 그래서 옹산 엄마들은 딸인 동백이를 지키려고 옹벤저스가 된다. 이렇게 옹산에서 자란 아이들은 '까불면 죽는다'고 하는 인생의 큰 고난과 위협을 이겨낼 거고, 옹산 같은 공동체가 되어 주는 것이 가족이고 식구이고 엄마인 것 같다.

너무 괴롭지 않게 모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엄마를 위로해주는 드라마고 엄마를 더 사랑하게 하는 드라마다. 많은 비중을 코미디로 채웠지만 눈물 쑥 빠질 준비를 하고 봐야 하는 드라마인데, 전혀 부담스럽지가 않다. 이런 드라마는 정말 세상에 없다. 우리나라 드라마만 할 수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에 이은 또 하나의 레트로피아, 유사 가족이 '법적 결혼'을 통해 진정으로 가족이 되는 보수로의 회귀가 아닌가 싶어 도끼눈을 뜨고 본 드라마이다.
지루하고 늘어진다는 평도 있었지만, 작가가 뚝심있게 옹산 엄마들의 성장기를 잘 설득해 주어서 정말 즐겁게 울면서 본 드라마이다. 착한 드라마를 보면 나도 착해지는 것 같아 한결 월요일 출근이 가볍다. 율도국 옆에 옹산도 있다고 쓰고 싶다.

반응형
반응형

그간 읽은 추리소설 후기
출퇴근길에 읽다 보니 이북(ebook)으로 출간된 책이 대부분이고, 또 추리소설이 전부이다. 읽은 책들을 기록해 둔다는 의미가 크다. 별점은 별 5개가 최고이다. ★★★★★

체육관의 살인, 아오사키 유고 ★★☆

개인적으로 탐정이나, 경찰, 또는 형사가 주인공이 되어서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는 책이 좋다. 주인공의 성격에 한번 몰입되면 시리즈를 따라가기가 편하다.
그리고 최근에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를 읽고 추리소설의 재미에 푹 빠진 터라 비슷한 시리즈를 찾고 있었다. 작년에 TV 드라마인 ‘부암동 복수자들’을 정말 재밌게 봤고, 또 우리나라 학원 추리물인 ‘선암여고 탐정단’을 좋아해서, 이런 취향을 만족시킬 소설을 꽤 찾아 헤맸다.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우라조메 덴마’ 시리즈이다. 총 3권이 출간되었다.

우선 체육관의 살인, 그리고 수족관의 살인, 마지막이 도서관의 살인이다.

고등학교가 배경이고, 괴짜이자 천재과인 우라조메 덴마가 형사가 되어 학교 주변에 벌어진 살인사건을 추리한다. 체육관의 살인은 밀실 살인사건인데, 꽤 흥미롭게 읽었다. 일본 이름들에 익숙해지느라 애를 먹었다.

수족관의 살인, 아오사키 유고 ★★

다음으로 읽은 것이 수족관의 살인. 학교 밖 살인사건이라 재미가 반감되었다.

도서관의 살인, 아오사키 유고 ★★

이 시리즈 중 처음으로 범인이 누구인지에 몰입하게 되는 책이다. 우라조메 덴마와 주변 캐릭터 간 유머가 제일 넘치는 편이긴 한데, 조금 시시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소네 케이스케 ★★★

전도연, 정우성이 주연인 영화의 원작이라고 해서 부랴부랴 읽었다. 이북으로 출간되지 않아서 일요일 낮에 모처럼 자리 잡고 앉아 읽었다.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책이다. 앞서 읽은 우라조메 덴마 시리즈보다는 확실히 어른의 이야기라 그런지 잔인하고 냉혹한 현실 세계가 있다. 시나리오가 끝내 주게 나왔다는 소문이 있던데 영화로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연쇄살인마 개구리 남자, 나카야마 시치리 ★★

읽을 게 없어서 검색하다가 작년에 인기있던 소설이라고 해서 읽기 시작했다. 확실히 흡입력이 있다. 다만 최근에 읽은 소설 중 가장 잔인하고 잔혹하다.

요즘 제일 핫한 작가인 ‘나카야마 시치리’이다. 나는 이 사람이 여성인줄 알았는데, 연쇄살인마 개구리 남자를 읽고 나서 남자라는 생각이 들어 찾아보니 남자였다.

지나치게 잔인하고 가혹해서 기분이 나빴다.

연쇄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

후속작까지 나온 터라 연이어 읽었다. 더 실망스러웠다. 이런 소설이 왜 인기를 끌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추리소설이 이보다 못한가? 우리나라 추리소설을 좀 읽어 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소설이다.

신의 아이 1, 2, 야쿠마루 가쿠 ★★★

출간되자마자 각종 온라인 서점에 베스트셀러로 등극하길래 궁금해서 읽어 본 소설이다. 궁금해서 1페이지를 열었는데, 2권까지 쉬지 않고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앞에서 읽은 체육관의 살인 시리즈나 개구리 남자 소설이 얼마나 형편 없는 책이었는지를 깨달았다. 동시에 내가 참을성 있는 성격이구나 했다. 신의 아이는 참 잘 쓴 문장이었던 것이다.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이야기를 읽는 기분이었는데 여러 모로 재밌었다. 마지막에 1~2페이지로 급 마무리가 되어서 좀 뜬금없었다.

테미스의 검, 나카야마 시치리 ★★★★☆

연쇄살인마 개구리 남자를 읽은 후, 왜 나카야마 시치리라는 사람이 인기가 있을까 궁금해서 여러 검색을 해봤다. 일단 다작인 데다가 사회적인 이슈를 많이 다루어서 소비층이 다양했다. 개구리 남자를 형편 없이 읽은 사람이 테미스의 검을 추천해 두었길래 구매해서 읽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수작이었다. 여지껏 읽은 일본 추리소설 중에 64와 함께 제일 인상깊은 책이었다.

안녕, 드뷔시, 나카야마 시치리 ★★☆

역시 나카야마 시치리의 책인데 이 책도 추천받아 읽기 시작했다. 절판된 것이 최근에 재발간되어서 구매. 좀 허술하긴 한데 순식간에 읽힌다. 추리소설의 어떤 트릭을 잘 구현했다. 하지만 의미 없는 느낌이다.

반응형
반응형

셜록홈즈 시리즈,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밤이 새는지도 모를 정도로 한 달음에 읽고, 스릴러 영화라면 자다가도 깨서 볼 정도로 장르물을 좋아하는 것이 내 취향이다. 이번 휴가 기간에 여러 권의 장르소설을 읽었는데 간단하게 별점을 매겨보기로 했다. 요새는 통 내가 뭘 읽었는지, 뭘 하면서 일 년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겠어서 기록 차원도 있다.
근래에 내가 재미를 느낀 장르물로는, 드라마 비밀의 숲,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드라마 손 the guest가 있고, 미국 드라마 캐슬, 본스, CSI 라스베가스,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 영국 드라마 브로드 처치 등등, 그리고 도서로는 죽여 마땅한 사람들, 댓글부대 정도가 있다.
(별점은 별 5개가 최고이다. ★★★★★)

종의 기원, 정유정 ★★
정유정 작가의 데뷔작인 <내 심장을 쏴라>를 우연히 읽고 팬이 되었다. 그래서 구입해 본 책이다. 사이코패스의 사고 기제, 생각의 회로를 그려내 보려고 했지만 책장을 덮을 때까지 모호한 채로 어떤 감흥도 주지 않았던 것 같다. 반면에, 이러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 더 잘 구현된 것 같다.

악의, 히가시노 게이고 ★★★
그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다. 온라인 서점에 접속할 때마다 신간이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그 작가이다. 체감으로는 거의 2~3주마다 책을 쓰는 것 같다. 그럼에도 늘 인기 순위권에 있으니 대체 어떤 작가이길래 이 정도의 영향력을 가질까 궁금했다. 입문해 보려고 했지만, 수십 권에 달하는 책에 엄두를 못 내었다. 그래서 거의 일 년 넘게 베스트셀러의 탑순위를 차지하고 있고, 영화로도 제작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구입해서 읽기를 시도. 네 번을 시도했지만 늘 30분 이상을 못 읽고 실패하였다. 나와는 맞지 않는 작가라고 생각했다. 아쉬워서,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으로 가장 많이 추천되는 <악의>를 구입해 재시도를 했다. 10% 정도를 읽어 나갔을 때 이미 범인이 밝혀져서, ‘이 책이 단편이었나?’라고 갸우뚱거림. 아니었다. 그 후로 채워진 90%는 범인의 범행 동기 등의 이야기였다. 책장을 넘기고 한달음에 끝까지 읽었다. 작가의 공력이 대단했다. 이야기꾼이었다. 다만, 소품같은 느낌.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미카미 엔 ★★★☆
모두 7권인가 그렇다. 순식간에 읽힌다. 이 시리즈는 ‘고서’를 다루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취향을 저격당했다. 주인공들도 인간적이고, 감정이입도 잘 된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살인자의 편지, 유현산 ★★★★
오천만원 고료의 자음과 모음 네오픽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그리고 작가의 데뷔작이고, 유현산 작가는 신문사에서 편집일을 했던 경력이 있다. 그래서인지, 작품의 완성도가 참 놓다. 순수문학이 장르물에 대해 이런 저런 비판을 많이 하고 장르물을 괄시(?)하는 형편이지만, 나는 사실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장르물이 문장력이라던가 완성도가 낮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아쉬운 점이 많다. 그런데 유현산 작가의 <살인자의 편지>는 짜임새와 완성도, 인물들에 대한 깊은 묘사와 주제의식, 문장력 등이 참 좋았다. 한 편의 잘 만든 추리물이면서 동시에 사회 소설이다. 재미는 당연히 보장된다.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유다의 별, 도진기 ★★★
한국 장르물로서는 메가 히트를 친 ‘고진 탐정 시리즈’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의 작가는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실제 법조인이었다. 현재는 변호사이면서 여전히 법조인이다. 일본 추리소설을 보면서 내가 써도 이것보다는 잘 쓰겠다고 생각해 데뷔를 했다고 한다. 실제로 도진기 작가의 유다의 별은 그 짜임새와 재미가 정말 좋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문장력이지만, 워낙 사건이 박진감이 넘치고 재미가 이어져서 크게 아쉽지는 않다. 나는 도진기 작가의 작품으로는 <유다의 별>만 읽었는데, 이 작품은 시대적 배경이 워낙 꽤 오래된 과거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좀 시큰둥했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이 조금 가벼운 느낌이었달까. 아마도 ‘악역’ 인물에 대한 몰입이나 깊이가 얕고, 사건의 완성에 중점을 둔 스타일의 소설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무엇보다 탐정인 ‘고진’이라는 인물이 너무 매력이 없었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
박연선 드라마 작가의 장르물이다. 우리나라 농촌을 배경으로 한 코지 미스테리다. 개인적으로 이런 소소하면서도... 생활과 밀착된 장르물이 좋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 수첩을 즐거워한 이유도 그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코지 미스테리가 있다니! 너무 좋았다. 실제로 이 소설의 주인공인 홍간난 여사는 독보적인 캐릭터이다. 주인공은 너무 잡설이 길고, 뭐랄까, 90년대 초반의 유머를 시종일관 재미있는 줄 알고 읊어댄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는 데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홍간난 여사의 캐릭터가 정말 훌륭하고 잘 잡혀 있었기에 이 소설이 빛을 발한 것 같다.

64, 요코야마 히데오, ★★★★
꽤 묵직한 책이다. 책의 두께도 그렇고, 주제도 그렇다. 살인사건이라는 것은 사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재같다. 그런 점에서 일본 추리소설들 중에서는 사회물로서도 훌륭한 작품들이 많다. <64>와 같은 경찰물이자 사회물을 읽노라면, ‘읽기의 즐거움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다.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이 책을 읽어서 마음 저 깊은 데까지 읽기의 즐거움을 느꼈다. 이 작가의 작품을 전부 다 읽고 싶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나카야마 시치리 ★
히포크라테스 우울, 나카야마 시치리 ★★★
<속죄의 소타나>라는 책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천하더라. 그래서 그 작가를 좀 검색해 보니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추억의 야상곡>, <세이렌의 참회>, <안녕, 드뷔시>, <살인마 잭의 고백> 등이 나와 있었다. <안녕, 드뷔시>를 추천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이 작가의 책 대부분이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에 의해 추천받고 있었다. 그래서 <속죄의 소나타>를 구입하면서 이 책 두 권도 함께 구입하였다. 아직 <속죄의 소나타>는 읽지 못했다.
히포크라테스 시리즈는 마치 검시관 드라마 같았다. 미국 드라마 <본스(bones)>와 모티브와 컨셉은 같은데 본스보다 한참 못하다. 사건별로 30분 정도의 미니 드라마같달까. 거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노년의 검시 교수가 1분만에 모든 것을 해결하며, 나머지 29분은 노 교수에 대한 경탄과, 일본 검시 시스템의 예산 부족 이야기로 매번 채워진다. 그 이야기도 너무 깊이가 없어서 깜짝 놀랄 정도이다. 이런 식으로도 책을 쓸 수가 있구나 싶을 정도로 충격적으로 놀랐다.
다만, 히포크라테스 우울은 시리즈의 후속편 격인데 전편보다 다소 나았다. 이 작가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고, 왜 인기가 있고 추천되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작가의 나머지 작품도 어서 읽어봐야겠다.

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
13년 전 <공중그네>가 출간될 때부터 오쿠다 히데오의 팬이었다. 일본 작가스럽지 않은 날카로움과 깊이, 그리고 숙련된 유머가 있었다. <인 더 풀>도 출간되기가 무섭게 금세 읽었다. <남쪽으로 튀어!>도 마찬가지였다. 신간을 읽어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야구장 습격사건>, <한밤중에 행진> 모두 좋았다. 특히 어릴 때부터 야구팬이어서 그런지 <야구장 습격사건> 수필집은 두고두고 한 번씩 펴볼 정도로 좋아한다. 직장 일에 지쳐서 한동안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에 대해 관심을 두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오미와 가나코>라는 추리소설을 보고도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 사람이 추리물을?’
결론적으로 <나오미와 가나코>는 영화 <델마와 루이스>가 연상되는 한 편의 활극이랄까, 약간 침체된 활극이었다.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두 여성의 이야기. 재미 면에서도 여느 액션 스릴러같이 뛰어나지 않고, 추리 면에서도 다소 이야기의 짜임새나 완성도가 떨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두 여성의 내면이나 심리가 촘촘하고도 정교하게 서술된 것도 아니다. 아쉬운 점이 많은 소설이다.

13계단, 다카노 가즈아키 ★★★☆
여러 번 추천도서로 올라왔던 작품인데, 책 소개나 후기에 ‘사형제에 대해 묵직한 문제 의식을 던져 준다’고 해서 스킵했었다. 사형제도에 대한 문제 의식이라면 너무 좋은 영화도 많았고, 그 내용이 읽지 않아도 될 만큼 이야기가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분명 누명을 쓴 사형수가 있을 테고, 누명을 벗거나 혹은 벗지 못하고 처형당하겠지. 사형장에 오를 날이 가까워 오는 것으로 소설의 긴박감을 연출할 테고..
그러다가 이번 휴가 기간에 핸드폰에 담아간 소설 중 읽지 않고 남은 것이 <13계단>뿐이어서 정말 어쩔 수 없이 읽게 된 것이다.
읽은 소감은, 일단 예상했던 대로 사형수가 등장하고 형장에 오를 일이 시시각각 분초를 다투며 다가오고 있다. 다만, 예상하지 못했던 점은 이 플롯이 전체 이야기의 배경 정도의 역할에 그친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어떤 사건을 해결하는 전형적인 추리물이다. 추리물로서는 정말 재미있고, 생각할 거리도 꽤 있다. 하지만 그 생각할 거리가 사형제도와 관련한 문제 의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형제도를 다룬 소설이라고 해서 스킵한 사람이 있다면,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다. 왜 마케팅 포인트를 사형제도로 잡았는지 의문이다. 식상하고, 또 실제로 소설의 주요 제재도 아니다. 단순 배경일 뿐이다.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 도로시 길먼 1~4 ★★★★☆
1편 : 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 (The Unexpected Mrs. Pollifax)
2편 : 폴리팩스 부인(미션 이스탄불) (The Amazing Mrs. Pollifax)
3편 : 폴리팩스 부인과 여덟 개의 여권 (The Elusive Mrs. Pollifax)
4편 : 폴리팩스 부인과 꼬마 스파이 (A Palm for Mrs. Pollifax)

우선, 이 시리즈는 최근에 출간되었지만 1966년에 첫 출간되어 30여 년간 이어온 시리즈이다. 그리고 도로시 길먼(dorothy gilman)은 1923년생으로 2012년에 타계하였다. 이혼한 후 생계를 유지하려고 쓴 소설이 메가 히트를 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마치 해리포터 시리즈의 조앤 롤링이 연상된다. 실제로 1편을 읽자마자 나는 폴리팩스 부인에게 완전히 반해버렸다. 루이즈 페니의 <치명적인 은총>과 같이 약간 서늘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지만, 나는 이런 덜 잔인하고 엽기적인 추리물이 좋다. 도로시 길먼의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 역시 잔혹하고, 등장인물을 고통스럽게 하는 추리물이라기보다는, 등장인물들에 이입하게 되고 모험을 하게 한다는 점에서 편하다. 게다가 폴리팩스 부인은 너무나 귀엽다. 여자판 레밍턴 스틸이라기에는 원예를 하고, 소소한 일상을 즐기는 60대 할머니지만 전형적인 스파이가 아니라는 것이 매력적이다. 몽크스럽기도 하고. 제시카의 추리극장에 나오던 제시카 여사 같기도 하다. 실제로 제시카의 추리극장에 출연한 배우를 캐스팅해서, 폴리팩스 부인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스파이 마담 폴리(The Unexpected Mrs. Pollifax, 1999))
내 생각에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는 12세 이상의 모든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 (현재 4까지 출간)
1. The Unexpected Mrs. Pollifax (1966)
2. The Amazing Mrs. Pollifax (1970)
3. The Elusive Mrs. Pollifax (1971)
4. A Palm for Mrs. Pollifax (1973)
5. Mrs. Pollifax on Safari (1977)
6. Mrs. Pollifax on the China Station (1983)
7. Mrs. Pollifax and the Hong Kong Buddha (1985)
8. Mrs. Pollifax and the Golden Triangle (1988)
9. Mrs. Pollifax and the Whirling Dervish (1990)
10. Mrs. Pollifax and the Second Thief (1993)
11. Mrs. Pollifax Pursued (1995)
12. Mrs. Pollifax and the Lion Killer (1996)
13. Mrs. Pollifax, Innocent Tourist (1997)
14. Mrs. Pollifax Unveiled (2000)

반응형
반응형


한때 유행했던 조폭물처럼 이제는 검찰물, 아니 정치물이 유행이다.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승리하는 검찰’이나 ‘부패한 권력자들’이 자주 등장한다. 검사를 소재로 법이 얼마나 권력 앞에 무의미한지를 폭로하는 영화가 줄줄이 나온다. 정의로운 검사가 등장하는 영화는 <내부자들> 외에는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는데, 부패하거나 혹은 악을 신념화하는 검사가 등장하는 영화는 더 많이 떠오른다. (<부당거래>, <변호인>)
그런 점에서 <더 킹>에서의 검사는 다소 가볍고, 다소 이상하고, 되게 부패했다.
조직적 권력을 누리기 위해 조폭들처럼 몰려 다니며 저열한 짓을 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현재의 검찰 조직에 가장 근접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코미디물이다. 감독의 정성이 너무 지극하고, 진지해서 블랙 코미디로 봐 주고 싶은데, 그냥 코미디물이다. ‘폴리스 스토리 7편’이나 ‘어니스트 감옥에 가다’와 같은 어니스트 시리즈 8편 정도쯤 되는 검찰물의 그저 그런 한 영화이다.
그 이유는 한재림 감독의 연출력 때문이다. <관상>에서도 그랬지만, 신선한 아이디어를 연출력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니 영화가 애매해진다. B급이라기엔 너무나 화려한 S급 출연진들, A급 대중영화라고 하기에는 미숙한 연출력이 걸린다. 가령 ‘평범한 소재’인데 공전의 히트를 치고 전세계의 이목을 한눈에 사로잡은 <위플래쉬> 같은 영화를 떠올려 보면 한재림 감독의 연출력은 너무나 미숙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플래쉬의 화면 전환, 카메라 구도, 뺄 것도 더할 것도 없는 날렵한 씬들을 보면, 영화의 연출력이 영화의 전부나 다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미워하기가 좀 어려운 건, 감독이 해석한 ‘검사상’의 한 단면 때문이다. 이 영화의 검사들은 종전까지 보던 비열한 권력 추종자나, 음모의 설계자, 치명적인 악인이 아니다. 세 명의 검사들은 ‘얼빠진 10대 양아치’같다. 너무나 미성숙하며, 우스운 데가 있다. 쿵따리 샤바라에 맞춰 춤을 추는 다소 변태같은 어린애들 같다. 10대에서부터 한 치도 성장하지 못한 애들이 김영삼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살아 남아 이 나라를 어지럽힌다.
한강식(정우성 분)은 고상하게 스테이크를 썰며 “내가 역사야”라면서 ‘정치적 딜’을 하는 ‘전형적인 권력자’의 행세를 하는데, 그 모습이 참 별 볼일 없다. 이 장면이 좋았다. (감독이 어떤 의도로 이 장면을 찍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잠깐씩 엿보이는 이런 장면들을 통해 감독이 권력자에 대해 해석한 것이 새롭다고 느꼈다. 다큐멘터리 영상을 비디오 아트 형식으로 적재 적소에 배치한 흔적들 역시 그런 맥락에서 새롭다. 하지만, <그때 그 사람들>과 같은 집중력 있는 블랙 코미디가 되기에는 이 영화의 역량이 지나치게 모자라다.

반응형
반응형


나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를 누구에게도 추천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후속 편이 나오면 제일 먼저 달려가 볼 것이며 그 전까지 이 영화가 티비에 나오면 몇 번이고 다시 보고 있을 것이 틀림 없다.

히어로물 팬이라면 ㅠㅠ 망또를 보기 위해서라도 몇 번이고 즐겨 볼 듯 하다.

반응형

'책과 영화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간 읽은 추리소설 후기  (0) 2018.10.16
더킹, 그저 그런 영화  (0) 2017.02.28
판도라, 120분간의 지뢰밭  (0) 2017.02.01
컨택트, 눈 앞에 드러난 소설의 세계  (0) 2017.02.01
2006 올해의 영화들 정리  (3) 2006.12.12
반응형

판도라



나는 영화 ‘연가시’, ‘감기’, ‘해운대’를 무척이나 재미나게 보았다. 이 영화들이 주는 긴장감도 매우 즐겼고, 긴장감에 따라 가슴 졸이고 안도하며 다급해 했다. 또 남들은 ‘신파’라는 이름으로 비웃는 여러 장치들에 그저 마음이 열려서 펑펑 울었다. 영화를 본 뒤에도 ‘내 가족이 지금 평안하고 안전하니 얼마나 다행인가’하며 또 한 번 눈물을 흘렸다. 나는 장르 영화의 공식을 있는 그대로 신봉하고 있으며 그 자체로 좋아한다.

그런데 영화 판도라는 도무지 좋지가 않다.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영화 시작 5~10분이 흐른 뒤 우리 모친은 내게 “이 영화 배경이 80년대냐?”라고 물었다. 이 영화가 무시대적인 영화가 아닌 이상 이 말은 ‘언제적 영화길래 이토록 촌스럽냐’는 말이다. 대사가 이어지는 호흡, 인물들의 급격한 감정 변화는 마치 서너 개의 영화를 이어 붙인 것처럼 이상했다. 클라이막스가 대체 어딘지 모를 정도로 영화는 난장판이었는데, 이는 영화를 매우 평면적으로 보이게 했다. 예능조차 이토록 평면적으로 편집을 하지 않는 세상인데...

게다가 주인공들은 늘 고함을 질러대며 알 수 없는 사투리를 하는 통에 마치 흑백티비 시절의 선전영화같았다. 가뜩이나 원전반대라는 메시지가 뚜렷한 영화다보니 이 점은 더더욱 부각되었다.

120분의 지뢰밭 사이에서 안도감을 느끼던 순간은 김영애 씨가 등장하던 장면들뿐이었다.

반응형
반응형

컨택트(arrival)



드니 빌뵈브 감독의 전작인 <시카리오>를 그리 좋지 않게 보았다. 자신이 믿었던 정의가 허물어지는 것을 경험하는 주인공의 감정선이 너무 도식화되어 있었다.
다만, 연출력만큼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과잉되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탄력 있는 음악 같은 연출력이었다. 컨택트에서는 그의 이런 연출력이 정말 빛을 발했다. 원작이 워낙 유명한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트 창)여서,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이 단편 소설은 너무나 고전적이어서 그 이야기와 고조되는 분위기를 화면에 잘 나타낼 수 있을까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정말 잘 담아냈다. 내가 소설을 읽으면서 가졌던 정서나 느낌이 100%로 세상에 나타난 것 같았다. 손에 잡히지 않는 몽환적인 현실, 때로는 물 속에 잠겨 물 밖 도시를 바라보는 듯한 또렷하지 않은 현실감이 매우 잘 드러나 있었다. 게다가 수많은 SF와 달리 ‘언어’를 탐구해가는 과정은 정말 언어와 문장에 대한 탐미가 가득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래비티처럼 마지막에 ‘생의 감격’같은 것이 터지지가 않아서 영화의 묘가 반감됐다는 것이었다.

반응형
반응형
MY BESTs (1을 제외한 무순)

1. <우리학교>(한국)
2. <폭력써클>(한국)
3. <더 차일드>(벨기에)
4. <불편한 진실>(미국)
5. <녹차의 맛>(일본)
6. <마이애미 바이스>(미국)
7. <시티즌 독>(태국)
8. <가족의 탄생>(한국)
9.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망자의 함>(미국)
10. <카포티>(미국)

최우수 영화: 우리학교 (김명준 감독)
최우수 남우 주연상: 필립 시모어 호프만 (카포티), 류덕환 (천하장사 마돈나), 유 게 (야연)
최우수 여우 주연상: 공효진 (가족의 탄생)
최우수 남우 조연상: 연제욱 (폭력써클), 오광록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최우수 여우 조연상: 공리 (게이샤의 추억), 배두나 (괴물), 캐서린 키너 (카포티)
최우수 각본상: 짐 자무쉬 (커피와 담배)
최우수 신인상: 고아성 (괴물), 정경호 (폭력써클), 이태성 (폭력써클)
최우수 음악상: 우리학교 ('우리를 보시라' by 조선대학교 경음악단)
최우수 드라마상: 태릉선수촌
그냥 완소상: 정재영 (김대출, 거룩한 계보), 류승범 (사생결단, 가족의 탄생, 아치와 씨팍), 차승원 (혈의 누), 엄정화 (호로비츠를 위하여), 문소리 (가족의 탄생, 결혼 소식)
 

반응형
반응형
<폭력써클>이 단순히 고교 후까시 영화의 하나로 알려진 것은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 영화는 서너 가지의 의미로 내게 감동을 주었는데, 먼저는'함께 있을 때 우리는 두려운 것이 없었다'는 <친구>의 전설과 <친구>라는 영화가 소유하는 모든 세계에 대한 철저한 조롱때문이다.
우연한 기회에 '타이거'라는 이름으로 개개인의 아이들이 '함께' 묶여 버리자, 발생하는 모든 불행한 일들을 점진적으로 나열하는 것이 이 영화이기 때문이다.



함께 걸어가는 장면들을 마냥 애틋하게 바라볼 수 없게 하고, 또 고작해야 뒷모습만 비춘다.

조직에 대한 의리 판타지에 감독은 거의 분노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는데, 이것은 음악을 통해서 잘 드러난다. 싸움씬에서 이야기에 몰입하거나, 관객이 감정이입을 하지 못하도록, 그리하여 <정의에 대한 정당한 복수-보복>에 대한 감정이입을 막으려는 감독의 의지는 아주 확고해서 음악들은 매우 발랄하고 지독할만큼 경쾌하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때 터지는 음악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허를 찌르고, 화가 날 정도로 못되빠졌다.

<'친구 아이가...'와 '그 때 그 시절'이 그렇게도 좋으십니까, 어디 한 번 좋아해 보라>는 정면 도전이다. 임상수식의 머리 좋은 깐죽거림이나 (한석규가 풍선껌을 불고 있는 포스터 그림처럼), 이창동식의 거창한 시대반성이 아니라 돌고 도는, 곳곳에 팽배한 원처럼 쉴 새 없이 맞물려 돌고 있는 폭력으로 그 태도를 보여준다. 실컷 보여준 후에 사실 그대로 <이래도 조직과 의리가, 그 시절 향수가, 그렇게 좋아 미치겠습니까>라고. 1991년을 배경으로 삼고 무력한 노태우 정권과 범죄와의 전쟁, 실시간 중계되는 걸프전에 대한 언급이 조금씩 나오지만 과욕을 부리지 않고 단순히 '타이거'의 주인공들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 전개에 충실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뭔가를 아이콘으로 두고 이면의 이야기들을 서서히 수면이 상승하듯 보여주겠다는 '정교한' 방식은 우리 사회의 폭력적인 상황을 보여주기에 어울리지도 않는다.

두 번째로 내가 폭력서클에 대해서 감동을 받은 부분은, 이 영화가 <조직>에 대해 조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고괴담의 교실들처럼, 교실로 대표되는 그 사회 안에서 소외되는 개인의 상황도 극악스럽고 폭력적이지만, 한 개인이 조직화 되어 버리거나 사회화 되어 버리는 것 자체도 비극적이다. 왜냐하면 개인과 사회는 결코 한 대상이 다른 한 대상을 포섭하거나 대표할 수 없는 상호 순환적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타이거로 조직화되기 시작할 즈음, 운동장 수도가에서 개개인들이 그들을 피하기 시작하는 장면이 그렇다. 서클이 'circle'의 의미가 되기도 하지만, 90년대의 한국의 '서클'은 조직이었고 무리였다. 교실이라는 하나의 무리가 아닌, 개개성을 띄기 시작한 '무리들'의 충돌을 영화는 주로 다루고 있다.  

'무리' 속으로 개인을 대표하고 맡길 수 있다는 신화가 허황된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대학의 운동권들도 그러하고. 개인의 철저한 자기 반성 없이 '무리' 속으로, '연대' 속으로-속으로 들어가는 싸움. 폭력서클에서의 싸움은 주인공 남자 아이들의 개인적인 맨주먹 싸움 외에는 모두 조직 대 조직으로서의 싸움이다. 그래서 테니스 장에서의 두 아이들이 싸우는 장면은 콱하고 목이 메인다.







그리고 그냥 이 영화가 내게 준 것은,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 것인가를 묻는 첫 장면이다.



오히려 관조하듯, 폭력을 지켜보는 재구. 가장 폭력과 근접한 캐릭터인데 그로부터 자유롭다. 조직이 아닌 한 개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같은 폭력이지만 재구의 폭력은 폭력이 아니라, 과정이고 개인이 표현되는 표현의 형식이다.

학교라는 사회가 폭력의 또 다른 진원지인데 철저히 덮여진다. 입시때문에. '살아 남는 법을 가르치는 곳'.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살아남야야 하는건가... 살아남지 않겠다는건 죽는걸 말하는건가. 살아남지 않아도 살 수 있는건 아닐까, 왜 항상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하는 걸까. 보이지도 않는 적들을 향해 평생 돈키호테처럼 살아야 한다는 걸까. 정작 돈키호테를 괄시하면서. 안 미친 척 할 수 있는 끈기가 매너인가> 등등.



반응형

'책과 영화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판도라, 120분간의 지뢰밭  (0) 2017.02.01
컨택트, 눈 앞에 드러난 소설의 세계  (0) 2017.02.01
2006 올해의 영화들 정리  (3) 2006.12.12
마이애미 바이스 외  (5) 2006.12.02
후회하지 않아, 우리학교  (0) 2006.11.18
반응형
1. 애니씽 엘스

우디 알렌 단독일 때 보다 오히려 제이슨 빅스와 함께 나오니 굉장히 편하게 느껴진다. 난 일단 우디 알렌이 등장하고는 그 변하지 않는 표정으로 -곧 울 듯한 표정으로- 말을 해대기 시작하면 긴장한다. 게다가 그 말들 사이에서 행여나 뭔가 영화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말들이나 태도가 숨겨져 있을까봐 조바심내 했다. '애니홀'을 제외하곤 우디 알렌의 영화들을 어떤 의무감에 사로잡혀 보긴 봤으니 유쾌했던 경우가 없다. 졸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사실 '매치 포인트'도 중간에 결국 포기하고 자 버렸다. 끝 부분 즈음 굉장한 흡인력으로 한 순간에 관객을 휘감아 정서적 감동과 울림을 준다는 이야기들만 몇 번 들었지만, 다시 보고 싶진 않다.
이제 내게 영화는 내가 좋아해서 보는 것이지 대화 할 때 후달리지 않기 위해서거나, 촌스럽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내 무지를 감추려는 용도로서의 영화 보기는 폐기되었다. 하루에 몇 편씩 비디오를 보고 극장에서도 거의 매일 영화를 보던 시절에, 영화는 그냥 내 생활의 배경이었다. 그 때 나는 '진저스넵'처럼 우연히 집어 들었다가 몇 번이고 다시 보며 남들이 알아주건 말건 얼마든지 영화가 그 자체로도 흥미진진하고 스스로의 장르틀에 매여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의무감으로 본 우디 알렌의 영화들을 보았을 때의 기억때문에, 그의 영화는 선뜻 고르지 않게 되는데, 그래도 '애니홀'을 봤을 때 처럼 청량감을 놓치게 될까해서 집어 들게 된다.
제이슨 빅스와 우디 알렌의 콤비는 무척이나 속이 시원했고, 즐거웠다. 영화의 중반부에 등장하는 '총'과 관련한 어떤 해프닝이 우왕좌왕하면서 발생했으면 더 좋았을 법 했는데 아쉬웠고, 크리스티나 리치의 엄마로 등장하는  '스톡카드 채닝'(웨스트윙에 나오는 우리의 영부인!)이 더 그의 굵직한 목소리와 카리스마로 극을 전두지휘하는 부분이 있었으면 했다. 그녀의 '피아노'와 우디알렌의 '총'이 한 집에 들어오면서 긴장과 스트레스, 강박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데다가, 개념없고 자기 중심적인 고양이같은 크리스티나 리치의 무관심이 도화선이 되어서 우유부단한 제이슨 빅스가 코너로 몰리게 되고, 그것을 나레이팅하는 관조적인 입장으로서의 우디 알렌을 기대했는데 아쉽게 되었다.
하지만 제이슨 빅스가 작가를 연기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크리스티나 리치는 음 이제 비호감.

2. 마이애미 바이스

난 이제 마이클 만의 빠순이가 되었다.
내가 세계를 보는 이미지와 가장 흡사한 것이 마이클 만이다. 콜래트럴이나 마이애미 바이스.
나는 자의식이 강하고, 이질적인 내 세계가 완고해서 정서적으로 받는 감정들이 금새 포화상태가 된다. 언제나 내 자의식과 감정을 버리고 있지만, 버리는 속도와 차는 속도가 달라서 문제다. 그래서 내가 사람들을 많이-그리고-자주 못 만나는 것이다. 버리는 속도를 빨리해서 능률을 올리면 되겠지만 힘들다. 이 부분에서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기 시작하면 아마 난 모든 학업(혹은 직업)을 관둬야 할지도 모른다. 교회 생활과 학업(혹은 직업)을 병행하는 것과, 내 속도대로 나를 비워서, 그 빈 곳을 마음과 감정들로 채우는 일들이 느리게나마 진행되고 있다.
직업이 없으면 물론 인간관계가 좋아질 것이다. 난 사람들을 좋아하니까. 하지만 일단은 해야할 일이 있고 이 일도 내가 좋아하는 거고 뭐 블라 블라 블라
암튼 그래서 나는 책을 읽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부분을 생각을 하지 않고 사진같이 이미지로 기억을 한다.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포화상태가 금방 되기 때문에 나만의 관리 방식인 셈인데, 그래서 날씨와 햇볕에 많이 의존한다. 햇볕이 좋은 날씨면 그 날은 세상이 평화로운 날이고 뭐 그런 식이다. 색에도 민감한 편인데, 이건 서울시의 공기오염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강남역은 모든 게 엉망인 곳이되고, 인왕산 주변은 상대적으로 공기가 좋아 모든 게 조화로운 장소가 되는 것이다 내게 있어선.
무튼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몇 몇 풍경들이 있는데, 마이클 만은 그걸 잘 알더라는 것이다.
디지털로 화면을 잡았을 때 감정이 흘러 넘치는 이미지가 있고, 35미리 필름으로 찍었을 때 고전적인 이미지가 잡히는 장면이 있는데 그 차이를 잘 알더란 것. 카메라 감독의 눈과 감성은 35미리 필름인데 디지털로 바꿔만 놓으면 영화가 전체적으로 김샌 사이다같고 물먹은 스폰지같고, 45평 아파트에 채워넣은 가구는 엉성한 그런 빈약함이 든다.
그런데 '콜래트럴'때 확실히 느꼈지만 그는 정말 '도시'를 잘 알고, 도시와의 사랑-외로움을 함께 껴안고 사는 감성을 안다. 굉장히 동양적인 부분도 많다. 사소한 스침의 느낌이나 눈빛의 밀도 같은 부분을 표현할 때는 마이애미나 LA가 주는 화양연화같다.
'콜래트럴'보다 훨씬 좋다고 느낀 것은 리듬감. 소리로 리듬을 북돋우는 것이 아니라, 아예 이미지로 리듬을 만들어 낸다. 색으로 음의 영역인 리듬을 보여준다.


3. 캐러비안의 해적: 블랙 펄의 저주

2편인 '망자의 함'을 피치못할 사정으로 보러 들어가서 그만 내가 꿈꾸던 조니 뎁을 찾고 말았다. 나는 늘 조니 뎁이 엉뚱하고 냉소적이긴 하지만, 생기가 있고 통통 튀어 오를려는 에너지가 있는 모습이었으면 했다. 하지만 창백했다. (가위손) 아니면 느끼하거나. (초콜렛) 이도 저도 아니라면 주연급 배우답게 그냥 영웅적인 해결사 모습들. (심지어 '프롬 헬'에서조차) 브루스 윌리스나 제임스 본드식의 자기 캐릭터가 분명한 영웅도 아니고 그냥 잡지 화보나 유별난 사생활을 가진 자기의 모습 그대로이지 배우의 모습이 아니었다. '에드우드'는 좋았지만 뭔가 더 명랑하기를 바랬다. 괴상한 조증같은 게 아닌. 기름과 물처럼 늘 분리된 듯한 피곤함을 유발시키는 캐릭터들이 많았다.
그리고 올란도 블룸은 내가 싫어하는 얼굴형이어서, 키이라 나이틀리는 뭐랄까 너무 판에 박힌 느낌이 있어서 난 정말 이 영화에 일말의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망자의 함'을 보고 나서 난 뻔뻔 능청맞은 미워할 수 없는 시누이같은 모습의 캡틴 잭 스패로우에 엄청 즐거워졌고, 즐거웠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너무 좋아한다. '옛날 어디에 말이지...'로 시작하는 정말 '이야기'.

4.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초반에 보는데 약간 짜증이 났다. 안드리아가 징징대서.
그런데 보다 보니 딱 내 얘기더라. 미란다와도 같은, 자기 일 잘 하고 잘 해 내고 똑 부러지는 교수님들. 소설을 읽었지만 영화가 소설 보다 나았다. 특히 파랑색 스웨터와 블루 컬러와의 은유 부분에서는 오히려 소설에서 의미없이 지나간 부분을 잘 퍼올린 경우였다. what you do can tell who you are. so... do my best. 쩝
친구로 나온 릴리는 '렌트'에 나왔던 배우여서 되게 반가웠다. 메릴 스트립, 아 정말이지 배우라는 직업을 고귀하게 보게하는 배우다.

5. 디파티드

일단 맷 데이먼을 좋아하기 때문에 오랫만에 스크린으로 볼 수 있어서 기다렸다.
롯데 시네마라는 다소 특이한 곳을 갔는데 옛날 극장 기분이 나서 마음이 편안했다. 롯데월드 안에 있는데 극장으로서의 편의 시설도 후지도 1관과 다른 관 사이의 거리가 5분 이상 되고, 미로같은 곳에서 찾아 헤매야 한다.
그냥 좋지도, 나쁘지도 않게 보았다.
극장에 가면 오른쪽 어깨 부터 목으로 올라와서 뒷골까지... 귀 옆 오른쪽 머리가 찌릿찌릿하게 전기가 통하듯이 아프곤 했는데 난 그게 우발적인 건지 알았다. 그런데 평소 아무렇지도 않다가 한 달여 만에 '후회하지 않아'를 보러 극장에 갔을 때 또 아팠고, (부산영화제에서도 영화관에 들어가면 아팠다.) 와 또 몇 주 후 '디파티드'를 보러 갔을 때도 그런 거다. 작년에는 간혹 그러긴 했지만 극장과 관련이 있다고는 생각안했는데 거의 확실하게 되었다. KTX도 그렇다. 갇힌 공간이 스트레스가 되고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되는 것 같다.
어쨋거나 머리가 아파서 혼미한 상태로 보아서 더 무덤덤하게 봤는지도 모르겠다. 디카프리오는 자기가 하고 싶은 연기를 하면서, 굉장히 '아이돌'로서나 '스타'로서의 모습에 연연하지 않는 듯 해서 괜찮았다. '타이타닉' 이후 엉거주춤하더니 결국 자기 갈 길을 잘 간다. 맷 데이먼도 그래서 부러워하는 인생을 가진 사람이다.

6. 책 두 권

'사립학교 아이들', '공중그네-인더풀'
머리가 복잡해서 그냥 재밌게 읽고 싶어서 샀다. 난 언제나 '이야기'- 문학이 주는 그 거대한 상상력과 호기심의 바다로 가서 실컷 놀다와야되는 사람이어서 이야기책을 사려고 서성거렸다. 어떤 때는 남미쪽 책들, 어떤 때는 미국쪽 책들, 어떤 때는 유럽의 고전들, 그리고 간혹 우리 소설이나 일본 소설들을 본다. 사립학교 아이들은 미국 책인데, 십대의 자전적 기숙학교 생활 이야기라 소녀들의 감정이나 관계에 대한 몰두가 재밌을 것 같아서 샀다. 읽을 만 한 책이었고 실제로 디테일도 좋다. 하지만 한 1/3쯤 지나니 너무 구태의연하고 지루해져서 거의 속독으로 읽었다. 일단 나레이터인 주인공이 심하게 재미없었다.
그리고 일본 소설인 '공중그네'와 '인더풀'. 인더풀은 공중그네의 2탄격인 모양이다. 거짓말 안하고 2시간 반 정도면 두 권 다 읽는다. 얇다. 그리고 그냥 재밌다. 만화같다. 에피소드별로 있어서 굳이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일본 만화를 제외한 모든 장르의 지루함과 지겨움, 순진함이 전부 노출되 있어서 역시나 읽고 나면 되게 짜증나고 찝찝해진다. 이런 토양에서 어째서 '기타노 다케시'나 '감각의 제국', '마루야마 겐지' 같은 걸출한 이들과 작품들이 태어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세상에 '공각 기동대'를 만들어낸 나라야...
 
반응형
반응형
1.
<후회하지 않아>를 보았다.
그냥 극장 근처를 지나가던 참이었고, 때마침 시간도 있었고, 돈도 있었다.  그래서 극장엘 가긴 갔는데, 통 보고 싶은 영화가 없는거다.  그래도 극장까지 올라 온 게 아까워서 봤다.  동성애자에 대한 이슈를 <엄정한 인권의 논리 언어로 읽는 게 싫어서> 드라마 속으로 뛰어들어 보자 했다.  보는 동안 의도한 수확이 엄청나게 컸다.  남-여의 구도 대신 '동성'의 사랑 구도에는 관습적 권력 관계가 없더라는 것. 권력 관계가 있다면 돈이 있고 없고 뿐.
보통 돈이 많은 남자가 돈이 없는 여자에게 하는 PC한 행동, 돈이 많은 여자가 돈이 없는 남자에게 하는 PC한 상황들이 관습적으로 덕지덕지 붙게 되는데, 또 붙어서 극을 관람하게 되는데, 이 영화에는 사랑하고 사랑하는 것에 대해, 내가 머리가 아닌-심장으로 눈치 챌 부분이 있었다.
신선했다.
그리고 막 나도 사랑이 하고 싶어졌다.

그런데, 의도치 않았던 전혀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상황을 맞았다. 한국에서 퀴어 영화를 관람하러 오는 사람들이, 오는 사람들을 의식하고-의식되는 상황을 겪게 되었다.
아.
쿵쾅- 하고 그 상황이 내게 왔을 때, 알게 되었다.
게이 커플들, 레즈비언 커플들이 매일 매일 매일 매일 매일 매일 사는 일상은 이런 일상이구나. 아니 적어도 내가 속편하게 살아 재끼는 일상에서, 불공평하게 받아야 하는 시선의 횟수가 절대적으로 많구나.

태도에 있어서 역지사지가 되지 않는다면 역시 경험을 해야한다.
자, 이것은 소수자에 대한 거만한 주류가 알량하게 하는 동정인가. 연민인가. 내 기만적인 싸구려 이해 행위인가.
그렇게 보여도 할 수 없다.  나는 내가 살아온 인생의 틀 안에서, 내가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는 행위의 틀 속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틀은 내가 '쉬지 않는 한' 움직이고, 진보한다 아름답게.
마음이 한 길에서 다른 한 길로 흐르는 거, 가는 거, 거기에 '자격'이 있을까.
가짜는 스스로 표독해져서 얕아져서 어느 순간 말라 버릴 것이고, 가짜가 말라버리던 말건 내가 바짝바짝 말라버리지 않게 경계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일거다.
진심이라고 믿는 순간, 돌아보면 또 가짜가 되 버렸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내가 가짜가 안 되도록 '내 생각이 정말 내 생각인지 곰곰곰 보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내가 개신교도여서, 스트레이트여서 동성애 저변 지변에 대해 마음 가는 걸 막을 '자격'은 또 누가 부여하는 것일까. 섬처럼 갇힌 남한 사회가 주는 극악한 악다구니 속에서, 열등감을 못 벗고 서로 서로 자격부여 갉아먹기 싸움하는 것- 싸우다 보면 왜 싸우는지도 모를 싸움 - 사랑만 하기에도 부족한데.

그래서 나는 영화를 보러 가서, 그 영화가 왜 상영하기까지 힘들었고-상영되고 나서도 시시각각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배우들이 감독들이 그 영화를 아꼈는지-그런 이상한 외적 상황에 대해 더 많은 울림을 받고 왔다. 난 보통 작품 안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다 말하지 못한 작품들을 '못난 변명'이라고 생각해 오곤 했었는데.
무튼, 미워할 수 없는 영화였다. 약았어!

2.
<우리학교>를 보는 내내 화가 났다가 눈물이 났다가 했다.
화가 났던 이유는 노파심 때문이었다. 조급함 때문이었다.
재일 조선인들이 다들 저렇게 밝기만 하고 그들의 세계 속에서 '착한 고민'만 하고 살거라고 생각하면 어쩌나,여서.
그런데 지금 다시 또 떠올려 보면 감독님이 고맙다. 할 말이 얼마나 많았을까. 그런데 그 물음을 우리에게 양보해 주어서, 그 여지를 우리에게 '믿고' 남겨 주어서 고맙다. 좋은 영화였다.
지금도 이 영화 기사를 읽으면 눈물이 난다.
http://www.cine21.com/Index/magazine.php?mm=005001001&pageNo=3&mag_id=42494
http://www.cine21.com/Index/magazine.php?mm=005001001&pageNo=3&mag_id=42495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