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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트는 이미 미적인 경험과 관조를 동일시했다. 쇼펜하우어는 관조가 유일한 탈출 유형으로 … 모든 다른 경험 유형들 속에 우리를 빠져들게 하는 지속적 의지로부터 우리 자신들을 자유롭게 한다는 것을 주장했다.

… 도덕의 위대한 비밀은 사랑이거나 혹은 사유, 행위, 혹은 우리 자신이 아닌,  사람의 속에 존재하는 아름다움과 우리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과 우리의 본성 밖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탁월하게 선한 사람은 강렬하고도 지각력 있게 상상해야만 한다."라고 쉘링은 말했다.

- John Dewey, The Later Works of John Dewey

그래서 비도덕적인 사람의 모습은 추하다. 그는 미에 대한 자신의 눈이 없다. 다른 이들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을 관찰하고 습득할 뿐이다. 그는 관찰은 할 수 있어도 관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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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사랑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 사실을 잊어 버리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오직 사랑에만 매달린 채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 밀란 쿤데라, 예지 La sagesse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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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대"(the me decade), 즉 청년기와 유년기를 어떤 특별하며 타락하지 않은 진리를 가진 것으로 이상화 시키는 사람. 그리고 이상화 시키지 않더라도 희화화시키며 끊임 없이 청년기와 유년기 소재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 희화화 뿐 아니라, 지독하게 피해의식에 가득찬 채로 나 불쌍해를 연발하며 청년기와 유년기를 말하는 사람.

지겨워 죽겠어 아주 그냥. 그만 좀 쫑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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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위안을 주는 글들이다. 철학자라기 보다는 사상가라기 보다는, 아직은 에세이스트에 불과하다고 하는 말들에도 여전히 우리가 벤야민을 뜨겁게 숨기는 이유. 내가 벤야민을 처음 만난 건, 파리에 관한 그의 도시 공간에 관한 글들이었다. 나는 언제나 사물을 사랑한다는 말 외에는 달리 어떤 정감과, 감흥, 심리를 설명할 길이 없었는데 '실내'라는 모티브로 새 이야기를 꺼내는구나. 사실 이 글이 어떤 이야기에서 나온 말인지, 또 이 글을 전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포우는 왜 등장을 하였는지, 중간계급의 민간 시민이라는 것이 어떤 지위인지 등등. 하지만 "세계로 가는 길", "인간존재", "물건", "고되게 사용되는 일(노동)", "흔적"에서 하이데거의 소논문 <예술작품의 근워>이 겹쳐서 한결 독해의 경험이 풍부해진다.

수집가는 멀어지거나 지나가버린 세계로 가는 길뿐만 아니라 그것보다 나은 길을 꿈꾼다. 이 한결 나은 길에서 인간존재는 어쨌든 간에 일상세계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받지만, 물건은 고되게 사용되는 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중략

거주한다는 것은 흔적을 남긴다는 것이다. 실내에서 이것은 두드러진다. 침대이불과 의자담요, 그릇과 용기가 꽤 많이 발명된다. 이것들에 대부분의 일상적 소비대상의 흔적이 남게 된다. 똑같은 식으로 거주민의 흔적이 실내에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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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BESTs (1을 제외한 무순)

1. <우리학교>(한국)
2. <폭력써클>(한국)
3. <더 차일드>(벨기에)
4. <불편한 진실>(미국)
5. <녹차의 맛>(일본)
6. <마이애미 바이스>(미국)
7. <시티즌 독>(태국)
8. <가족의 탄생>(한국)
9.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망자의 함>(미국)
10. <카포티>(미국)

최우수 영화: 우리학교 (김명준 감독)
최우수 남우 주연상: 필립 시모어 호프만 (카포티), 류덕환 (천하장사 마돈나), 유 게 (야연)
최우수 여우 주연상: 공효진 (가족의 탄생)
최우수 남우 조연상: 연제욱 (폭력써클), 오광록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최우수 여우 조연상: 공리 (게이샤의 추억), 배두나 (괴물), 캐서린 키너 (카포티)
최우수 각본상: 짐 자무쉬 (커피와 담배)
최우수 신인상: 고아성 (괴물), 정경호 (폭력써클), 이태성 (폭력써클)
최우수 음악상: 우리학교 ('우리를 보시라' by 조선대학교 경음악단)
최우수 드라마상: 태릉선수촌
그냥 완소상: 정재영 (김대출, 거룩한 계보), 류승범 (사생결단, 가족의 탄생, 아치와 씨팍), 차승원 (혈의 누), 엄정화 (호로비츠를 위하여), 문소리 (가족의 탄생, 결혼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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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써클>이 단순히 고교 후까시 영화의 하나로 알려진 것은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 영화는 서너 가지의 의미로 내게 감동을 주었는데, 먼저는'함께 있을 때 우리는 두려운 것이 없었다'는 <친구>의 전설과 <친구>라는 영화가 소유하는 모든 세계에 대한 철저한 조롱때문이다.
우연한 기회에 '타이거'라는 이름으로 개개인의 아이들이 '함께' 묶여 버리자, 발생하는 모든 불행한 일들을 점진적으로 나열하는 것이 이 영화이기 때문이다.



함께 걸어가는 장면들을 마냥 애틋하게 바라볼 수 없게 하고, 또 고작해야 뒷모습만 비춘다.

조직에 대한 의리 판타지에 감독은 거의 분노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는데, 이것은 음악을 통해서 잘 드러난다. 싸움씬에서 이야기에 몰입하거나, 관객이 감정이입을 하지 못하도록, 그리하여 <정의에 대한 정당한 복수-보복>에 대한 감정이입을 막으려는 감독의 의지는 아주 확고해서 음악들은 매우 발랄하고 지독할만큼 경쾌하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때 터지는 음악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허를 찌르고, 화가 날 정도로 못되빠졌다.

<'친구 아이가...'와 '그 때 그 시절'이 그렇게도 좋으십니까, 어디 한 번 좋아해 보라>는 정면 도전이다. 임상수식의 머리 좋은 깐죽거림이나 (한석규가 풍선껌을 불고 있는 포스터 그림처럼), 이창동식의 거창한 시대반성이 아니라 돌고 도는, 곳곳에 팽배한 원처럼 쉴 새 없이 맞물려 돌고 있는 폭력으로 그 태도를 보여준다. 실컷 보여준 후에 사실 그대로 <이래도 조직과 의리가, 그 시절 향수가, 그렇게 좋아 미치겠습니까>라고. 1991년을 배경으로 삼고 무력한 노태우 정권과 범죄와의 전쟁, 실시간 중계되는 걸프전에 대한 언급이 조금씩 나오지만 과욕을 부리지 않고 단순히 '타이거'의 주인공들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 전개에 충실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뭔가를 아이콘으로 두고 이면의 이야기들을 서서히 수면이 상승하듯 보여주겠다는 '정교한' 방식은 우리 사회의 폭력적인 상황을 보여주기에 어울리지도 않는다.

두 번째로 내가 폭력서클에 대해서 감동을 받은 부분은, 이 영화가 <조직>에 대해 조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고괴담의 교실들처럼, 교실로 대표되는 그 사회 안에서 소외되는 개인의 상황도 극악스럽고 폭력적이지만, 한 개인이 조직화 되어 버리거나 사회화 되어 버리는 것 자체도 비극적이다. 왜냐하면 개인과 사회는 결코 한 대상이 다른 한 대상을 포섭하거나 대표할 수 없는 상호 순환적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타이거로 조직화되기 시작할 즈음, 운동장 수도가에서 개개인들이 그들을 피하기 시작하는 장면이 그렇다. 서클이 'circle'의 의미가 되기도 하지만, 90년대의 한국의 '서클'은 조직이었고 무리였다. 교실이라는 하나의 무리가 아닌, 개개성을 띄기 시작한 '무리들'의 충돌을 영화는 주로 다루고 있다.  

'무리' 속으로 개인을 대표하고 맡길 수 있다는 신화가 허황된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대학의 운동권들도 그러하고. 개인의 철저한 자기 반성 없이 '무리' 속으로, '연대' 속으로-속으로 들어가는 싸움. 폭력서클에서의 싸움은 주인공 남자 아이들의 개인적인 맨주먹 싸움 외에는 모두 조직 대 조직으로서의 싸움이다. 그래서 테니스 장에서의 두 아이들이 싸우는 장면은 콱하고 목이 메인다.







그리고 그냥 이 영화가 내게 준 것은,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 것인가를 묻는 첫 장면이다.



오히려 관조하듯, 폭력을 지켜보는 재구. 가장 폭력과 근접한 캐릭터인데 그로부터 자유롭다. 조직이 아닌 한 개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같은 폭력이지만 재구의 폭력은 폭력이 아니라, 과정이고 개인이 표현되는 표현의 형식이다.

학교라는 사회가 폭력의 또 다른 진원지인데 철저히 덮여진다. 입시때문에. '살아 남는 법을 가르치는 곳'.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살아남야야 하는건가... 살아남지 않겠다는건 죽는걸 말하는건가. 살아남지 않아도 살 수 있는건 아닐까, 왜 항상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하는 걸까. 보이지도 않는 적들을 향해 평생 돈키호테처럼 살아야 한다는 걸까. 정작 돈키호테를 괄시하면서. 안 미친 척 할 수 있는 끈기가 매너인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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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애니씽 엘스

우디 알렌 단독일 때 보다 오히려 제이슨 빅스와 함께 나오니 굉장히 편하게 느껴진다. 난 일단 우디 알렌이 등장하고는 그 변하지 않는 표정으로 -곧 울 듯한 표정으로- 말을 해대기 시작하면 긴장한다. 게다가 그 말들 사이에서 행여나 뭔가 영화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말들이나 태도가 숨겨져 있을까봐 조바심내 했다. '애니홀'을 제외하곤 우디 알렌의 영화들을 어떤 의무감에 사로잡혀 보긴 봤으니 유쾌했던 경우가 없다. 졸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사실 '매치 포인트'도 중간에 결국 포기하고 자 버렸다. 끝 부분 즈음 굉장한 흡인력으로 한 순간에 관객을 휘감아 정서적 감동과 울림을 준다는 이야기들만 몇 번 들었지만, 다시 보고 싶진 않다.
이제 내게 영화는 내가 좋아해서 보는 것이지 대화 할 때 후달리지 않기 위해서거나, 촌스럽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내 무지를 감추려는 용도로서의 영화 보기는 폐기되었다. 하루에 몇 편씩 비디오를 보고 극장에서도 거의 매일 영화를 보던 시절에, 영화는 그냥 내 생활의 배경이었다. 그 때 나는 '진저스넵'처럼 우연히 집어 들었다가 몇 번이고 다시 보며 남들이 알아주건 말건 얼마든지 영화가 그 자체로도 흥미진진하고 스스로의 장르틀에 매여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의무감으로 본 우디 알렌의 영화들을 보았을 때의 기억때문에, 그의 영화는 선뜻 고르지 않게 되는데, 그래도 '애니홀'을 봤을 때 처럼 청량감을 놓치게 될까해서 집어 들게 된다.
제이슨 빅스와 우디 알렌의 콤비는 무척이나 속이 시원했고, 즐거웠다. 영화의 중반부에 등장하는 '총'과 관련한 어떤 해프닝이 우왕좌왕하면서 발생했으면 더 좋았을 법 했는데 아쉬웠고, 크리스티나 리치의 엄마로 등장하는  '스톡카드 채닝'(웨스트윙에 나오는 우리의 영부인!)이 더 그의 굵직한 목소리와 카리스마로 극을 전두지휘하는 부분이 있었으면 했다. 그녀의 '피아노'와 우디알렌의 '총'이 한 집에 들어오면서 긴장과 스트레스, 강박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데다가, 개념없고 자기 중심적인 고양이같은 크리스티나 리치의 무관심이 도화선이 되어서 우유부단한 제이슨 빅스가 코너로 몰리게 되고, 그것을 나레이팅하는 관조적인 입장으로서의 우디 알렌을 기대했는데 아쉽게 되었다.
하지만 제이슨 빅스가 작가를 연기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크리스티나 리치는 음 이제 비호감.

2. 마이애미 바이스

난 이제 마이클 만의 빠순이가 되었다.
내가 세계를 보는 이미지와 가장 흡사한 것이 마이클 만이다. 콜래트럴이나 마이애미 바이스.
나는 자의식이 강하고, 이질적인 내 세계가 완고해서 정서적으로 받는 감정들이 금새 포화상태가 된다. 언제나 내 자의식과 감정을 버리고 있지만, 버리는 속도와 차는 속도가 달라서 문제다. 그래서 내가 사람들을 많이-그리고-자주 못 만나는 것이다. 버리는 속도를 빨리해서 능률을 올리면 되겠지만 힘들다. 이 부분에서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기 시작하면 아마 난 모든 학업(혹은 직업)을 관둬야 할지도 모른다. 교회 생활과 학업(혹은 직업)을 병행하는 것과, 내 속도대로 나를 비워서, 그 빈 곳을 마음과 감정들로 채우는 일들이 느리게나마 진행되고 있다.
직업이 없으면 물론 인간관계가 좋아질 것이다. 난 사람들을 좋아하니까. 하지만 일단은 해야할 일이 있고 이 일도 내가 좋아하는 거고 뭐 블라 블라 블라
암튼 그래서 나는 책을 읽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부분을 생각을 하지 않고 사진같이 이미지로 기억을 한다.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포화상태가 금방 되기 때문에 나만의 관리 방식인 셈인데, 그래서 날씨와 햇볕에 많이 의존한다. 햇볕이 좋은 날씨면 그 날은 세상이 평화로운 날이고 뭐 그런 식이다. 색에도 민감한 편인데, 이건 서울시의 공기오염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강남역은 모든 게 엉망인 곳이되고, 인왕산 주변은 상대적으로 공기가 좋아 모든 게 조화로운 장소가 되는 것이다 내게 있어선.
무튼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몇 몇 풍경들이 있는데, 마이클 만은 그걸 잘 알더라는 것이다.
디지털로 화면을 잡았을 때 감정이 흘러 넘치는 이미지가 있고, 35미리 필름으로 찍었을 때 고전적인 이미지가 잡히는 장면이 있는데 그 차이를 잘 알더란 것. 카메라 감독의 눈과 감성은 35미리 필름인데 디지털로 바꿔만 놓으면 영화가 전체적으로 김샌 사이다같고 물먹은 스폰지같고, 45평 아파트에 채워넣은 가구는 엉성한 그런 빈약함이 든다.
그런데 '콜래트럴'때 확실히 느꼈지만 그는 정말 '도시'를 잘 알고, 도시와의 사랑-외로움을 함께 껴안고 사는 감성을 안다. 굉장히 동양적인 부분도 많다. 사소한 스침의 느낌이나 눈빛의 밀도 같은 부분을 표현할 때는 마이애미나 LA가 주는 화양연화같다.
'콜래트럴'보다 훨씬 좋다고 느낀 것은 리듬감. 소리로 리듬을 북돋우는 것이 아니라, 아예 이미지로 리듬을 만들어 낸다. 색으로 음의 영역인 리듬을 보여준다.


3. 캐러비안의 해적: 블랙 펄의 저주

2편인 '망자의 함'을 피치못할 사정으로 보러 들어가서 그만 내가 꿈꾸던 조니 뎁을 찾고 말았다. 나는 늘 조니 뎁이 엉뚱하고 냉소적이긴 하지만, 생기가 있고 통통 튀어 오를려는 에너지가 있는 모습이었으면 했다. 하지만 창백했다. (가위손) 아니면 느끼하거나. (초콜렛) 이도 저도 아니라면 주연급 배우답게 그냥 영웅적인 해결사 모습들. (심지어 '프롬 헬'에서조차) 브루스 윌리스나 제임스 본드식의 자기 캐릭터가 분명한 영웅도 아니고 그냥 잡지 화보나 유별난 사생활을 가진 자기의 모습 그대로이지 배우의 모습이 아니었다. '에드우드'는 좋았지만 뭔가 더 명랑하기를 바랬다. 괴상한 조증같은 게 아닌. 기름과 물처럼 늘 분리된 듯한 피곤함을 유발시키는 캐릭터들이 많았다.
그리고 올란도 블룸은 내가 싫어하는 얼굴형이어서, 키이라 나이틀리는 뭐랄까 너무 판에 박힌 느낌이 있어서 난 정말 이 영화에 일말의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망자의 함'을 보고 나서 난 뻔뻔 능청맞은 미워할 수 없는 시누이같은 모습의 캡틴 잭 스패로우에 엄청 즐거워졌고, 즐거웠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너무 좋아한다. '옛날 어디에 말이지...'로 시작하는 정말 '이야기'.

4.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초반에 보는데 약간 짜증이 났다. 안드리아가 징징대서.
그런데 보다 보니 딱 내 얘기더라. 미란다와도 같은, 자기 일 잘 하고 잘 해 내고 똑 부러지는 교수님들. 소설을 읽었지만 영화가 소설 보다 나았다. 특히 파랑색 스웨터와 블루 컬러와의 은유 부분에서는 오히려 소설에서 의미없이 지나간 부분을 잘 퍼올린 경우였다. what you do can tell who you are. so... do my best. 쩝
친구로 나온 릴리는 '렌트'에 나왔던 배우여서 되게 반가웠다. 메릴 스트립, 아 정말이지 배우라는 직업을 고귀하게 보게하는 배우다.

5. 디파티드

일단 맷 데이먼을 좋아하기 때문에 오랫만에 스크린으로 볼 수 있어서 기다렸다.
롯데 시네마라는 다소 특이한 곳을 갔는데 옛날 극장 기분이 나서 마음이 편안했다. 롯데월드 안에 있는데 극장으로서의 편의 시설도 후지도 1관과 다른 관 사이의 거리가 5분 이상 되고, 미로같은 곳에서 찾아 헤매야 한다.
그냥 좋지도, 나쁘지도 않게 보았다.
극장에 가면 오른쪽 어깨 부터 목으로 올라와서 뒷골까지... 귀 옆 오른쪽 머리가 찌릿찌릿하게 전기가 통하듯이 아프곤 했는데 난 그게 우발적인 건지 알았다. 그런데 평소 아무렇지도 않다가 한 달여 만에 '후회하지 않아'를 보러 극장에 갔을 때 또 아팠고, (부산영화제에서도 영화관에 들어가면 아팠다.) 와 또 몇 주 후 '디파티드'를 보러 갔을 때도 그런 거다. 작년에는 간혹 그러긴 했지만 극장과 관련이 있다고는 생각안했는데 거의 확실하게 되었다. KTX도 그렇다. 갇힌 공간이 스트레스가 되고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되는 것 같다.
어쨋거나 머리가 아파서 혼미한 상태로 보아서 더 무덤덤하게 봤는지도 모르겠다. 디카프리오는 자기가 하고 싶은 연기를 하면서, 굉장히 '아이돌'로서나 '스타'로서의 모습에 연연하지 않는 듯 해서 괜찮았다. '타이타닉' 이후 엉거주춤하더니 결국 자기 갈 길을 잘 간다. 맷 데이먼도 그래서 부러워하는 인생을 가진 사람이다.

6. 책 두 권

'사립학교 아이들', '공중그네-인더풀'
머리가 복잡해서 그냥 재밌게 읽고 싶어서 샀다. 난 언제나 '이야기'- 문학이 주는 그 거대한 상상력과 호기심의 바다로 가서 실컷 놀다와야되는 사람이어서 이야기책을 사려고 서성거렸다. 어떤 때는 남미쪽 책들, 어떤 때는 미국쪽 책들, 어떤 때는 유럽의 고전들, 그리고 간혹 우리 소설이나 일본 소설들을 본다. 사립학교 아이들은 미국 책인데, 십대의 자전적 기숙학교 생활 이야기라 소녀들의 감정이나 관계에 대한 몰두가 재밌을 것 같아서 샀다. 읽을 만 한 책이었고 실제로 디테일도 좋다. 하지만 한 1/3쯤 지나니 너무 구태의연하고 지루해져서 거의 속독으로 읽었다. 일단 나레이터인 주인공이 심하게 재미없었다.
그리고 일본 소설인 '공중그네'와 '인더풀'. 인더풀은 공중그네의 2탄격인 모양이다. 거짓말 안하고 2시간 반 정도면 두 권 다 읽는다. 얇다. 그리고 그냥 재밌다. 만화같다. 에피소드별로 있어서 굳이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일본 만화를 제외한 모든 장르의 지루함과 지겨움, 순진함이 전부 노출되 있어서 역시나 읽고 나면 되게 짜증나고 찝찝해진다. 이런 토양에서 어째서 '기타노 다케시'나 '감각의 제국', '마루야마 겐지' 같은 걸출한 이들과 작품들이 태어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세상에 '공각 기동대'를 만들어낸 나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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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후회하지 않아>를 보았다.
그냥 극장 근처를 지나가던 참이었고, 때마침 시간도 있었고, 돈도 있었다.  그래서 극장엘 가긴 갔는데, 통 보고 싶은 영화가 없는거다.  그래도 극장까지 올라 온 게 아까워서 봤다.  동성애자에 대한 이슈를 <엄정한 인권의 논리 언어로 읽는 게 싫어서> 드라마 속으로 뛰어들어 보자 했다.  보는 동안 의도한 수확이 엄청나게 컸다.  남-여의 구도 대신 '동성'의 사랑 구도에는 관습적 권력 관계가 없더라는 것. 권력 관계가 있다면 돈이 있고 없고 뿐.
보통 돈이 많은 남자가 돈이 없는 여자에게 하는 PC한 행동, 돈이 많은 여자가 돈이 없는 남자에게 하는 PC한 상황들이 관습적으로 덕지덕지 붙게 되는데, 또 붙어서 극을 관람하게 되는데, 이 영화에는 사랑하고 사랑하는 것에 대해, 내가 머리가 아닌-심장으로 눈치 챌 부분이 있었다.
신선했다.
그리고 막 나도 사랑이 하고 싶어졌다.

그런데, 의도치 않았던 전혀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상황을 맞았다. 한국에서 퀴어 영화를 관람하러 오는 사람들이, 오는 사람들을 의식하고-의식되는 상황을 겪게 되었다.
아.
쿵쾅- 하고 그 상황이 내게 왔을 때, 알게 되었다.
게이 커플들, 레즈비언 커플들이 매일 매일 매일 매일 매일 매일 사는 일상은 이런 일상이구나. 아니 적어도 내가 속편하게 살아 재끼는 일상에서, 불공평하게 받아야 하는 시선의 횟수가 절대적으로 많구나.

태도에 있어서 역지사지가 되지 않는다면 역시 경험을 해야한다.
자, 이것은 소수자에 대한 거만한 주류가 알량하게 하는 동정인가. 연민인가. 내 기만적인 싸구려 이해 행위인가.
그렇게 보여도 할 수 없다.  나는 내가 살아온 인생의 틀 안에서, 내가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는 행위의 틀 속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틀은 내가 '쉬지 않는 한' 움직이고, 진보한다 아름답게.
마음이 한 길에서 다른 한 길로 흐르는 거, 가는 거, 거기에 '자격'이 있을까.
가짜는 스스로 표독해져서 얕아져서 어느 순간 말라 버릴 것이고, 가짜가 말라버리던 말건 내가 바짝바짝 말라버리지 않게 경계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일거다.
진심이라고 믿는 순간, 돌아보면 또 가짜가 되 버렸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내가 가짜가 안 되도록 '내 생각이 정말 내 생각인지 곰곰곰 보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내가 개신교도여서, 스트레이트여서 동성애 저변 지변에 대해 마음 가는 걸 막을 '자격'은 또 누가 부여하는 것일까. 섬처럼 갇힌 남한 사회가 주는 극악한 악다구니 속에서, 열등감을 못 벗고 서로 서로 자격부여 갉아먹기 싸움하는 것- 싸우다 보면 왜 싸우는지도 모를 싸움 - 사랑만 하기에도 부족한데.

그래서 나는 영화를 보러 가서, 그 영화가 왜 상영하기까지 힘들었고-상영되고 나서도 시시각각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배우들이 감독들이 그 영화를 아꼈는지-그런 이상한 외적 상황에 대해 더 많은 울림을 받고 왔다. 난 보통 작품 안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다 말하지 못한 작품들을 '못난 변명'이라고 생각해 오곤 했었는데.
무튼, 미워할 수 없는 영화였다. 약았어!

2.
<우리학교>를 보는 내내 화가 났다가 눈물이 났다가 했다.
화가 났던 이유는 노파심 때문이었다. 조급함 때문이었다.
재일 조선인들이 다들 저렇게 밝기만 하고 그들의 세계 속에서 '착한 고민'만 하고 살거라고 생각하면 어쩌나,여서.
그런데 지금 다시 또 떠올려 보면 감독님이 고맙다. 할 말이 얼마나 많았을까. 그런데 그 물음을 우리에게 양보해 주어서, 그 여지를 우리에게 '믿고' 남겨 주어서 고맙다. 좋은 영화였다.
지금도 이 영화 기사를 읽으면 눈물이 난다.
http://www.cine21.com/Index/magazine.php?mm=005001001&pageNo=3&mag_id=42494
http://www.cine21.com/Index/magazine.php?mm=005001001&pageNo=3&mag_id=42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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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원씨 웹-better than prozac씨의 웹을 거쳐.

시뮬라끄르의 용어 사용에 대해 긴 글을 쓰다가 '내가 왜 바보들에게 시간을 쓰는 걸까' 싶었다.
글을 관두고 <들뢰즈랑 칸트가 공통감에서 어떻게 갈라지는지> 이야기겸 글을 듣다가,
그래서 칸트를 다시 떠올렸는데, '내가 제일 바보'더라.
사람이 사람한테 말을 하는데 상식적인(유행하고 떠도는 것이 아닌) 말을 한다는 것.
결국 그래서 칸트는 윤리로 회귀하듯.
어제 우리 지도교수님 때문에 조금 울었다. 선생님의 인품과 인생이 감동을 주어서-
대왕펭귄같은 우리 선새엥님 사랑해요!

October 8, 2005
책을 읽으면서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을 비판적 독서라 착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들의 독후감은 자신의 입장에서 그 책의 한계를 지적하는 술어들로 채워진다.
그러나 이는 피상적 훑기일 뿐이다.


진정한 비판은 그러한 독서 이후에 그 책을 다시 읽음re-read으로써만 가능하다.
가령 처음 읽을 때는 지루하다고 여겨지던 부분도 '이 저자는 왜 이걸 썼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다시 말해서 저자의 입장에서 읽어보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었음을 알아차릴 수도 있다.
이러한 독서는 텍스트 내부에 입각하여 읽는 것이고,
그러한 과정에서 텍스트를 비판하는 것이므로 내재적 비판이라 할 수 있다.

머리가 영리하고 똑똑한 사람들은 대체로 훑어보기에 능하다.
그들은 텍스트를 읽으면서 항상 자신의 머리를 이리저리 굴린다.
텍스트에 온전히 파묻히지 못한다.
텍스트를 앞질러 나간다.
선생은 3페이지를 설명하고 있는데 그걸 눈으로 다 읽은 뒤 벌써 5페이지를 뒤적거리고 있다.
책읽기를 업무처리 하듯이 한다.
필사 따위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굼뜨고 더딘 사람이 똑똑하고 재빠른 사람들보다,
업무처리에는 미숙할지 몰라도 책으로부터는 결국 더 많은 것을 얻어낸다.
Posted by gaudium at 2:2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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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11월 20일

영실에게.

이곳 생활은 몹시 외롭다. 아침에 일어나서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가? 마음속의 무거운 짐을 내릴 수 있는 장소가 없다는 것은 얼마나 견디기 어려운 일인가! 그러기에 일 년 만에 받은 것이라 할지라도 서울에 있는 사촌동생으로부터 "오빠, 당신은 우리들이 가장 사랑하는 오빠라는 것을 항상 잊지 마세요."라는 편지를 받았을 때 며칠을 두고 잠을 이룰 정도로 기쁨에 달아오르는 것이다. 그럼에도 네가 편지를 쓰겠다는 말이 반갑지는 않다. 그것은 분명 '철자법이 틀린 것 투성이인 너의 편지'가 창피하기 때문은 아니다. 왜 그럴까?

나는 전주 교도소 시절에 받아 본 너의 편지 한 통을 제외하고, (나의 옹졸하고 비뚤어진 성격 때문인지) 언제나 너의 편지에서 야릇한 수치심을 맛본다. 나는 항상 철없는 어린아이 취급을 받고 있다는, 그런 수치심 말이다. 내가 전주 교도소 시절 너의 그 정성들인 편지를 조금 평하고 흠잡았다고 해서 기분이 상해 버렸는지, 그 후에 너는 언제나 엽서 아니면 푸른 항공서간에다가 달랑 몇 자만 적어서 편지를 부쳐 오곤 했다. 그리고 내용도 항상 공허한 '구호'의 되풀이가 아니었는가. 네가 나를 몹시 염려해 주고 있다는 것은 잘 알지만 나는 '구호'가 싫다.
나는 가령 '몸도 마음도 건강하십시오.'를 백 번 외치는 것보다 아버지께서 낚시 가셔서 고기를 얼마나 잡았으며, 오늘은 무엇을 잡수셨으며, 네가 오늘 어떤 TV프로를 보고 어떻게 느꼈으며, 요즘 무슨 책을 보고 있으며, 너의 애인은 어떻게 생겼으며, 그곳 사람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등등을 백 배 천 배 더 알고 싶은 것이다. 구호 대신 있는 그대로의 생활을 수수하게 적어 보내기에는 너의 허영심이 강한 것인지도 모른다.
'건강하십시오!'는 너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다. 너는 내가 그런 것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내가 건강하지 않으려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나는 '건강'하다. 그것은 네가 '건강하십시오!'라는 구호를 외쳐 주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설령 내가 건강하지 않다 해도, 그것은 나 스스로의 결단에 의한 것이다. ...
일 년 만에 보는 너는 가사에 시달려서 그런지 갑자기 '아주머니'기 되었더구나. 화장한 모습도 처음 보았고... 늙지만 말아라. 어쩐지 나까지 서러워진다. 제발 시집갈 때까지만이라도 늙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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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른 사랑을 원했다. 우리가 원하는 사랑은 우리가 지닌 인간적 연약함을 잘 알고 그것을 용서해 주면서도 스스로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자존심을 작게 축소시켜 버리지 않는, 그런 사랑이었다. 그런 사랑이 가능할 것 같았다.

.

이 책의 원제는 <a home at the end of the world>이고 <통역사>, <웬즈데이>와 더불어 최근 가장 친숙하게 읽었던 책이다. 세 명의 사람이 사랑을 하고, 그들의 사랑이 네 번째 사람에게도 이 세상 마지막 안식이 되는 힘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죽음과 더불어, 다섯 번째 사람의-아기의 탄생도. 개인적으로 이 책을 손에 잡을 때 마다 아파있어서 약들 속에 들어있던 약간의 수면제 기운이 미친듯이 졸립게 만들었지만, 페이지 넘기는 것을 쉴 수 없게 했다.
정말 뻑뻑해진 눈알을 연신 감았다 떴다 하면서 마지막 장을 넘겼었다. 580페이지니 짧다고는 할 수 없는 책이지만, 지루하게 여겨진 적은 없었다. 세 명의 주인공들 속에 모두 내가 있었다.
번역도 무리없고, 커닝햄의 전작 <hours>(세월) 보다 더 어리고 때묻지 않은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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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의 담배는 절망감의 표현이다.

이후로 그녀는 키스를 할 때마다 냄새를 맡았다. 입을 맞추는 척하면서 냄새를 맡았다. 가끔 역겨운 냄새가 나면 남자를 거칠게 밀어 버리고 다시는 말도 붙이지 않았따. 하지만 아무 냄새도 나지 않으면 이상하게 허전했다.

수지는 지방 검사보의 이야기를 들으며 중요한 단어를 수첩에 적는다. 통역을 할 때는 아무리 문장이 길더라도 모든 단어를 정확히 옮겨야 한다. 통역사는 수학자하고 비슷하다. 그녀는 방정식을 푸는 것처럼 언어를 대한다. 단어 하나하나마다 동의어와 맞추어야 한다.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정답을 얻을 수 있다. 자신은 모르고 있었지만 수지는 이런 방면에 소질이 있었다. 수지는 동시에 두 가지를 할 수 있는 남다른 능력이 있다. 그녀는 단어를 들으면 사전적인 의미와 함축적인 의미를 분리한다. 직역은 오역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언어는 논리적인 존재가 아니다. 따라서 통역사는 단어를 그대로 옮기면서도 이쪽 언어와 저쪽 언어 사이의 간격을 교묘히 메울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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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너희를 선택했어." 엄마는 늘 이렇게 말한다. 마치 가게에서 물건을 고를 때 쓰는 말처럼 들린다. 사람들은 가게에 일렬로 진열된 인형들을 쭉 훑어본 다음 그중 하나를 선택하니까. ...아니야, 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난 여기 있고 싶어. 난 우리 가족을 사랑해.
한국 어머니에 이어 미국 어머니까지 날 버린다면 다시는 그 어느 누구도 날 원치 않을 거야.

제인 정 트렌카, 피의 언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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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완벽하지 않다. 나는 눈이나 얼음을 사랑보다 더 중하게 여긴다. 동족 인류에게 애정을 갖기보다는 수학에 흥미를 가지는 편이 내게는 더 쉽다. 그렇지만 나는 삶에서 일정한 무언가를 닻처럼 내리고 있다. 그걸 방향 감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여자의 직관이라고 해도 된다. 뭐라고 불러도 좋다. 나는 기초 위에 서 있고, 더이상 나아가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내 삶을 아주 잘 꾸려나가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항상 절대 공간을, 적어도 한번에 한 손가락으로라도 붙들고 있다.

-피터 회, 스밀라 눈에 대한 감각(sense of snow) 중에서


■ 수지는 지방 검사보의 이야기를 들으며 중요한 단어를 수첩에 적는다. 통역을 할 때는 아무리 문장이 길더라도 모든 단어를 정확히 옮겨야 하다. 통역사는 수학자하고 비슷하다. 그녀는 방정식을 푸는 것처럼 언어를 대한다. 단어 하나하나마다 동의어와 맞추어야 한다.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정답을 얻을 수 있다.

자신은 모르고 있었지만 수지는 예전부터 이런 방면에 소질이 있었다. 두 가지 언어를 쓰면서 자란 환경 때문은 아니었다. 이민자 자식들이라고 해서 다들 통역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수지는 동시에 두 가지를 할 수 있는 남다른 능력이 있다. 그녀는 단어를 들으면 사전적인 의미와 함축적인 의미를 분리한다. 직역은 오역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언어는 논리적인 존재가 아니다. 따라서 통역사는 단어를 그대로 옮기면서도 이쪽 언어와 저쪽 언어 사이의 간격을 교묘히 메울 줄 알아야 한다.

-수지 킴, 통역사 중에서


■ 천성적인 활달함, 환경에 단련된 강인함과 더불어 타인에 대한 관대함이 있었다.
...

믿음직스러운 활기

...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은 거야?"
"어떻게 하라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좀더 흐트러졌으면 좋겠다."
...

내 마음속 어딘가에는 난 처음부터 출발이 늦었다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타인을 원망하거나 욕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하는 이 나른한 성격은 거기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온다 리쿠, 밤의 피크닉 중에서

■"제가 만난 사람 중 감정적으로 가장 강한 사람이에요. 지미에게 의지할 수 있어요. 문제와 정면 대결하는 사람이니까요."

...

내가 살면서 유일하게 성취한 것이 있다면 직관의 미묘한 성장 또는 퇴화일 것이다.

...

하지만 크리스티는 이기는 걸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았단 말이야. 얘는 삶을 엉망으로 만드는 게 더 근사하다고 생각했다니까.

...

언제나 주의 기도가 가장 마음에 든다.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소서.'어쨋든 모든 축복과 서약의 말들을 읽고 나니 감동이 왔다. 그 말들은 수분이 구름 속에 모이듯 내 맘을 채우고 나를 대단히 감성적으로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이 예수의 신비가 내 안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차라리 익숙한 말들에 대한 단순한 향수에 가깝다. 하지만 이러한 문구들이 내 가슴속에 스며들었다. 기도문의 활자들이 종이에서 떨어져 나와 내 삶의 이질적인 순간들 사이를 메워주는 듯했다.

-에단 호크, 웬즈데이 중에서

■ 그때의 난 얘깃거리를 찾기 위해 매일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썰렁'해지는게 무서워서 보트에 새어들어 오는 차가운 침묵의 물을, 별 볼일 없는 일상의 보고로 막아내는데 필사적이었다. 손가락의 어디를 다쳤다, 어제 본 텔레비전이 재미있었다, 아침에 금붕어가 죽었다... 하루에 있었던 일을 전부 이야기해도 모자라서 침묵의 물은 다시 졸졸졸 스며들어 온다.

-와타야 리사,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중에서

■ 1880년대에 흉측한 털보들은 자신들이 지식의 정점에 도달했다고 확신했다. 전기와 진화론의 시대가 왔고 그들은 우주의 실마리를 풀 열쇠를 쥔 듯했다. 그들의 이성은 그 무엇도 미지의 영역에 남겨두지 않았다. 그들은 모든 것을 확신했다. 그 점에서는 사제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결국 두 집단 사이에 분쟁을 촉발했다. 오늘날에도 털보들의 추종자들이 실험실에서 어슬렁거리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들이 갖고 있던 이성적 확신은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그리고 허무에 의해 안으로부터 갉아먹히고 있는 교회는 마치 닭장 한구석에 모이는 병든 닭들처럼 끼리끼리 모이고 있다. 교회 통합 운동이 생긴 것은 관용 때문이 아니라 불안감 때문이다. 종교가 르네상스를 맞은 것이 아니라 백혈병에 걸린 상태인 것이다. 이성에도 비이성에도 의지할 길 없는 오늘날의 사람들은 목발을 빼앗긴 불구자처럼 비틀거린다.

-르네 바르자벨, 야수의 허기(La Faim Du Tigre)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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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별을 쏘는 호빗들 같았다오-

 






윈디시티를 못 봐서 섭섭했지만 자봉들과 영화제 스텝분들을 뵙고 나니, 뭐랄까 그게 뭐라고 그게 뭐이라고 돈 한 푼 못 받고 자기 돈 써가면서 눈을 반짝 반짝 빛내고 있나 싶으면서도 너무나 예뻤다. 자기들은 엄청나게 멋지다오. 내게도 가만히 서 있기만해도 살고 싶어서 뜨거운 눈물이 나던 때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의 샘이 아직 마르지 않았다는 것을 매만져준 이들, 참 고맙다. 아듀-  우리 부산 남포동에서, 해운대에서 또 만나요. 포장마차 어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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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피에르 쌍소는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의 책을 통해서 조근 조근 많은 것을 말해주는 책이다.  어느 날 산책길, 벤치에 앉아 느긋하게 신문을 읽고 있는데 옆에 다가와 30년 전 그 도시에 대해 재미난 이야기들을 풀어 놓는 인자하고 유쾌한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다.  나는 이 책을 한 줄 한 줄 읽으면서 뭐랄까... 글을 이렇게도 자연스럽게, 정확하게, 훌륭하게 쓸 수 있구나를 느꼈다.  그리고 음악이나 그림이 아닌, 수필이 주는 위로와 위안도 체험한다.

표지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내가 삶을 행운의 기회로 여기는 까닭은 매순간 살아 있는 존재로서 아침마다 햇살을,
저녁마다 어두움을 맞이하는 행복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며,
세상의 만물이 탄생할 때의 그 빛을 여전히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에 어렴풋이 떠오르는 미소나 불만스러운 표정의 시작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곳곳은 눈부신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배낭여행을 떠난다면 들고 가고 싶은 단 세권의 책이 이 시리즈이다.  사실 시리즈는 아니고 그의 수필들을 모아서 편 책들인데 아, 그저 이 책은 따듯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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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그렁 괸 눈으로 꽃을 대해도 꽃은 말이 없는데,
 
어지러운 꽃잎만 붉고 붉게 그네를 타고 넘나니"
[淚眼問花花不語, 亂紅飛入秋千去. 馮延巳, <鵲踏枝>]



"붉은 살구나무에 봄기운이 요란하다"

[紅杏枝頭春意鬧. 宋祁, 「玉樓春」]

 

"구름 걷히고 달빛 드니, 꽃이 제 그림자를 가지고 논다"

 

[雲破月來花弄影. 張先, 「天仙子」]

 

all from 인간사화.

 

마지막 황제의 스승에, 서구미학의 근대와의 접점을 기가막히게 알았다고 하는데 자살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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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대학교 통틀어 학교에서 만나 친하게 지내는 두 서넛 되는 친구 중 한 명을 모처럼 만났다. (고3때 한 반이 되어서 일년에 두 번 얼굴 보고 지내면서도 이 친구의 넉넉함 덕분에 늘 한결같은 만남.) 일산에서 나오기 힘든 까닭에 인사동에서 만났다.  금요일 일기예보엔 <오늘 외출 못하시면, 억울할 거예요>라고 했는데 아래 포스팅에서도 볼 수 있듯이, 완전 우중충-음습-관절염 대량 유발하는 날씨였다.  토요일 기상청 사이트에선 <비 올 확률 60%로, 구름이 꽉 끼여 있었다>.  하지만 오늘 그거 믿고 외출 안했으면, 이번 학기 들어서 첫 나들이를 감행하지 않았더라면 두고 두고 후회할 뻔했다.  날씨는 온화했고, 인사동 거리는 '흥'이 있었다.  놀라웠다.  물론 4시부터 또 과외였지만...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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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된 아파트. 1970년대 초에 지어져서 올 상반기 중으로 철거예정이란다.  <주먹이 운다>의 배경이 되기도 한 곳.  아래 사진과 같이 pentax me-super, kodak100.  좀 밝게 두고 찍었더니 너무 화사하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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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중에,
그의 와이프가 그를 '형'으로 부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교적 젊은 그들이었기에, 또 젊은 그들의 관계가 부부였기에
그 신선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후에도 계속해서 그들의 전화 통화가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생각은 물꼬를 터서,
어떤 호칭에 대한 해방감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나는 편지를 썼는데
내용은 이러했다.

"제게도 남자친구가 생긴다면, 저는 남자친구를 '언니'라고도 부르고 싶어요.
우리의 관계가 이성파트너라는 것을 너머 자매애를 나누는 관계에까지
이르고 싶거든요"

연인,이라는 것은 뭘까.
대단할 것 없는 인생이지만 나의 인생을 생활을 상대에게 집중하겠다는
암묵적인-조건없는 약속이 아닐까?

혼자만의 방만 덩그란 '집' 보다는
다른 이를 위한 방 하나도 함께 있는 '집'과 같은 인생이고 싶었다.




-문득 내 방을 문열고 들어가서 침대위로 드러누워 천장을 보다가 든 생각.




p.s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깨달은 것인데 내가 막 이를 깨물고 있었다!
그리 비장하지도 않은 글인데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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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이 묻기를
"이 곳 사람들은 미각이 너무나 예민해. 이 공부하는 사람들이 유별나서 그런지 맛있는 것에 집착하는 것 같을 정도야."

바람의 냄새를 느끼는 후각도, 촉각도,
대지를 보는 시각도, 모두 결여되어 있으니까 그런 것이 아닐까.
미각만큼은 돈을 주고 살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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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라 빌레트



베를린, 신국회도서관

(클릭하면 커진다)

미국(뉴욕, LA-할리우드) 영화와 서양 인상화와 근대의 회화로 시작했던 '봄'의 시작이
고전시대(그리스-로마)의 조각, 중세시대의 회화, 그리고
사진을 거쳐서 지금은 '건축'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가장 공간적이고 실재적인 이 '건축'과 더불어 우리 그림이 동시에 내게 다가 온다는 것이다.
진경 시대의 산수화, 인물(초상)화.

엄숙하고 찬란했고, 동시에 잔인했던 형이상학인 성리학의 차갑고 칼 같은 이상의 현현이
함께 보인다는 것이다.
'정신'을 느끼고자 하는 동-서양의 의지들이 같이 내게 온 것일까.


인왕재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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