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트(arrival)



드니 빌뵈브 감독의 전작인 <시카리오>를 그리 좋지 않게 보았다. 자신이 믿었던 정의가 허물어지는 것을 경험하는 주인공의 감정선이 너무 도식화되어 있었다.
다만, 연출력만큼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과잉되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탄력 있는 음악 같은 연출력이었다. 컨택트에서는 그의 이런 연출력이 정말 빛을 발했다. 원작이 워낙 유명한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트 창)여서,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이 단편 소설은 너무나 고전적이어서 그 이야기와 고조되는 분위기를 화면에 잘 나타낼 수 있을까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정말 잘 담아냈다. 내가 소설을 읽으면서 가졌던 정서나 느낌이 100%로 세상에 나타난 것 같았다. 손에 잡히지 않는 몽환적인 현실, 때로는 물 속에 잠겨 물 밖 도시를 바라보는 듯한 또렷하지 않은 현실감이 매우 잘 드러나 있었다. 게다가 수많은 SF와 달리 ‘언어’를 탐구해가는 과정은 정말 언어와 문장에 대한 탐미가 가득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래비티처럼 마지막에 ‘생의 감격’같은 것이 터지지가 않아서 영화의 묘가 반감됐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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