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제주도에 오는 이유로 돌하르방 식당 각재기국을 꼽았다. 나도 제주향도음식으로 각재기국을 본 적이 있다. 맑은 배춧국에 등푸른 생선인 각재기를 통째로 넣은 국이다. 맛있으니 제주 사람들이 오랜기간 동안 먹었으려니 생각했기 때문에, 시원하고 맛있겠다고 생각은 했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조차 아득히 넘을 정도로 맛있었다. 게다가 4인 이상이 가서 고등어 구이를 반찬으로 내주셨는데, 너무 심하게 맛있어서 따로 고등어 구이를 한 마리 추가 주문했다. 구순이 넘은 할아버지 사장님께서 주방에서 진두지휘하며 홀도 일일이 챙기시는 식당이다. 음식이 맛있을 수밖에 없다. 칼같이 정확하게 모든 것이 제대로였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여서 태극기를 걸어 두셨다. 훈장도 받으셨다.
식당 들어가면 다들 단골들이신 것 같다. 옆 자리는 이미 낮부터 고등어회에 소주 한 잔 하고 계시고. 각재기국, 해물뚝배기, 고등어구이, 고등어회, 멜조림, 멜국 여기 메뉴 다 먹어 보고 싶다. 진짜 이번 제주 여행에서 경험한 최고의 맛이다. 인생 맛집이다.
식당에 들어가면 정면에 보이는 주방 고등어조림이 내 있는데, 더 먹고 싶을 때 셀프로 덜어갈 수 있다.
구순이 넘으신 할아버지 사장님이 중앙에서 재료를 만지시고, 홀에 다 음식이 나갔는지 꼼꼼하게 살피신다.
각재기국에 들어가는 된장 아 진짜 너무 예술이었다.
상차림 고등어조림, 멜조림, 배추겉절이, 오징어회 너무 맛있어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저 배추무침 따라 해먹었다.
고등어조림 예술이다... 그저 빛... 무도 진짜... 예술
배추겉절이... 제주 배추가 워낙 맛있어서인지 이게 너무 좋았다. 그냥 돌하르방 식당 모든 게 다 제대로다. 집에 오자마자 배추 한 통 사서 대충 흉내내서 해먹었다.
멜조림
배추김치... 이마저도 맛있다...
전갱이인 것 같은데 조림이 나왔다. ㅠㅠ 맛있다는 말 백 번 천 번 해도 모자란다. 제주막걸리 한 잔 한다. 도저히 안 할 수가 없는 상이다. 전 날 제주막걸리가 너무 맛있어서 나도 한 사발 먹었다. 그냥 이 식당 옆에 머물면서 매일 여기와서 제주막걸리랑 밥 먹고 싶다...
제주시청 옆 솔지식당이다. 가브리살과 멜조림이 아주 끝내준다는 추천을 받고 왔다. 실제로 가브리살 진짜 맛있었고, 멜조림도 맛깔났다. 가브리살이 식감이 있는 부위라 몇 점 먹으면 살짝 물리기도 하는데 여긴 그렇지가 않다. 멜조림은 좋아하는 음식인데 기장이나 남해안에서 먹을 땐 비리지 않는데, 제주도에 와서 먹는 건 살짝 비린내가 있었다. 그런데 제주도에 와서 먹은 멜조림 중에서는 제일 덜비렸고 조림장 양념맛이 다 강해서 맛깔난다. 식당 실내 고기굽는 연기가 좀 자욱해서 그거 하나가 아쉽지만 여기 가브리살은 지금도 너무 생각난다.
주차는 제주시청에 했다. 제주시청 건물 진짜 아름답다 계속 감탄 우아하다.
실내
실내 들어갔을 땐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으로 꽉 차있었다.
가브리살과 반찬들
가브리살이 예술이다 두께를 진짜 잘 잡으셨다.
멜조림 맵지 않고 양념들 다 쨍한 맛으로 맛깔난다.
미역국은 베이스 잘 잡으신 것 같은데 감칠맛이 절반만 되면 예술일 것 같다.
멜조림에 밥비벼서 쌈 싸먹으면 진짜 너무너무 맛있다.
숙소에 돌아오는 길에 제주막걸리를 샀는데 이게 대박이었다. 나는 막걸리가 너무 달고 걸죽한 곡주라서 좋아하지 않는다. 달기 때문에 같이 먹는 음식 맞추기가 쉽지 않고, 또 곡주라 걸죽하니까 그 자체로 미숫가루같아서 배가 부르다. 근데 제주막걸리는 달지 않은데 딱 적절한 지점에서 옅게 단맛이 있고 무엇보다 산미가 싹 도는 게 너무 너무 괜찮다. 아주 묽은 요거트같은 산미랄까. 요거트같은 느낌은 좀 싫은데, 산미가 너무 밸런스 있게 뛰어나서 그 약점을 다 보완하는 것 같다. 병에 ‘생유산균’이라고 적힌 걸 보니 요거트같은 맛이 생유산균에서 오는 맛인 것 같다. 이거 진짜 정말 훌륭했다. 배가 불러 못 마신 게 아쉽다. 제주 막걸리 마시러 제주도 가고 싶다. 근데 막걸리는 안주 맞추기가 너무 너무 극악으로 어렵다.
제조일 그 다음 날 것으로 사서 마시는 제주 막걸리가 진짜 맛있다고 한다. 이 제주 막걸리 완전 강추다!
방어 뱃살 등등 너무 커서 그런지, 아니면 그 사이 내 입맛이 변했는지 이제는 방어가 안 당긴다
예전에 비오토피아에서 먹은 방어가 좋았던 것 같다 방어는 한 두 점이 제일 좋은 듯 게다가 여기는 조림이나 등등이 좀 디테일이 떨어지는 느낌 찾다 보니 6년 전에 제주도를 갔었구만 비오토피아 특선은 아마 업장 이벤트에 따라 자주 바뀌니 지금은 없을 수도 있는데 조림 등의 디테일이 하나하나가 다 완성도가 높았다.
한라산국립공원 영실코스의 경우 입구인 영실매표소 주차장이 있고, 그 위에 영실입구 주차장이 있다. 영실매표소 주차장과 입구 주차장은 2.5km 정도이고 걸어서 40분~1시간 정도 걸린다고 들었다. 이 날 새벽까지 눈이 왔기에 제설이 안 됐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우리는 매표소 주차장에 주차를 하려고 했는데, 영실입구 주차장까지 제설도 돼 있고 주차대수 14가 찍혀 있는 것이 아닌가! 윗 주차장에 주차대수가 있나보더라. 우리가 아주 일찍 안 와서 오히려 자리가 났나보다 했다.
그래서 윗 주차장인 영실입구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다. 날씨가 맑아서 진짜 진짜 감사했다. 이번 제주도행의 하이라이트 한라산 윗세오름 등산! 한라산 백록담을 보러 갈 엄두는 나지 않아서, 영실코스로 정한 것이었다. 올해는 영실코스를 가고 내년에는 꼭 백록담을 보리라 다짐하면서.. 그런데 영실코스 윗세오름 보러 오르는 길이 너무나 장관이 아닌가. 다들 한라산 경치의 백미라고. 한라산의 비경, 매력은 영실코스가 진짜라던데 정말 정말 좋았다. 너무 좋아서 힘든 것도 몰랐고, 진짜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이는 게 아까웠다. 병풍바위가 나오고, 그 후 능선을 따라 백록담을 보면서 걷는 것이 영실 코스이다. 이때 병풍바위도 수려하지만, 이때 뒤를 돌아보면 뒤로 한라산의 기생 오름들이 바다까지 펼쳐진 장관이 나온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오름들과 설경...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능선의 눈꽃이 핀 나무들 사이로 걷다 보면 백록담이 나오는데... 진짜 신령한 느낌까지 들었다. 다가갈수록 눈, 하늘, 바다까지 합쳐져서 진짜 환상적인 풍경이었다. 하산할 때는 갑자기 날씨가 변해 온세상이 눈안개로 뒤덮였는데 그 모습 또한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진짜 좋았다.
영실입구 주차장에 오니 주차할 자리가 꽤 있었다. 이 시간이 딱 12월 26일 오전 10시다. 이 날 한라산이 바람이 불어서 체감기온은 영하 7도 정도였다. 혹한의 매운 추위는 아니지만, 그래도 산 중턱에 오니 확실히 춥다. 바로 장갑, 아이젠, 등산가방 챙기고 길을 나선다. 겨울은 추워서 미리 집에서 등산가방을 마지막 체크까지 하고 나오는 것이 좋다. 차에서 하려면 무지 춥다. 이 날 우리 거북이 부부는 얼마만에 평속 '2'를 보는지 모르겠다. 민주지산 갈 때 '3'도 봤건만... 그 이후로 우리는 계속 '1.6km/h'였다. 심지어 하산도!!!! ㅋㅋㅋㅋ 주차된 차에서 시작해서, 다시 주차된 차로 오기까지 딱 5시간 걸렸다. 휴식시간은 1시간 정도. 풍경이 너무 좋아서 가다가 서서 사진 찍고, 또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핫앤쿡 먹고 크림빵 먹고 푹 쉬었다.
화장실에 난방이 나와서 아주 따듯하고 좋았다. 화장실에서 아이젠 끼고 시작한다.
숲길이 잔잔하게 이어진다. 눈이 엄청 많이 쌓인 숲길을 맑은 하늘 아래 걷자니 절로 신나더라. 여기서 겉패딩(+고어텍스)을 벗고 약간 스산한 정도의 춥기로 걷기 시작했다. 드라이넷 베이스+나이키 드라이핏 긴 팔(얇다)+미드레이어 이렇게 3개 입고, 모자, 넥워머 했다. 미드레이어는 예전에 살레와 폐업 세일할 때 산 것인데, 등판과 겨드랑이의 팔부분은 폴라텍이고, 앞쪽과 팔등쪽은 구스(솜털90%)로 된 상의다. 하의는 유니클로 히트텍 기어팬츠만 입었는데, 진짜 짱좋았다. 방풍 미쳤음... 하산할 때 화이트아웃으로 바람 몰아치는데 완전 퍽퍽 바람을 걷어차줌 이번에 제주도 5일 중 4일내내 기어팬츠만 입었다. 고깃집 가서 냄새 배서 ㅠㅠ 어쩔 수 없이 다른 바지 입었음... 피부같이 쾌적하면서 따듯하고 방풍 좋았다. 스트래치가 안 되는데 이건 생각보다 안 불편하고 괜찮았다. 바지가 딱 붙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암튼 나는 완전 좋았음
예쁘다 예뻐
이제 병풍바위가 등장 폭포가 거대한 얼음으로 얼어 있다. 실제로 보면 탄성이 막 절로 나올 정도로 멋있는데 사진이라 그 아우라가 1도 안 담긴다.
병풍바위를 보면서 이런 계단으로 올라간다.
옆쪽으로 가니 면이 날카롭다.
그리고 뒤를 돌아 보면! 아... 기생오름들이 쫙 펼쳐져 있다.
헐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빙화! 눈꽃은 종종 봤어도 빙화는 처음 본다. 크리스탈처럼 반짝반짝... 짜르르르 빛 받아서 막 반짝이는데 진짜 예뻤다. 뭐 잘 찍히거나 말거나 그것도 모르겠고 막 찍었다. 그냥 너무 예뻐서 찍다보면 그 느낌 나는 게 하나라도 있겠지 하면서
이 전체가 반짝이는 건데 ㅠㅠ 사진은 이런 식
캬
아니.. 빙화 진짜 너무 환상적임
기생오름들
이 전체가 크리스탈 같았다.
바위 너무나 멋있다...
마치 사진이 흔들린 것 같지만! 얼음이 저 상태로... 얼어 붙은 것
실제로는 정말 더 반짝인다.
저 위까지 가면 좀 나아진다. 개미처럼 오른다. 근데 병풍바위도 올라갈 때마다 그 모습이 달라져서 그거 보느라 쉬고 또 쉬고 그랬다.
이제 완전히 병풍바위 뒤로 왔다.
난 처음에 병풍바위가 백록담인줄 ㅠㅠ
이 오름 너무 멋있다... 돌로미티 세체다급 아닌감..
정말 이 모습은 여기, 여기에서만 볼 수 있다.
흥분해서 빙화를 계속 찍었다.
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 섬도...
올라왔던 길이 보인다. 저 오름... 너무 멋있다.
한 걸음 올라가다 또 뒤돌아 보고
또 뒤돌아보고
그러다가 옆에 보면 병풍바위가 또 뒤로 가있고 섬이 더 크게 보인다.
앞으로는 이런 풍경이 시작된다.
눈세상이다.
뒤돌아 본다. 또... 너무 예뻐서 구름이 막 여기저기로 흘러 간다.
이제 이런 나무 사이를 걷는 길이 나온다. 남편도 유니클로 히트텍 기어팬츠고 위는 무신사 코어 패딩이다. 능선 올라오니 살짝 추워질 것 같아서 남편은 솜잠바를 입었고, 나는 그대로. 남편은 유니클로 m, 나는 s 샀는데 딱 좋았다. 무신사 코어 패딩이랑 상하의로 입으니 벗기가 싫을 정도로 쾌적하고 좋아서 제주에서 내내 입고 다녔다. 다른 옷 안 입게 되는...
이런 길을 걷는다.
그러다가 코너를 돌아서니 바로 백록담이 떡하니 나타난다. 엄청 경이로운 순간
정말 아름다웠다. 동영상을 얼마나 찍었는지 모른다. 이건 사진으로 안 담길 것 같아서.
한참을 잘생기고 멋있는 아름다운 백록담을 보다가 대피소에 들어가 밥을 먹는다.
윗세오름 대피소 난방이 된다. 화장실도 난방 되고. 얼마나 고마운지... 앉을 자리도 많고. 정말 너무 소중하고 고마운 곳
핫앤쿡
물 조금 덜 넣고, 스프 좀 덜 넣고! 그럼 국물이 전혀 남지 않는다. 아 꿀맛... 핫앤쿡 회사에 절로 감사가...
밥 먹고 화장실 다녀와서 정비 좀 한 후, 인증샷 찍으러 나갔다. 근데 슬슬 구름이 몰려 오기 시작하더라. 그래서 그냥 대충 찍고 하산 시작
대피소 천장 정도까지 쌓인 눈.. ㄷ ㄷ ㄷ
눈바람이 금세 몰려 오더라.
그러다가 뿅 하고 맑아지고
병풍바위 다가가는 길엔 이미 온 세상이 눈이다. 바람까지 엄청 강하게 불어서 휘청거릴 정도였다. 장갑 하나로 손이 추워서 겉장갑을 하나 더 꺼내서 꼈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 3분? 남짓 걸으니 교래흑돼지 본점이 보인다. 손님이 많은지 차도 많다. 실내로 들어가니 역시 손님으로 꽉 차있었다.
가격
여기는 두툼한 스타일이다. 고기는 다 구워주신다. 고기는 재료도 재료지만 굽는 것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그렇단다.
유채잎으로 만든 장아찌가 진짜 맛있었다. 마늘쫑간장장아찌도 잘 담궜다.
교래흑돼지 파채가 진짜 맛있다. 고기만 먹는 스타일인데도 한 그릇씩 다 비웠다.
진짜 전문가 포스로 잘 구워주신다.
와… 지금도 침이 넘어 가네
첫 점! 소금 없이 그냥 먹는데 숯향이 조미료가 되어서 맛이 진짜 끝내준다. 멜젓보다 교래흑돼지는 소금이다.
2인분 추가 너무 맛나서 추가했는데 오바하긴 했다. 1인분만 더 먹었어야 했는데 ㅠㅠ 배가 터지는줄 알았다. 게다가 흑돼지만 막 먹으니 나중엔 살짝 느끼하기도. 두툼하다보니 너무 고기가 입안에 가득해서 저 상태보다 조금 더 얇은 것이 우리 입맛엔 맞는 듯했다. 이건 스타일이 다르고 취향이 다른 거라 기호대로 고르면 될 것 같다.
그럴 땐 바로 된장찌개지
해물된장스타일인데 정말 마음에 들었다 홍합은 좀 거슬리긴 했는데 그냥 다 빼버리고 국물을 먹는데 아 너무나 시원한 것 하나도 안 매워서 퍼먹었다.
가게 풍경 기분 좋게 나와서 버스를 타고 걸어 자연휴양림 안으로 들어오니 숲향에 절로 힐링된다. 교래자휴의 조용함이 너무나 좋다.
제주도 곶자왈 속에서 꼭 숙박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제주시내와 그나마 조금 더 가깝고, 또 무엇보다 여러 명이 묵을 거라 방2개에 욕실이 2개인 곳을 찾아서 교래자연휴양림을 택했다. 결론적으로 교래자휴에 부모님 모시고 또 오고 싶다. 교래자연휴양림의 장점 - 조용하고 쾌적, 안락하다는 점 -국립공원 수준으로 잘 보존된 자연 산책로가 사방에 있다는 점 -신축 수준으로 휴양림이 잘 돼 있다는 점이다. 단점으로 많이들 꼽는 것이 주차장에서 짐을 들고 3분~5분 걸어야 한다는 것인데 내 경우에는 이것이 오히려 좋았다. 밥 먹고 휴양림 숲속을 걸어 들어가다 보면 아침 저녁으로 산책하는 셈이어서 소화도 잘 되고, 그냥 좋았다. 사실 휴양지 풀빌라도 카트 타고 들어가서 움직이려면 카트 불러야 하고 ㅋㅋㅋ 그래서 우리는 걸어 들어갈 때마다 k-반얀트리라고 ㅋㅋㅋ 밤에도 불빛이 다 있고 충분히 밝게 잘 되어 있어서 전혀 무섭거나 어둡거나 그렇지 않았다. 밤산책도 정말 좋았다. 그리고 휴양림 바로 앞이 버스 정류장이고 두 세 정거장이면 교래 읍내(?)여서 유명 식당들도 있다. 우리도 첫 날은 버스 타고 흑돼지 먹으러 갔고, 다음 날엔 걸어서 교래 닭 먹으러 갔다.
첫 날은 숲속의 초가5번 집에서 남편과 나 둘만 숙박하고, 그 다음 날부터 줄곧 숲속의 휴양림 A동에서 여러 명이 같이 숙박했다.
관리실 근처다. 아침에 입장료를 끊고 곶자왈 걸으러 오시는 분들이 꽤 있었다. 숙박하지 않더라도 강력 추천! 짧은 코스는 40분 정도 걸리는데 환상적이다. 오름까지 가려면 왕복 2~3시간 정도 걸리고 중간에 화장실이 없다.
관리실 인근 풍경
관리실에서 나오면 바로 세 갈래길이 나온다. 오른쪽 직진길은 숲 한 바퀴 도는 40분짜리 코스 왼쪽으로 가면 숙박동으로 가게 된다.
숲속의 초가 다른 집이다. 교래자휴 숲속의 초가 진짜 좋다. 독립성은 물론이고 아 진짜 너무 고요하고 안락하고 좋아서 또 가고 싶다. 정말 좋았다. 전 날 엘린 호텔도 좋았는데 그것과 다른 차원의 숲속 고요함... <제주시내 비즈니스 호텔 엘린 호텔 추천> https://rednotebook.tistory.com/2860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는 작년 경주 여행을 갔을 때 보려다가 시간이 촉박해 미처 못 보고 돌아왔던 전시이다. 한수원이 가져온 전시인데, 국내 최대 규모라고 할 수 있다. 가능하면 한 번쯤 보는 것을 추천한다. 3월 30일까지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전시하니 꼭 가보시길 추천 기업이 뛰어드니 확실히 질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를 옮겨 오다시피 한 것인데,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는 수집량이 상당하다. 경주에서 할 때는 일반 1만 원, 경주시민 5천 원이었는데 제주도는 2배를 받더라... <전시 소개 뉴스 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405108?sid=103
제주현대미술관은 여러 미술관 지구 안에 있었다. 바로 옆에는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과 유동룡미술관이 있고 그 외에도 여러 갤러리가 있다. 현대미술관 주차장을 가는 길에 온통 갓길 주차이다. 그래서 왜인가 했는데! 제주현대미술관 주차장이 아주아주 작더라.
이게 제주현대미술관 주차장이다. 여기는 그냥 매일 만차일 것 같다. 우리도 들어가질 못하고 결국 적당한 갓길에 주차해야 했다.
이렇게 갓길에 주차할 수밖에 없다. 동네가 큰 미술관 같다.
카페 앞에 귤 2개가 너무 귀엽다.
제주현대미술관 분관 지금 비엔날레를 하고 있기 때문에 작정하면, 하루 종일 이 일대에서 살 수 있을 듯하다. 모네에서 앤디워홀 전시 보고, 비엔날레 보고..., 유동룡 미술관에 김창열 미술관까지... 우리도 김창열 미술관까지는 꼭 가보리라 하고 왔는데 막상 모네 전시만 보고 나니 오후가 훌쩍 지나가버려서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제주현대미술관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전시 성탄절에 와서인지 표를 사는 데에도 약간의 줄이 있었다.
내가 제일 놀라고 경탄한 순간이다.
미술관을 가는 길이 제주도의 자연을 옮겨놓은 것이었다. 숲길을 걸어 가는 미술관 느낌이려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건축이라고 해야 하나. 구겐하임 미술관 이런 데와는 정반대의 설계이다. 미술관, 박물관 건물은 그 지역을 대표하는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모습일까 기대했는데, 건축물이 아니라 제주의 자연을 걸어 들어가게 한 것 이게 사진으로는 다 표현이 안 된다. 이 미술관 지역으로 들어선 것부터 입구의 정원 겸 숲을 지나 미술관으로 들어가는 길이 그 어느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이었다. 여기에 제주 미술관의 강점이 있는데, 여기를 설계하신 분들이 이 점을 충분히 잘 알고 계신 것 같았다. 진짜 완전히 새롭고, 그 어디에서도 할 수 없는 경험이다.
전시장 입구
실내 사진촬영이 금지돼 있다. 그래서 넋을 놓고 봤던 그림의 설명만 찍었다. 쿠르베의 에트르타 백악 절벽은 미술사에 손꼽히는 그림이다. 이번에도 느꼈지만, 그림을 실제로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물체를 보는 것 같았다. 쿠르베 진짜.. 좋아하는 작가인데, 이 그림은 정말 강렬하고 그 에너지와 고민, 사투가 느껴졌다.
모네의 봄도 대단했다. 여기 옮기면 너무나 많은 그림이기 때문에 대표적으로 이 2개만 소개하는 것이지 150여점이 다 괜찮았다. 컬렉션을 공들여 전시했다. 한편, 예술사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사조나 그림들 외에 이번 전시로 내가 감명 깊었던 것이 바로 아프리칸 근대 회화였다.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가 그림 많단 얘기야 다들 알겠지만, 새삼 '아, 요하네스버그는 아프리카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정말 감사한 구성이다.
<조지 펨바(george pemba)의 그림들>
조지 펨바는 남아프리카의 화가인데 이번 전시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근대 회화가 아프리카에 유입되며 그때의 화풍이 어떻게 아프리카의 미로 받아들이고 해석됐는지를 볼 수 있다.
우리로 따지면 마치 이쾌대의 그림같은 느낌이다. 우리에게도 이쾌대와 박수근, 이중섭 등 우리가 만든 미술의 세계가 있듯이 아프리카도 그런 세계가 있는 것이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미술관의 컬렉션이 자기만의 정체성을 뚜렷이 보여주는 점이 좋았다. 물론 다른 서유럽 회화 사조들의 그림들도 상당히 충실했다. 이렇게 한번에 보는 기회 드물다.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화가인 제라드 세코토(gerard sekoto)도 놀라웠다.
실내에서 사진을 찍지 못하게 돼 있어 메모장에 기록만 잠깐씩 해왔다. 정말 아프리카 모더니즘 놀라웠다.
그리고 좋은 그림들이 너무너무 많았다.
좋아서 한동안 머물렀던 그림인 <성 바보 교회의 실내>이다. 실제 그림의 반의 반도 못 따라간다.
그리고 마티스의 꽃과 여인 (henri matisse, woman with flowers, 1923, lithograph, 27x19cm) 마티스의 수수한 느낌이 낯익으면서도 생소해서 좋았다.
로널드 브룩스 키타이(ronald brooks kitaj, 1932-2007)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 사람의 그림도 상당히 좋았따. 위 작품은 인생의 빨간색(a life red, 1975, lithography, 73.5x53cm)
호크니에게 이런 시절이 있었나 놀란 작품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1937- ) 프랑스풍의 역광(contrejour in the french style, 1974, aquatint, etching, 99x90cm)
전시를 다 마치고 나오니 이런 풍경이다. 거대한 정원 정말 아름다웠다.
이 식물은 다리 하나와 맞먹는 크기였다. 어찌나 멋있던지...감탄만 나왔다.
옆에는 카페와 기념품가게가 있었다. 완전한 자연의 색 안에 팝아트 같은 네온이 반짝이는 모습같아 예뻤다.
정원
기념품 가게를 가다 보니 1평 전시라는 전시가 있더라.
손잡이의 뜨개 니트 아 너무 귀엽다. 이 역시 작가 전시의 일부이다.
새들이다.
모형도 있고 그림도 있다.
옛날 티비와 뜨개
새그림
박길주 작가의 잃어버릴 새들이란 이름의 전시이다.
이제 돌아 나간다.
오늘부터 숙박은 교래자연휴양림에서 3박이다. 교래자휴로 가는 길에 너무 배가 고파서 근처 김밥집을 갔는데 영업을 안 하시고 가게 문이 잠겼다. 어쩌나 하는데, 바로 옆에 계란빵을 판다!! 계란빵을 먹고 싶으면 '저지가주' 가게 안에 가서 요청하면 금방 나오셔서 구워주신다. 이 계란빵, 인생 계란빵이다. 사장님이 나오시더니 반죽 간 한 번 보시고, 바로 구워주시는데 치즈, 햄이 들어간다. 치즈, 햄으로 간을 맞추시는데 아... 솔직히 진짜 너무 맛있어서 제주도에 와서 먹은 맛난 음식 탑3에 들어간다.
사장님 완전 깔끔하시고 반죽 간 보시며 구워주시는 거 진짜 프로 그 자체
계란빵
계란노른자는 반숙으로 크림처럼 흘러 나오게 돼 있다. 와 진짜 인생 계란빵이다. 너무 훌륭했다. 진심
WE호텔 가는 길이다. 한라산 모자가 훤히 보인다. 한라산 예보에 따르면 내일 오전까지 눈소식이 있고, 오전 7시부터 개고 낮 1시까지 해가 반짝 떠있다. 내일 영실코스 가는 게 기대된다.
보통 호텔 숙박을 해야 수영장과 사우나를 이용할 수 있는데 WE호텔은 따로 수영장 티켓을 팔더라. 이 티켓으로는 사우나 이용은 안 되고, 샤워만 하는 간이 샤워실과 실내수영장, 야외 수영장과 자쿠지 이용을 할 수 있다. 야외 수영장은 물에서 김이 안 나오길래 찬 듯해서 안 들어갔고 자쿠지가 진짜 극락 그 자체였다. 여기 물이 좋고 관리가 잘 되고, 사람이 많이 없어서 갔다.
수영장 입구 모습 티켓 구입했다고 말하니 이름 조회하고 따로 모바일 티켓 체크는 안 하더라. 큰 수건 두 장 준다.
손님이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찍었다. 신발 들고 들어오면 이런 모습이다.
신발은 옷장 신발장에 넣고 옷도 넣으면 된다.
로션, 바디로션이 구비돼 있다. 아쉬운 것은 면봉이 없다는 것, 드라이기가 진짜 진짜 너무하다 깊을 정도로 바람이 약하다는 것. 화장품류는 야놀자에서 만들어 유통하는 것인데, 제조회사가 코스맥스였던가, 메이드인코리아여서 안심하고 썼다.
실내 모습
샤워장 가는 길인데 저렇게 수납 선반이 있어서 유용했다. 씻고 수영복 입은 후 물품 담은 주머니를 놔두기 좋았다.
샤워부스 총 8개 정도 있었다. 사람은 없었다.
샴푸, 컨디셔너, 바디샤워 제품이 샤워부스 앞에 저렇게 있다. 왔다 갔다 하며 써도 되고 가져가서 쓰고 다시 선반 위에 놔둬도 될 듯
드디어 실내 수영장 따듯하다. 실내 수영장은 수영하기 딱 좋은 온도여서 처음 들어가면 좀 추울 수 있다.
바깥에 야외수영장이 보인다 온실처럼 창이 크고 많은 실내 수영장 제일 좋다.
샤워하고 수영장으로 오는 길이다
추워서 바로 실외 자쿠지로 간다
어휴 뜨끈뜨끈 노곤노곤 머리는 시원하고 몸은 따듯하니 절로 눈이 감긴다 바람도 좋고 날씨도 포근했다.
물이 진짜 좋다. 제주도에서 티켓만 끊어도 이용할 수 있는 호텔 수영장으로 디아넥스 호텔 수영장도 있던데 여기도 물이 좋다. 근데 여기는 사우나 탕에 때가 둥둥 떠있던 기억이 너무 생생해서 안 간다. 수영장 물도 좀 뜨거워서 수영을 하기도 안 좋고. 몸이 좀 지친다고 해야 하나. 온천욕만 즐기기엔 수질관리에 안 좋은 기억이 있고 수영을 즐기기엔 적당하지 않았다는 기억이 있다. 그래서 평이 좋은 WE로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