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홈즈 시리즈,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밤이 새는지도 모를 정도로 한 달음에 읽고, 스릴러 영화라면 자다가도 깨서 볼 정도로 장르물을 좋아하는 것이 내 취향이다. 이번 휴가 기간에 여러 권의 장르소설을 읽었는데 간단하게 별점을 매겨보기로 했다. 요새는 통 내가 뭘 읽었는지, 뭘 하면서 일 년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겠어서 기록 차원도 있다.
근래에 내가 재미를 느낀 장르물로는, 드라마 비밀의 숲,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드라마 손 the guest가 있고, 미국 드라마 캐슬, 본스, CSI 라스베가스,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 영국 드라마 브로드 처치 등등, 그리고 도서로는 죽여 마땅한 사람들, 댓글부대 정도가 있다.
(별점은 별 5개가 최고이다. ★★★★★)

종의 기원, 정유정 ★★
정유정 작가의 데뷔작인 <내 심장을 쏴라>를 우연히 읽고 팬이 되었다. 그래서 구입해 본 책이다. 사이코패스의 사고 기제, 생각의 회로를 그려내 보려고 했지만 책장을 덮을 때까지 모호한 채로 어떤 감흥도 주지 않았던 것 같다. 반면에, 이러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 더 잘 구현된 것 같다.

악의, 히가시노 게이고 ★★★
그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다. 온라인 서점에 접속할 때마다 신간이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그 작가이다. 체감으로는 거의 2~3주마다 책을 쓰는 것 같다. 그럼에도 늘 인기 순위권에 있으니 대체 어떤 작가이길래 이 정도의 영향력을 가질까 궁금했다. 입문해 보려고 했지만, 수십 권에 달하는 책에 엄두를 못 내었다. 그래서 거의 일 년 넘게 베스트셀러의 탑순위를 차지하고 있고, 영화로도 제작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구입해서 읽기를 시도. 네 번을 시도했지만 늘 30분 이상을 못 읽고 실패하였다. 나와는 맞지 않는 작가라고 생각했다. 아쉬워서,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으로 가장 많이 추천되는 <악의>를 구입해 재시도를 했다. 10% 정도를 읽어 나갔을 때 이미 범인이 밝혀져서, ‘이 책이 단편이었나?’라고 갸우뚱거림. 아니었다. 그 후로 채워진 90%는 범인의 범행 동기 등의 이야기였다. 책장을 넘기고 한달음에 끝까지 읽었다. 작가의 공력이 대단했다. 이야기꾼이었다. 다만, 소품같은 느낌.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미카미 엔 ★★★☆
모두 7권인가 그렇다. 순식간에 읽힌다. 이 시리즈는 ‘고서’를 다루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취향을 저격당했다. 주인공들도 인간적이고, 감정이입도 잘 된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살인자의 편지, 유현산 ★★★★
오천만원 고료의 자음과 모음 네오픽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그리고 작가의 데뷔작이고, 유현산 작가는 신문사에서 편집일을 했던 경력이 있다. 그래서인지, 작품의 완성도가 참 놓다. 순수문학이 장르물에 대해 이런 저런 비판을 많이 하고 장르물을 괄시(?)하는 형편이지만, 나는 사실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장르물이 문장력이라던가 완성도가 낮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아쉬운 점이 많다. 그런데 유현산 작가의 <살인자의 편지>는 짜임새와 완성도, 인물들에 대한 깊은 묘사와 주제의식, 문장력 등이 참 좋았다. 한 편의 잘 만든 추리물이면서 동시에 사회 소설이다. 재미는 당연히 보장된다.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유다의 별, 도진기 ★★★
한국 장르물로서는 메가 히트를 친 ‘고진 탐정 시리즈’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의 작가는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실제 법조인이었다. 현재는 변호사이면서 여전히 법조인이다. 일본 추리소설을 보면서 내가 써도 이것보다는 잘 쓰겠다고 생각해 데뷔를 했다고 한다. 실제로 도진기 작가의 유다의 별은 그 짜임새와 재미가 정말 좋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문장력이지만, 워낙 사건이 박진감이 넘치고 재미가 이어져서 크게 아쉽지는 않다. 나는 도진기 작가의 작품으로는 <유다의 별>만 읽었는데, 이 작품은 시대적 배경이 워낙 꽤 오래된 과거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좀 시큰둥했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이 조금 가벼운 느낌이었달까. 아마도 ‘악역’ 인물에 대한 몰입이나 깊이가 얕고, 사건의 완성에 중점을 둔 스타일의 소설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무엇보다 탐정인 ‘고진’이라는 인물이 너무 매력이 없었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
박연선 드라마 작가의 장르물이다. 우리나라 농촌을 배경으로 한 코지 미스테리다. 개인적으로 이런 소소하면서도... 생활과 밀착된 장르물이 좋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 수첩을 즐거워한 이유도 그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코지 미스테리가 있다니! 너무 좋았다. 실제로 이 소설의 주인공인 홍간난 여사는 독보적인 캐릭터이다. 주인공은 너무 잡설이 길고, 뭐랄까, 90년대 초반의 유머를 시종일관 재미있는 줄 알고 읊어댄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는 데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홍간난 여사의 캐릭터가 정말 훌륭하고 잘 잡혀 있었기에 이 소설이 빛을 발한 것 같다.

64, 요코야마 히데오, ★★★★
꽤 묵직한 책이다. 책의 두께도 그렇고, 주제도 그렇다. 살인사건이라는 것은 사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재같다. 그런 점에서 일본 추리소설들 중에서는 사회물로서도 훌륭한 작품들이 많다. <64>와 같은 경찰물이자 사회물을 읽노라면, ‘읽기의 즐거움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다.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이 책을 읽어서 마음 저 깊은 데까지 읽기의 즐거움을 느꼈다. 이 작가의 작품을 전부 다 읽고 싶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나카야마 시치리 ★
히포크라테스 우울, 나카야마 시치리 ★★★
<속죄의 소타나>라는 책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천하더라. 그래서 그 작가를 좀 검색해 보니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추억의 야상곡>, <세이렌의 참회>, <안녕, 드뷔시>, <살인마 잭의 고백> 등이 나와 있었다. <안녕, 드뷔시>를 추천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이 작가의 책 대부분이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에 의해 추천받고 있었다. 그래서 <속죄의 소나타>를 구입하면서 이 책 두 권도 함께 구입하였다. 아직 <속죄의 소나타>는 읽지 못했다.
히포크라테스 시리즈는 마치 검시관 드라마 같았다. 미국 드라마 <본스(bones)>와 모티브와 컨셉은 같은데 본스보다 한참 못하다. 사건별로 30분 정도의 미니 드라마같달까. 거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노년의 검시 교수가 1분만에 모든 것을 해결하며, 나머지 29분은 노 교수에 대한 경탄과, 일본 검시 시스템의 예산 부족 이야기로 매번 채워진다. 그 이야기도 너무 깊이가 없어서 깜짝 놀랄 정도이다. 이런 식으로도 책을 쓸 수가 있구나 싶을 정도로 충격적으로 놀랐다.
다만, 히포크라테스 우울은 시리즈의 후속편 격인데 전편보다 다소 나았다. 이 작가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고, 왜 인기가 있고 추천되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작가의 나머지 작품도 어서 읽어봐야겠다.

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
13년 전 <공중그네>가 출간될 때부터 오쿠다 히데오의 팬이었다. 일본 작가스럽지 않은 날카로움과 깊이, 그리고 숙련된 유머가 있었다. <인 더 풀>도 출간되기가 무섭게 금세 읽었다. <남쪽으로 튀어!>도 마찬가지였다. 신간을 읽어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야구장 습격사건>, <한밤중에 행진> 모두 좋았다. 특히 어릴 때부터 야구팬이어서 그런지 <야구장 습격사건> 수필집은 두고두고 한 번씩 펴볼 정도로 좋아한다. 직장 일에 지쳐서 한동안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에 대해 관심을 두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오미와 가나코>라는 추리소설을 보고도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 사람이 추리물을?’
결론적으로 <나오미와 가나코>는 영화 <델마와 루이스>가 연상되는 한 편의 활극이랄까, 약간 침체된 활극이었다.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두 여성의 이야기. 재미 면에서도 여느 액션 스릴러같이 뛰어나지 않고, 추리 면에서도 다소 이야기의 짜임새나 완성도가 떨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두 여성의 내면이나 심리가 촘촘하고도 정교하게 서술된 것도 아니다. 아쉬운 점이 많은 소설이다.

13계단, 다카노 가즈아키 ★★★☆
여러 번 추천도서로 올라왔던 작품인데, 책 소개나 후기에 ‘사형제에 대해 묵직한 문제 의식을 던져 준다’고 해서 스킵했었다. 사형제도에 대한 문제 의식이라면 너무 좋은 영화도 많았고, 그 내용이 읽지 않아도 될 만큼 이야기가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분명 누명을 쓴 사형수가 있을 테고, 누명을 벗거나 혹은 벗지 못하고 처형당하겠지. 사형장에 오를 날이 가까워 오는 것으로 소설의 긴박감을 연출할 테고..
그러다가 이번 휴가 기간에 핸드폰에 담아간 소설 중 읽지 않고 남은 것이 <13계단>뿐이어서 정말 어쩔 수 없이 읽게 된 것이다.
읽은 소감은, 일단 예상했던 대로 사형수가 등장하고 형장에 오를 일이 시시각각 분초를 다투며 다가오고 있다. 다만, 예상하지 못했던 점은 이 플롯이 전체 이야기의 배경 정도의 역할에 그친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어떤 사건을 해결하는 전형적인 추리물이다. 추리물로서는 정말 재미있고, 생각할 거리도 꽤 있다. 하지만 그 생각할 거리가 사형제도와 관련한 문제 의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형제도를 다룬 소설이라고 해서 스킵한 사람이 있다면,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다. 왜 마케팅 포인트를 사형제도로 잡았는지 의문이다. 식상하고, 또 실제로 소설의 주요 제재도 아니다. 단순 배경일 뿐이다.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 도로시 길먼 1~4 ★★★★☆
1편 : 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 (The Unexpected Mrs. Pollifax)
2편 : 폴리팩스 부인(미션 이스탄불) (The Amazing Mrs. Pollifax)
3편 : 폴리팩스 부인과 여덟 개의 여권 (The Elusive Mrs. Pollifax)
4편 : 폴리팩스 부인과 꼬마 스파이 (A Palm for Mrs. Pollifax)

우선, 이 시리즈는 최근에 출간되었지만 1966년에 첫 출간되어 30여 년간 이어온 시리즈이다. 그리고 도로시 길먼(dorothy gilman)은 1923년생으로 2012년에 타계하였다. 이혼한 후 생계를 유지하려고 쓴 소설이 메가 히트를 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마치 해리포터 시리즈의 조앤 롤링이 연상된다. 실제로 1편을 읽자마자 나는 폴리팩스 부인에게 완전히 반해버렸다. 루이즈 페니의 <치명적인 은총>과 같이 약간 서늘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지만, 나는 이런 덜 잔인하고 엽기적인 추리물이 좋다. 도로시 길먼의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 역시 잔혹하고, 등장인물을 고통스럽게 하는 추리물이라기보다는, 등장인물들에 이입하게 되고 모험을 하게 한다는 점에서 편하다. 게다가 폴리팩스 부인은 너무나 귀엽다. 여자판 레밍턴 스틸이라기에는 원예를 하고, 소소한 일상을 즐기는 60대 할머니지만 전형적인 스파이가 아니라는 것이 매력적이다. 몽크스럽기도 하고. 제시카의 추리극장에 나오던 제시카 여사 같기도 하다. 실제로 제시카의 추리극장에 출연한 배우를 캐스팅해서, 폴리팩스 부인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스파이 마담 폴리(The Unexpected Mrs. Pollifax, 1999))
내 생각에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는 12세 이상의 모든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 (현재 4까지 출간)
1. The Unexpected Mrs. Pollifax (1966)
2. The Amazing Mrs. Pollifax (1970)
3. The Elusive Mrs. Pollifax (1971)
4. A Palm for Mrs. Pollifax (1973)
5. Mrs. Pollifax on Safari (1977)
6. Mrs. Pollifax on the China Station (1983)
7. Mrs. Pollifax and the Hong Kong Buddha (1985)
8. Mrs. Pollifax and the Golden Triangle (1988)
9. Mrs. Pollifax and the Whirling Dervish (1990)
10. Mrs. Pollifax and the Second Thief (1993)
11. Mrs. Pollifax Pursued (1995)
12. Mrs. Pollifax and the Lion Killer (1996)
13. Mrs. Pollifax, Innocent Tourist (1997)
14. Mrs. Pollifax Unveiled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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