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행했던 조폭물처럼 이제는 검찰물, 아니 정치물이 유행이다.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승리하는 검찰’이나 ‘부패한 권력자들’이 자주 등장한다. 검사를 소재로 법이 얼마나 권력 앞에 무의미한지를 폭로하는 영화가 줄줄이 나온다. 정의로운 검사가 등장하는 영화는 <내부자들> 외에는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는데, 부패하거나 혹은 악을 신념화하는 검사가 등장하는 영화는 더 많이 떠오른다. (<부당거래>, <변호인>)
그런 점에서 <더 킹>에서의 검사는 다소 가볍고, 다소 이상하고, 되게 부패했다.
조직적 권력을 누리기 위해 조폭들처럼 몰려 다니며 저열한 짓을 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현재의 검찰 조직에 가장 근접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코미디물이다. 감독의 정성이 너무 지극하고, 진지해서 블랙 코미디로 봐 주고 싶은데, 그냥 코미디물이다. ‘폴리스 스토리 7편’이나 ‘어니스트 감옥에 가다’와 같은 어니스트 시리즈 8편 정도쯤 되는 검찰물의 그저 그런 한 영화이다.
그 이유는 한재림 감독의 연출력 때문이다. <관상>에서도 그랬지만, 신선한 아이디어를 연출력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니 영화가 애매해진다. B급이라기엔 너무나 화려한 S급 출연진들, A급 대중영화라고 하기에는 미숙한 연출력이 걸린다. 가령 ‘평범한 소재’인데 공전의 히트를 치고 전세계의 이목을 한눈에 사로잡은 <위플래쉬> 같은 영화를 떠올려 보면 한재림 감독의 연출력은 너무나 미숙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플래쉬의 화면 전환, 카메라 구도, 뺄 것도 더할 것도 없는 날렵한 씬들을 보면, 영화의 연출력이 영화의 전부나 다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미워하기가 좀 어려운 건, 감독이 해석한 ‘검사상’의 한 단면 때문이다. 이 영화의 검사들은 종전까지 보던 비열한 권력 추종자나, 음모의 설계자, 치명적인 악인이 아니다. 세 명의 검사들은 ‘얼빠진 10대 양아치’같다. 너무나 미성숙하며, 우스운 데가 있다. 쿵따리 샤바라에 맞춰 춤을 추는 다소 변태같은 어린애들 같다. 10대에서부터 한 치도 성장하지 못한 애들이 김영삼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살아 남아 이 나라를 어지럽힌다.
한강식(정우성 분)은 고상하게 스테이크를 썰며 “내가 역사야”라면서 ‘정치적 딜’을 하는 ‘전형적인 권력자’의 행세를 하는데, 그 모습이 참 별 볼일 없다. 이 장면이 좋았다. (감독이 어떤 의도로 이 장면을 찍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잠깐씩 엿보이는 이런 장면들을 통해 감독이 권력자에 대해 해석한 것이 새롭다고 느꼈다. 다큐멘터리 영상을 비디오 아트 형식으로 적재 적소에 배치한 흔적들 역시 그런 맥락에서 새롭다. 하지만, <그때 그 사람들>과 같은 집중력 있는 블랙 코미디가 되기에는 이 영화의 역량이 지나치게 모자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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