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요약: 진짜 맛있는 항정살, 그리고 에일 생맥주 최고! 또 가고 싶음. 식사 메뉴는 아쉬움.
교대 후문 맞은 편은 돼지고기 식당 격전지이다. 사거리에 신김치와 항정살을 같이 구워 먹는 하남돼지집, 신흥 삼겹살집인 이층집이 딱 포진해 있다. 게다가 근방에는 서서갈비도 있고, 맛없는데 회식장소로 애용되는 제주흑돼지집도 있다. (정말 맛없다)
여기에 새로운 "돼지고기 식당"이 개업을 했더라. 오픈 몇 날은 친절하고 고기가 괜찮겠지 싶어서 비 오는 저녁에 들어가 봤다.
가게 전경은 평범한 고깃집.
개업한지 얼마 되지 않아 깨끗하다. 무엇보다 비오는 저녁 돼지고기집인데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이게 진짜 좋았다. 고기 굽는 냄새 때문에 고기 안 먹으려고 교대 먹거리 골목을 돌아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하시는 분들이 재바르게 움직이시고 무척 친절하셨다.
들어와 메뉴를 보니 프리미엄 숙성 돼지고기 전문이란다. 돼지를 키울 때부터 관리해서 키우고, 식당 한 켠에 숙성 냉장고가 있다.
자부심이 대단하시다. 실제로 맛있었다.
일단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바로 이 수저이다. 앉은 후 항정살 1인분, 삼겹살 1인분을 주문한 뒤 수저통을 찾았는데 없는 게 아닌가. 아무리 찾아도 그 기름 튀어 끈끈한 뚜껑이 있는 '그 수저통'이 안 보였다.
그때 서버께서 이 포장된 수저를 주시더라.
우와 감동.
고급 한정식 식당에서 보여 주던 서비스. 정말 좋았다. 한결 위생적으로 느껴졌고 무엇보다 대접 받는 기분이 나서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와사비, 갈치속젓, 그리고 안데스 소금을 고기와 곁들이라고 내 준다. 사실 우리가 가장 바라는 건 '맬젓'이라고 하는 것이다. 제주도에 가면 삼겹살을 맬젓에 찍어 먹는데, 이게 삼겹살 킬러다. 느끼해서 돼지고기 삼겹살을 잘 안 먹는데 이 맬젓만 있으면 쑥쑥 들어 간다. 먹은 뒤 입도 개운하고 속도 편한 기분이 든다.
갈치 속젓 대신 맬젓을 주시면 어떨까 싶다.
기본 상차림에 내 놓은 것들 중 최악은 명이나물이다. 이건 하남돼지집 리뷰 때도 썼는데, 이렇게 달고 또 단 풀잎은 구색 맞춰 안 냈으면 좋겠다. 할 거면 제대로 하던지...
맛이 좋아서 다 먹은 건 신김치를 물에 씻어 준 것이다. 너무 개운했다. 이 역시 좀 달았는데 그게 신맛을 너무 시지 않게 균형을 잡아줄 정도로만 달아서 좋았다.
샐러드는 그리 달지 않아 채소 맛을 잘 느낄 수 있었다.
(하남돼지집 명이나물 비판 http://rednotebook.tistory.com/2007)
그리고 홍합탕을 서비스로 주셨는데 우린 고기로 배채우기도 바빠서 거 거의 먹지 않음. 다른 테이블을 보니 잘 드시는 것 같았다. 국물은 고기 맛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 가볍고 산뜻하게 매운 맛.
항정살 한 점 먹고 진짜 충격을 받았다. 하남돼지집에 가서는 항정살만 먹는데(삼겹살은 별로다) 거기서 먹는 항정살은 '고소한 맛 30+기름진 감칠맛 70'이었다. 그래서 1인분만 먹는다. 2인분째 시키면 느끼해서 못 먹었다.
그런데 화포식당 항정살은 내가 알던 항정살이 다 가짜였나 싶을 정도로 놀라웠다. 일단 육질이 너무 달랐다. 아기 항정살(?) 같은 느낌이었다. 육질은 부드럽고 맛은 '담백한 맛 30+고소한 40+육즙의 촉촉한 맛 30'이었다. 아 맛 표현 어렵다. (육즙 맛이 고기 맛 아녀? 근데 육즙맛이 나서 기름진 고소함과 섞이는... 그 맛 ㅠㅠ)
삼겹살은 두터웠는데 확실히 육질이 좋았다. 항정살 먹고 삼겹살을 먹으니 감흥이 덜 했다. 우리는 항정살 맛에 너무 감동을 받아서 1인분 더 주문했다.
아! 그리고 화포식당에 클라우드 생맥주와 세븐브로이(우리나라 중소기업 맥주 양조장!) ipa 에일 생맥주가 있다. 둘 다 끝내주게 맛있는데, 세븐 브로이 ipa가 대박이다.
반포에 신세계 그룹이 운영하는 에일 맥주 전문점인 데블스 도어보다 3배 쯤 더 맛있다. 진짜 맛있다. ㅠㅠ (나 내 돈 주고 식당 다녀온 사람임;;;; 내 돈 안 쓰고 간 곳이 없구먼..)
개업한 뒤 얼마 되지 않아 생맥주 관리가 잘 된 덕도 있겠지만 세븐 브로이 ipa 맥주 맛이 워낙 좋았다. 에일 맥주만의 매력인 향도 너무 죽이지 않았고, 또 너무 무겁지 않아서 사랑받을 것 같다. (하와이 맥주인 '코나'의 '파이어락'과 비슷한 맛이라고 생각함. 진짜 좋아하는 맥주임.)
불판 위에 올리면 김치가 눌어 붙으니까 따로 종기 위에 김치를 익혀 먹었다. 이 또한 별미.
이 식당 주력 후식(?) 밥 메뉴가 '화포술밥'(김치 술밥, 된장술밥)이다.
된장술밥을 주문했다.
된장찌개에 밥 비벼 먹는 그런 맛을 기대했는데 다소 엉뚱한(?) 맛이 튀어 나왔다.
커리 냄새와 강한 후추 향이 가득하고, 후추와 청양고추의 매운 맛이 나왔다.
지나치게 '글로벌 퓨전 매운맛'이어서 며칠 끓여 졸아든 된장찌개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술 안주 삼아 한 수저씩 드시면서 술 마시는 주당들은 재밌게 먹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좀 아쉬웠다
고기 먹고 개운하게 마무리하는 냉면, 열무국수, 김치말이 국수, 된장찌개와 뜨거운 밥이 아니라 애매한 카레 후추 향으로 이제껏 멋은 맛이 뒤섞여 버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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