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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키티카와 트리탑 워크를 다녀오느라 생각보다 일정이 지연되었다.

시속 100km로 달려 꼬박 5시간을 가야하는데 말이다.

아무래도 웨스트 코스트 드라이브를 하루에 완주하는 건 무리였던 것 같다. (나중에 든 생각)

 

웨스트 코스트를 달려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론니 플래닛에서 추천했기 때문이었다.

생소한 추천지였다. 그래서 의아했는데, 남섬에서 가장 추천할 만하다고 한 것이 바로 '웨스트 코스트'였다.

 

무작정 믿고 여행 코스에 넣었는데, 알 것 같다.

이곳을 드라이브한 것이 뉴질랜드 남섬 여행 중 가장 인상깊었었다.

 

식생대도 다양하고, 지구상의 다양한 자연을 하룻만에 본 느낌이랄까.

 

가장 뉴질랜드 남섬다운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엄청난 자연의 크기와 깊이에 놀랐다. 외경심과 두려움과 경이로움이 동시에 느껴졌었다.

그런 웨스트코스트 드라이브를 떠올리면 이 풍경이 생각난다.

바오밥 나무같은 이국적인 나무들이 수십 키로 동안 빼곡하게 늘어서 있고, 망망대해처럼 두려울 정도로 끝이 없던 길...

도시도, 마을도... 사람도 없던 길...

바람 때문에 한 쪽으로 저렇게 쏠린 2~3미터 크기의 나무들...

 

 

 

그레이마우스부터 드라이브를 시작했으니 하루에 500km는 족히 운전했던 것 같다. 남편에게 고맙다.

남편은 시간 가는지도 모르고 운전했단다.

지루하지가 않은 자연들이었다.

길을 돌아서고, 산을 하나 넘으면... 새로운 식생대와 새로운 풍경, 새로운 지역의 자연이 펼쳐져서 놀랐다.

 

 

 

네비게이션이다.

딱 400km 남았을 때다.

징하게 달렸다. :-)

 

 

 

 

길을 따라 가다 보면, 군데 군데 가끔 마을이 나타난다.

마을 입구에는 속도를 50km/h로 줄이라고 푯말이 있다. 마치 우리네 마을 입구에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장승상이 서 있듯 저렇게 있다.

마을이 나타나면 화장실도 가고, 물도 한잔 할 곳이 있어 반갑다.

웨스트코스트를 달리던 중 나타나는 마을은 거의 상점이 없었다. 그만큼 작은 마을들이다.

마을이라고 하기도 무색할만큼 집 몇 채가 모여 있는 정도랄까.

그래도 사람이 사는 길을 지나고 있다는 것이 무척 위안이 된다.

 

 

 

요 길이 마을의 전부다.

아늑하고 평화로워보인다.

 

 

 

 

마을을 벗어나니 본격적으로 웨스트코스트의 경이로운 자연이 나타난다.

나무들이 크기가 엄청나다.

10미터 넘는 나무들도 빼곡하다.

열대 우림이나, 화산섬에 와 있는 기분이 든다.

양을 키우는 목초지에서, 갑자기 열대 화산섬 지대가 나타난다.

 

 

 

 

다들 잘 달린다.

 

 

 

 

 

그러다가 이렇게 거대한 산들이 앞을 가로막는다.

저 산들을 다 넘어야 호수가 나오고 새로운 도시가 나온다.

산이 어찌나 겹겹으로 있던지 처음엔 막막했었다.

눈으로 보기에 저 정도지, 실제로는 산들이 엄청 커서 30분을 넘게 달려야 지도상에서 조금 움직인 것으로 나왔다.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 많은 산들

한국에서 보던 산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너무나 거대하게 솟아 있다.

평지에 저런 높은 산이 올라와 있다니...

 

 

 

 

 

이렇게 또 마을이 나오고

 

 

 

 

마을을 벗어날 즈음엔 '다시 100으로 달려도 좋다'는 푯말이 있다.

마을을 떠난 것이다.

 

 

 

 

갑자기 바다가 펼쳐진다.

 

 

 

 

 

 

 

 

바다 옆 나무들도 너무나 크다.

 

무서울 정도다.

 

 

 

 

 

 

 

 

 

해가 뉘엇뉘엇 질 준비를 하고 있다.

 

참, 웨스트코스트는 샌드플라이가 엄청나게 많다.

수십 만마리가 순식간에 몸을 덮는다.

스프레이도 별 소용이 없는 것 같다.

 

흡혈 파리라... 물리면 긁지 않고 참을 수밖에 없다. 일주일이 지나면 잠복기가 끝나 가렵고, 부어오르고 진물이 나온다.

그래도 참아야 한다 .ㅠㅠ.......

 

이 바다를 보고 싶어 나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다시 길을 달리기 시작한다.

 

길 끝으로 바다가 보인다.

 

 

 

 

 

구불구불 길을 가다 보면 바다가 보이고, 달리는 재미가 난다.

 

 

 

 

그러다가 이런 대평원이 나타난다.

그런데 대평원도 크라이스트 처치나 다른 뉴질랜드의 평원과 또 다르다.

바오밥 나무같은 엄청나게 큰 나무들이 가득찬 그런 평원이다.

 

정말 경이로웠다.

 

 

 

 

 

다시 길을 달린다.

 

왼쪽에 바오밥 나무같은, 마치 아프리카에 있는 듯한 나무들이 즐비하다.

 

 

 

이런 나무들 틈에 있다보면, 이제는 열대 화산섬이 아니라 아프리카 케냐와 같은 곳에 있는 듯 하다.

나무들의 길이는 족히 15미터는 돼 보인다.

 

 

 

 

 

그 많은 산들을 한번 넘고 나면, 바다가 나오고, 평원이 나오다가...

또 많은 산들을 만나게 된다.

 

다 넘어야 한다.

 

눈 앞에 산이 나타난다.

얼마나 높은지 정상엔 눈이 있다.

 

 

 

 

 

산을 넘는 중이다.

 

내가 지나온 산들이 저 멀리 보인다.

 

 

 

 

이제 해가 진다.

 

호수가 많은 와나카, 퀸즈타운의 냄새가 난다.

오른 쪽에 큰 호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제 1시간 반 정도만 더 가면 된다.

 

 

 

 

 

해지는 모습이 참 좋았다.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풍경이었다.

 

 

 

 

번쩍이듯 화염을 뿌리며 지는 것 같다.

 

 

 

 

 

거대한 호수를 오른 편에 끼고 한 개의 호수를 다 지나고 나니,

이제 왼 편으로 또 다른 큰 호수가 나타난다.

산을 넘었던 것처럼 호수들을 이렇게 지나가야 도시가 나온다.

 

 

 

 

 

호숫길 따라 도로가 나 있다.

 

 

 

 

거대한 산 가운데 호수가 있으니 더 놀랍다.

해까지 져서 무섭기까지 한데, 아름답다.

 

 

 

 

지나칠 수 없어 차를 세웠다.

숙소엔 전화를 해서 9시쯤 도착한다고 했다.

뉴질랜드 숙소들은 주로 6시까지는 연락을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들 퇴근해버리기 때문에 숙소를 예약해 두고도 못 들어가는 수가 생긴다.

다행히 운전을 조심하라며 친절하게 대해준다.

 

 

 

 

 

너무나 거대한 산들, 그리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넓고 깊은 호수...

아름다우면서도 무서운 생각도 들 정도로 거대했다.

 

 

 

 

 

 

 

 

 

 

 

 

 

 

산이 호수에 비친다.

 

 

 

 

 

 

 

이렇게 차를 세워두고 호수를 바라보다가 다시 길을 달린다.

 

 

정말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

뉴질랜드, '목가적이고 지루할 정도로 평화로운 목초지' 정도로만 알았는데....

너무나 거대한 자연이 가득했다.

자연에 대해 외경, 숭고를 느낀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이 경험이 있어서 남은 여행을 잘 했던 것 같다.

정말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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