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고형렬의 「광합성에 대한 긍정의 시」를 배달하며

 

시간은 부드러운 호흡이지요. 가볍게 주무르듯이. 마치 눈을 살짝 감은 때처럼. 빛을 살짝 가리기 위해 이마에 손차양을 하는 때처럼. 그러나 당신은 당신의 잎잎이 여린 빛 속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지요. 우리는 녹색식물이니까. 서로 드나들면서 속하지요. 서로의 꿈과 몸과 마음이 되면서, 그렇게 옮아가면서, 끌어들면서. 공기, 바람, 햇빛, 비, 눈의 맛을 맛보면서. 때때로 조금은 서로에게 부드럽게 개입하면서. 그리하여 바꾸어주면서.

 

낮에는 한 옥타브 낮은 말과 손길로써 밤에는 침묵으로써 그리하여 잡음의 세계를 견디지요. 나와 당신 모두 광합성을 하는 녹색식물이 되어 나는 당신이 되고 당신은 내가 되고 이것은 저것이 되면서. 가장 추운 때에도 그것은 미루는 일 없이 반복적으로 하는 즐거운 일감. 그리하여 한겨울을 입춘의 골목으로 데려가듯이. 누구나 알듯이 그것은 사랑의 세계.

 

by 문태준

 

출처 

반응형

'밑줄 문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용지물 박물관 - 김중혁  (0) 2013.05.13
모방범에서 몇 개 밑줄 그은 대목  (0) 2011.02.20
기억  (2) 2010.01.26
소설쓰기  (4) 2009.11.25
그래서 밥  (8) 2009.11.10
반응형

어릴 땐 한 솥에 끓여 놓고 냄비 채로 식탁에서 가족들과 먹었었다.

그 기억 때문인지 홍합은 언제든 기분 좋은 '저녁 식탁'의 맛을 하고 있다.

 

냄비에 깨끗이 씻은 홍합을 넣고, 물을 홍합 높이의 2/3 정도로 하고 끓였다.

끓은 후 색이 잘 익게 변했다 싶으면 바로 홍합을 정ㅋ 벅ㅋ

 

 

반응형

'식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나리달래장, 무버섯밥  (6) 2010.02.18
볶음 쌀국수, 얼큰한 무국  (3) 2010.02.12
새조개 샤브샤브  (8) 2010.02.06
순두부 새우젓국  (7) 2010.01.27
베트남 쌀국수, 월남쌈  (13) 2010.01.15
반응형

새조개를 말로만 들었었다.

"최고의 맛이다, 일본으로만 수출되어서 구하기가 힘들다, 아주 비싸다."

 

가끔 6시 내고향 같은 프로에서 보곤 했었다.

궁금하기도 했지만 서울 어디 식당에서 파는 새조개 가격을 알고선 지레 포기 했었다.

 

그러다가 블로그 체험으로 새조개가 있단 걸 알고 너무 신기하고 반가워서 신청을 했는데

으에.. 으아아.. 덜컥 당첨이 되었다!

게다가 새조개를 보내주시는 남당수산 주인분께서 맛있게 먹으라고 문자도 보내주시고.

(손수 손글씨로 편지도 써 주셨다!)

당첨이 되었는데도 이게 정말 오는지 확신이 없었는데 밤 11시 경 새조개를 올려 보내셨다는 문자를 받고나니 실감이 났다. 으앙 새조개를 정말 먹어보는건가.. 이런 생각이 들어서 너무너무 들떴따.

 

살만 500g을 보내주셨는데 이게 한 4만 ~5만원 하는 양이다.

실한 것으로 보내셨다고 하더니 정말 크다.

주꾸미 한 마리와 여러 조개 몇 개, 그리고 조개껍질 그대로의 새조개 두어 마리를 같이 보내셨다.

새조개는 샤브샤브가 제격이라고 해서 샐러드로 하려던걸 관두고 샤브샤브를 준비했다.

모처럼 고마운 사람한테도 인심을 쓰고.. :-)

 

육수는 언제나 하던 것 처럼, 멸치+무+다시마+황태 대가리를 넣고 한 시간쯤 끓여 하루 밤 놔둔 육수 국물.

거기에 샘표 국시장국 한 숟가락, 쯔유 한 숟가락을 넣었다.

 

 

해룡처럼도 보이고, 새 부리까지 있는 새 처럼 보여서 새조개.

맛은 정말 달콤하다.

바지락같은 감칠맛에 대추나 홍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연 그대로의 단 맛이 쭉 베어 나왔다.

굉장히 신선한 맛이었다.

끓는 물에 10~15초가 제일 맛있대서 엄격히 지키면서 먹었다.

청경채와 알배기 배추만 함께 곁들였다.

 

보내주신 초장 세트가 있었는데 먹어 본 결과,

육수 국물 몇 숟가락에 간장 넣고 와사비 넣은 게 가장 맛있었다.

 

 

마지막은 모처럼 칼국수로 준비했다.

아무래도 사람이 많으니 양이 좀 부족해서 흐..

신김치 쑹쑹 썰어 넣고 물에 한 번 데친 칼국수 사리를 넣고 먹었다.

 

 

그리고 새조개를 위해 오늘을 기다린 술들.

 

새조개가 비싸기만 한 것 같아 먹어 볼 생각도 못했었는데 새조개 전문 수산점이 있어 괜찮은 것 같다. 82에서 종종 뵙는 어부 현종님.. 사이트처럼 산지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것이 정말 여러 가지로 이로운데, 사실 믿고 살만한 사이트가 없어서 늘 고민이었는데 적어도 새조개나 대하는 하나 건진 것 같다. 산채 나물이나 버섯, 제철 과일도 이런 곳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반응형

'식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볶음 쌀국수, 얼큰한 무국  (3) 2010.02.12
싸고 맛좋은 홍합  (2) 2010.02.11
순두부 새우젓국  (7) 2010.01.27
베트남 쌀국수, 월남쌈  (13) 2010.01.15
동태찌개, 스파게티, 고등어조림, 등갈비 김치찌개  (2) 2009.12.24
반응형

전에 스타벅스에서 언니들과 수다를 떨면서 한 봉 집어 들고 온 원두 찌꺼기.

때비누나 만들겸, 스크럽 비누나 만들겸 넣어 봤더니 저리 시커먼스가 되었다.

 

그나저나 전에 만든 비누들을 시험해 보는데,

오늘까지.. 한 7주 숙성된 것들이 더 부드럽다는 걸 느꼈다...

2년도 놔두고 숙성해서 쓴다니..

 

이제 만든건 계속해서 숙성을 해서 선물을 해야겠다.

 

 

 

두피에 좋다는 약재들을 넣고 콩유에 2주 냉침을 시켜놨었다.

2주가 지난 그 냉침 오일을 걸러서 만든 비누.

 

 

큼직 큼직한 게 좋아 보여 그렇게 썰어(?) 봤다.

하지만 이미 비누 30개 정도를 건조 하고 있는 중이어서.. 건조대가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용기 위에 나무젓가락 올려서 건조대를 만들어 봤다. 흑

 

 

반응형

'만들기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운유 바디&페이셜 크림  (0) 2010.12.21
자운고 연고  (0) 2010.10.26
두 가지 색의 비누  (4) 2010.02.04
맥주비누 두 번째  (2) 2010.01.18
화장품 새 라벨을 만들었다.  (8) 2010.01.16
반응형

 

비누를 만들어서 틀에 붓고 나니 좀 모자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얼렁 하나를 더 만들어서 (다시 만들 땐 EM 발효액 대신, 메밀차를 섞어 비누를 만들었더니 색이 노랗게 예쁘게 나왔다.) 부었다.

 

오일은 코코넛, 팜, 채종유, 피마자, 시어버터, 해바라기, 콩유 이렇게 7 가지가 들어갔다.

그랬더니 2단으로 상콤한 비누가 탄생했다!

 

위는 붉은 진흙 가루를 넣은 EM 발효액 비누

아래는 메밀차에 흰 진흙 가루를 넣은 메밀 비누 (?).

양을 많이 해서 큼직 큼직하게 썰었다.

이전 맥주 비누의 거의 2배 용량이다.

이 외에도 3kg을 더 만들었는데, 아직 굳지 않아서 2~3일 후 쯤 잘라 볼 생각이다.

하루 종일 쉬엄쉬엄 만들었는데 창문을 열고 해서 목감기가 된통 걸렸다. ㅠㅠ

 

 

반응형

'만들기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운고 연고  (0) 2010.10.26
커피 비누, 나무젓가락 비누 건조대  (2) 2010.02.04
맥주비누 두 번째  (2) 2010.01.18
화장품 새 라벨을 만들었다.  (8) 2010.01.16
선물용 물비누  (6) 2009.12.17
반응형

멸치다싯물이 끓어 오를 때,

순두부를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맞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달걀 1개를 톡 풀어 줌.

달걀을 풀어 넣을 때 체로 걸러 스르륵 넣으니 아주 깔끔하게 되어 더 맛이 나는 듯 했다.

나는야 1식 1찬;;

 

 

 

반응형

'식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싸고 맛좋은 홍합  (2) 2010.02.11
새조개 샤브샤브  (8) 2010.02.06
베트남 쌀국수, 월남쌈  (13) 2010.01.15
동태찌개, 스파게티, 고등어조림, 등갈비 김치찌개  (2) 2009.12.24
주꾸미탕  (2) 2009.12.15
반응형

지능검사를 한 결과 그의 지능은 대단히 뛰어났다. 머리 회전도 빨랐고 관찰력도 뛰어났으며 논리적이었고,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도 간단하게 풀었다. (그러나 금방 해결되는 문제는 간단하게 풀어나갔지만 시간이 좀 걸리는 문제는 그것을 푸는 도중에 자기가 뭘 하는지 잊어버렸다.)

 

그의 기억력을 검사한 결과, 특이하게도 바로 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따라서 어떤 말을 하거나 어떤 것을 보여주어도 몇 초 후에는 벌써 잊어버리고 말았다. 때때로 희미한 기억이 남아 있을 때도 있었다. 희미한 메아리라든가 처음이 아니라는 의식의 형태로 남아 있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그는 나와 틱택톡을 둔 지 5분 정도 후에 조금 전에 어떤 의사와 틱택톡을 두었다는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나 '조금 전'이 몇 분을 말하는지 몇 개월을 말하는지에 관해서는 전혀 몰랐다. 그는 잠자코 생각하면서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그 의사 선생이 당신이었는지도 모르겠군요."

 

그렇다고 대담하자 그는 쾌활한 얼굴이 되었다. 쾌활함과 싸늘한 무관심이 서로 엇갈리는 것이 그의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나는 가슴이 죄어오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가슴 아픈 일이 있을까? 이렇게 기묘한 일이 있을까? 그의 인생이 망각의 세계에서 녹아내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어찌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나는 다시 노트에 적었다. "그는 순간 속의 존재이다. 말하자면 망각이나 공백이라는 우물에 갇혀서 완전히 고립되어 있는 것이다. 그에게 과거가 없다면 미래 또한 없다.  끊임없이 변동할 뿐 아무 의미도 없는 순간순간에 매달려 있을 뿐이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 나는 그에게 매일 일기를 쓰라고 권유했다. 매일 그날 있었던 일, 느낀 일, 생각한 것, 기억이 난 것들을 모두 기록해두라고 강력하게 권했다. 그러나 그런 나의 권유는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다. 무엇보다도 그가 항상 일기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날마다 짧은 메모를 일기장에 착실하게 적어놓기는 했지만 바로 그 전날 자신이 쓴 것을 보고도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의 필적이나 문체는 알아보았기 때문에 그 전날 자신이 무엇인가를 썼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곤 했다.

 

놀라기는 했지만 관심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전날'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가 쓴 일기는 전혀 맥락이 없었다.

 

이 끝없는 망각, 이 가슴 아픈 자기 상실을 지미는 알았다고도 할 수 있고 몰랐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는 다리나 눈을 잃으면 다리가 없고 눈이 없다는 사실을 의식한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면 그 사실 자체를 모른다. 왜냐하면 그것을 깨달을 자신이라는 존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사실 그는 자신이 환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이 환자들 틈에 끼어 있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우리는 도대체 그가 어떤 기분으로 사는지 알고 싶었다. 그는 체격도 좋고 건강한데다가 일종의 동물적인 강인함과 에너지의 소유자였다. 그러면서도 묘하게 무기력하고 활발하지 않은 면이 있었다. 게다가 누구나 느끼듯이 매사에 무관심했다. 옆에서 보더라도 '어딘가 모자라는 데가 있다'고 느껴졌지만, 본인이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도 알 수 없었다. 설령 알았다고 하더라도 그런 것에는 '무관심'했다. 어느 날 나는 그의 기억이나 과거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고 지극히 평범한 감정에 대해서 살펴 보았다.

 

"기분은 어때요?"

"기분이 어떠냐니요?"

그는 내가 한 말을 반복하면서 머리를 벅벅 긁었다.

"나쁘다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기분이 좋다고도 할 수 없어요. 뭐가 뭔지를 알 수 없어요."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합니까?"

"그렇지는 않아요."

"인생이 즐겁다고 생각해요?"

"모르겠는데요."

 

내가 너무 심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약간 망설였다. 한 남자를 은근히 참기 어려운 절망으로 밀어넣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주저주저하면서도 다시 물었다.

 

"인생이 괴롭지 않다면...... 그렇다면 인생을 어떤 식으로 느끼나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해요."

"그래도 살아 있다는 것은 느끼지요?"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냐고요? 별로 그렇지 않은데요. 오랫동안 그런 걸 느껴본 적이 없어요."

 

그의 얼굴에 끝 모를 슬픈과 체념이 드리워졌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중에서

반응형

'밑줄 문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방범에서 몇 개 밑줄 그은 대목  (0) 2011.02.20
잡음의 세계  (2) 2010.02.11
소설쓰기  (4) 2009.11.25
그래서 밥  (8) 2009.11.10
평화로운 인생을 위해  (0) 2009.09.09
반응형

지난 비누가 너무 누리끼리해서 색을 좀 내본다고,

오일에 자초를 담궈놔서 선홍색을 만들었다.

그런데 가성소다와 함께 합쳐지니 역시 같은 색이 되어 버렸다. 아쉬워라

그래도 비누가 많이 생겨서 좋다. 자꾸 자꾸 또 만들고 실험해 보고 싶다.

 

 

 

반응형

'만들기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커피 비누, 나무젓가락 비누 건조대  (2) 2010.02.04
두 가지 색의 비누  (4) 2010.02.04
화장품 새 라벨을 만들었다.  (8) 2010.01.16
선물용 물비누  (6) 2009.12.17
thanks kit, 유기농 흑설탕 스크럽  (6) 2009.08.03
반응형

맥주 비누를 만든 것이 4주가 되어서 이제 쓰고 있다.

전에 만든 것으론 물비누를 대량 생산했고.

괜히 새 라벨을 만들어 봤다. 연말에 언니들 선물로 드리려고 했는데 송년회에 갑작스럽게 가게 되어서 다 준비를 해 두고도 못 들고 갔는데 조만간 어서 어서 줘야징.

 

새가 이쁜 게 있어서 붙임.

전에 만든 물비누에 라벨을 새로 해서 붙여보니 왠지 새 비누같당

 

 

 

 

반응형

'만들기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가지 색의 비누  (4) 2010.02.04
맥주비누 두 번째  (2) 2010.01.18
선물용 물비누  (6) 2009.12.17
thanks kit, 유기농 흑설탕 스크럽  (6) 2009.08.03
만들기로 달리기  (6) 2009.08.01
반응형

일전에 월남쌈이 너무 먹고 싶어서 베트남 식당에 갔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그냥 국수만 먹고 말았다. 월남쌈을 즐기는 편도 아니고 내가 그 음식을 먹어봤는지조차 가물가물할 만큼 관심이 없던 일이었는데 그 날 따라 문득 그 쌈을 입 속에 넣고 신선한 즙을 쪽쪽 빨아 먹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것이었다. 양도 많았고 가격도 터무니없이 비싸 식당을 그냥 나오고 말았지만 줄곧 월남쌈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남쌈은 98년에 대학로 포호아에서 처음 먹어 보았다.  한 어른의 자료조사를 조금 도왔는데 사례로 월남쌈을 사 주셨다. 어려운 어른 앞에서 하는 식사라 가뜩이나 긴장이 되는데, 라이스페이퍼를 온수에 적혀 쌈을 싸 먹는 것이 어찌나 고역이었는지 아직도 그 때의 느낌과 식당의 냄새가 기억이 난다. 새로운 종류의 음식을 접하느라 맛은 전혀 생각이 나지 않고 무언가를 싸서 먹던 그 촉각이 남아 있다. 오히려 그 식당 벽의 색깔이라던가 더운 여름 낮의 한가했던 테이블들, 그리고 라이스 페이퍼를 몇 장 더 요청했던 일 등 10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다.

 

그 이후로 베트남 쌀국수는 기회가 닿을 때 마다 잊지 않고 먹었다. 입맛에도 꼭 맞았고 속도 편했다.

그러면서도 월남쌈은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는지 이후 단 한 번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문득 이 겨울에 '어떤 맛이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그 월남쌈이 떠올라서 해 먹었다.

 

월남쌈엔 꼭 아보카도와 통조림 파인애플이 들어가야 한다!

파인애플은 새콤달콤 신선하고 아보카도는 가장 뒤에 고소함을 남겨서 끝맛이 감칠맛이 있다.

아보카도가 월남쌈의 절정이라더니 끝도 없이 정ㅋ벅ㅋ 했다

 

 

재료는 대충 마트에서 사고, 특별한 것들은 아시아 마트에서 주문했다.

찍어 먹을 소스는 칠리소스와 해선장을 대충 섞은 것,

까나리 액젓에 파인애플 통조림 국물 섞어서 다진마늘 넣고 만든 피쉬 소스로 했다.

 

 

누가 월남쌈 준비하기가 간편하다고 했던가.

굽고, 데치고 익혀서 채썰고 준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

초보자도 할 수 있긴 한데 시간이 꽤 걸리는 일이었다.

 

새우: 끓는 물에 소금 넣고 대쳐서 후추와 가츠오부시 간장으로 밑간.

아보카도, 피망(파프리카): 썰기만 하면 됨

소고기: 쌀국수 국물로 양지를 넣고 삶았는데 건져서 간장, 후추로 밑간.

달걀지단: 흰자, 노른자 따로 채썰라는데 난 이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워서 그냥 다 섞어서 부쳤다.

파인애플: 통조림

 

그 외 사전조사한 바에 따르면, 닭고기를 삶거나 굽거나 오븐에서 익혀 올릴 수도 있고

돼지고기 삼겹살도 맛있다고 한다.

양념은 하는 게 나은데 간장 양념(간장+설탕+마늘+후추 등등)이나 고추장 양념 둘 다 맛있단다.

 

오이, 양배추, 양상추, 깻잎, 상추 등등 다양한 채소 모두 맛있다니

냉장고에 있는 걸로 대충 하면 될 듯. 난 재료가 많으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채소로는 피망만 했다.

하지만 파인애플과 아보카도는 반드시 들어가는 게 맛있다!

 

 

그리고 쌀국수!

아시아 마트에서 쌀국수 재료를 모아서 4인분에 12,000원에 판다.

거기에 쌀국수 특유의 향신료와 조미료가 들어간 티백 같은 걸 주는데

양지 넣고 삶은 물에 그 향신료와 조미료를 넣으면 된다.

차돌박이나 샤브샤브용 고기가 있으면 데쳐서 고명으로 올리면 더욱 더 그럴 듯한 쌀국수가 된다.

하지만 난 양지살 돈도 빠듯했기 때문에 양지로 고명을~

고수와 숙주 나물은 쌀국수 재료를 주문하면 무료로 주는데 정말 넉넉하게 오고, 무엇보다 싱싱하다.

양파는 채썰어서 식초, 소금, 설탕 섞은 물에 담궈놨다가 얹어 먹으면 된다.

 

 

쌀국수는 찬물에 1시간 이상 담궈놨다가 끓는 물에 4~5분 정도 끓이면 된다.

밑에 숙주를 듬뿍 깔았다.

숙주를 깔고 육수를 부어야 숙주 특유의 비린내가 없다고 해서 시키는대로 했다.

쌀국수 재료는 안남미로 만들어서

소화도 잘되고 칼로리도 낮다고 한다(는 말을 고마워하며 실컷 먹을 핑계로 삼았다).

 

 

육수를 붓고 나서, 채썬 파랑 고수(줄기 떼고 잎만)랑 여분의 숙주, 양파를 올리고 흡입

정말 식당에서 파는 것과 똑같은 맛이었다.

식당 국수는 너무 조미료가 강했는데 집에서는 그걸 조절할 수도 있고,

그리고 국물이 더 개운하고 시원했다.

 

국수 위에 뿌려 먹는 소스도 칠리소스와 해선장을 7:3 정도로 섞으면 똑같은 소스 맛이 난다!

 

 

반응형

'식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조개 샤브샤브  (8) 2010.02.06
순두부 새우젓국  (7) 2010.01.27
동태찌개, 스파게티, 고등어조림, 등갈비 김치찌개  (2) 2009.12.24
주꾸미탕  (2) 2009.12.15
라면 끓이듯 후루룩, 뜨끈한 유부 주머니  (4) 2009.12.0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