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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행을 보다 보니, 묵밥이 나오더라.
따듯한 묵밥을 보다 보니 너무 먹고 싶어서 이런 저런 궁리를 하다가 메밀묵가루를 주문했다.
메밀 100% 묵가루는 메밀 100% 국수처럼 점성이 낮아서 뚝 끊긴다. 아주 풀어져서 못 먹을 것은 아니고 시중 제품처럼 완전 탱글하다 못해 고무같진 않다.
아무 맛 없는 것 같은 이 구수함과 담백함을 맛 보면 다른 도토리묵이나 메밀묵은 못 먹는다.

이건 엄마가 만들어 주신 메밀묵사발이다.
하지만 당장 엄마한테 갈 수도 없고 해서 메밀 100% 메밀묵가루를 주문했다.

이렇게 바로 다음 날 아침에 배송이 되어서
토요일 오전에 작업에 착수

작게 만드는 방법이 적혀 있다.
개인적으로는 네이버 같은 것보다 제품 판매처에서 알려 주는 방법이 정석이더라.
대신 정석을 기준으로 부족한 부분은 검색에 의존하거나 아니면 가장 믿음직한 정보인 ‘시행착오’에 기대야 한다.

메밀묵가루:물은 1:4
가루 2컵을 넣고 물 8컵을 넣어 가루를 잘 풀어 줘야 한다.
난 깜빡하고 불에 올린 채로 가루를 풀어서 중간 중간 멍울이 생겼다.
매끈한 메밀묵은 여기서 물건너 갔다. 맛에는 지장이 없다.

그 다음 부터는 시키는 대로 젓는 것뿐
중강불에서 끓이다가 ‘뻐끔’ 거리는 기포가 하나 올라오면 약불로 낮추고 5-6분 젖는다.
눌러 붙지 않게 잘 저어야 한다.
그리고 20분 뜸 들인다.
설명서에 이걸 한 번 더 해야 묵이 된다고 해서
20분 후에 불을 중강불로 한 후 뻐끔 기포가 생기면
또 약불로 낮추고 5-6분 저어줬다.
그리고 20분 뜸들였다.

찾아 보니 용기에 들기름을 발라야 잘 떨어진다 그래서 붓기 전에 잘 발라줬다.
그래서인지 잘 떨어졌다.

냉장고나 서늘한 곳에 놔두었다.
그냥 저녁 한나절 놔뒀던 것 같다.
중간에 시커먼 둥그런 것은 냄비 바닥에 눌러 붙은 것이다.
모양이 예쁘진 않지만 어쩔 수 없지. 내 손으로 묵을 만들다니..

묵이 굳는 동안 진하게 멸치다시 우리고(후루룩 끓으면 바로 불 끄고 한나절 그냥 놔두는 게 제일 맛있다. 밤에 끓여서 베란다에 놔두고 아침에 쓰면 된다. 오래 끓여 봤자 쓰기만 하고 깨끗한 맛 안 나온다.)
묵사발에 올릴 여러 가지를 준비했다.

묵을 썰어서 끓는 물에 데쳐주고 다시물도 데워서 그릇에 담았다.
여러 고명을 올려 한술 뜨니 정말 맛있다.
남들은 무슨 맛으로 먹냐지만 속에 부담도 없고 온 몸이 따듯해지고 좋다.
진짜 겨울엔 묵사발을 먹어야 영혼까지 개운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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