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양념한 고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불고기가 먹고 싶은데 양념한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 타협점으로 불고기 버섯 전골을 하기로 했다.
약간의 불고기 양념 맛도 볼 수 있고, 또 시원하고 구수한 전골 국물도 곁들일 수 있으니 두 사람의 식성을 만족시킬 수 있어서이다.
너무 번잡한 것은 요리를 하고 나서도 힘들어서, 그냥 간단하게 했다.
불고기감만 맛있으면 전골 요리는 정말 쉽다.
소고기가 들어가니 멸치 다시를 내면 맛이 좀 섞일 것 같아서, 다시마와 표고만으로 육수를 냈다.
전 날 밤에 그냥 마른 다시마와 마른 표고 하나 넣어 두고 다음 날 바로 불고기 버섯 전골 육수로 썼다.
양재동 하나로클럽에서 불고기감을 주문했는데 얇게 정말 좋은 것이 왔다.
살살 풀어서 배즙, 사과즙, 정종에 담궈 놨다.
나는 간장에 미리 재두지 않아서 이렇게만 놔뒀다.
배가 연육작용을 하고, 사과나 배가 향도 입히는 것 같다.
정종도 향긋하고.
이렇게 하룻밤 놔뒀다.
적어도 1시간은 이렇게 해두는 게 좋은 것 같다.
다시물을 우르르 끓인다.
이때 청양고추 하나 넣어서 끓으면 꺼낸다.
고추가 오래 끓으면 군내가 나는 것 같아서이다.
어릴 때부터 우리집은 불고기 전골에 쑥갓을 넣었다.
쑥갓을 좋아해서 듬뿍 씻었다.
달래도 팔길래 달래도 한줌 넣었다.
정말 맛있었다.
향신채 중에서도 불고기에는 파가 안 어울리는 것 같아서 쑥갓만 넣을까 했는데 달래가 들어가니 정말 좋았다.
이런 저런 버섯, 쑥갓, 달래 넣어 놓고
재둔 불고기감 고기를 물기 좀 빼서 넣었다.
재둔 국물에 핏물이 빠져서 전골에 넣으면 지저분해진다.
잘 익고 있군
예쁘게 접시에는 못 담고
다 익어서 버섯과 불고기 향신채들이 어우러져(?) 있다.
으으 저 고깃국물 정말 맛있다.
간은 양조 간장만 두 큰술 넣었다. 한 큰술 넣어 보고 너무 싱겁다 싶으면 한 큰술 더 넣으면 된다.
간은 거의 안 해도 버섯의 향, 향신채의 맛, 불고기감의 시원한 고깃국물이... 끝내준다.
마늘도 넣지 않았다.
조금씩 덜어서 간장에 살짝 찍어 먹었다.
국물은 그냥 먹고, 고기는 간장+다시마 다시를 1:1로 섞어 식초 한 두 방울 떨어뜨린 소스 만들어 찍어 먹어도 된다.
중요한 것은 국물이 짜면 버섯과 달래와 쑥갓 등의 향신채, 그리고 구수하고 담백한 전골 국물 맛이 간장 맛이 된다는 거다.
다음 날 남은 불고기감으로 국물이 좀 자작한 불고기를 해 먹었다. 이때는 파를 듬뿍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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