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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마곡사를 갔다. 비가 온다고 했는데 낮부터 구름만 껴있고 안 올 것 같아 나섰는데 다행히 비가 진짜 안 왔다.
우리나라 산사가 유네스코에 등재(통도사, 부석사, 봉정사,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되었는데, 산사 7개 중 하나가 마곡사였다. 나는 마곡사를 처음 들었다. 남편은 충청도 사람이라 마곡사를 많이 듣고 자랐지만 가본 적은 없다고 했다.

나름대로 답사도 많이 다니고, 어릴적부터 가족끼리 이름난 절이라면 빼놓지 않고 다녔음에도 처음 듣는 절이었다.
그런데 한국의 대표 산사 중의 하나라니 너무 궁금했다.

비소식 때문인지 평일 오후 3시의 마곡사는 정말 조용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니 작은 하천이 보인다.
하천 위 돌다리를 건너니 해탈문이 보였다.
그런데 해탈문 사이로 그 뒤 천왕문이 보이고, 또 천왕문 사이로 경내가 보였다.

아 평지구나

평지의 사찰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경험이 이런 거구나

두 개의 문 사이로 경내를 액자처럼 보여주는구나

마치 병산서원의 프레임 같았다.
다만 마곡사의 프레임은 하나의 점을 향해 가도록 마음을 모으는 듯 했다.
해탈문과 천왕문이 시야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프레임이 되면서 오히려 그 안의 풍경을 더 아름답고 경외스럽게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종교 건축물이 평지에서 구현되어야 할 때, 어떻게 해야 가장 경외스럽고 마음이 정화되는 경험을 줄까?
마곡사가 그 답이 아닌가 할 정도로 문에서 문으로 보이는 경험이 좋았다.
이 때부터 좀 흥분을 해서 얼른 천왕문까지 걸어 나갔다.
어라 근데 천왕문을 지나니 물이 또 나온다.

좀 더 넓고 깊은 물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풍경에 정말 놀랐고,
하천이 너무 아름다워서 또 놀랐다.


그런데 경내에 들어서자
아니…

대광보전이 석탑 뒤로 바로 보이고
그럼 대웅전은?

대웅전은 어딨지 하고 고개를 드니
높은 중층 건물이 그 위에 버티고 있다!

부처님을 우러러보는 종교적 웅장함과 성스러움을 주기 위한 자리로 평지는 약점이었을 것 같은데
이 입지적 어려움을 2층 규모의 높은 건물을 지어 완성시켰구나 했다.

두 번의 물을 지나야 하고
두 개의 문을 지나야 하고
두 개의 대웅전을 보는 듯 하게 하는 경험

지난 번 다녀온 해인사에 비하면 콧구멍만한 면적에다
평지라는 한계도 있는데
이걸 이렇게 끌어올린다고?!!

경내로 들어서서 대웅전을 찾으며
“2층이다!!”를 찾았을 때
내가 경험한 건축적 경탄은 마천루를 보며 느낀 것과 같았다.

경탄은 높이의 차이에서 오는 게 아니구나
완전 느꼈다.

63빌딩과 롯데월드타워 보며 느끼는 경험의 차이가 2배가 아닌 게 이런 거구나…

또 대웅전은 대광보전 앞 오층석탑을 돌다 보면 완전 그 모습이 각도마다 다르다.


“너무 사치스럽지 않게 또 너무 티낸 것 같이 않게
근데 종교적 경험을 다 담을 수 있게
그니까 좀 우아하게 또 격조 있게 하지만 소박한 느낌 낭낭하게 지어 주세용”

말도 안 되는 것 같은데 해냈다는 생각 ㅋㅋㅋ

돌아 나오는 길에 남편이랑
영주 부석사가 담박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마곡사를 보고 나니 겁나 화려함 그 자체라고… 너무 화려해! 너무 고급이여!! 너무 화려해서 속 아릴 정도라는 말을 했다.

둘 다 마곡사 때문에 흥분해서 돌아 나올 때는 마음이 엄청 상기됐다.
이런 아름다운 놀람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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