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자고 일어나, 오늘은 청산도 여행을 한바퀴하고 고흥으로 떠나는 날이다.

느지막히 일어나서, 짐은 펜션에 맡기고 섬 구경에 나섰다.
일단 너무 배가 고파서 식당을 둘러보는데 의외로 많은 식당들이 아침 영업을 하지 않는다.
어제 갔던 식당도 아침을 안 하신다고 해서 앉았다가 밖으로 나왔다.
겨우 찾은 곳이 해녀식당.

들어서니 우리 같은 아침 난민이 많았는지 방 안까지 손님이 꽉 들어차 있다.
전복죽과 성게 미역국 사이에서 너무나 갈등했지만,
완도까지 왔으니 전복죽을 먹기로 했다.
미리 만들어 전기밥솥에 보관 중이던 전복죽.


아, 진짜 맛있었다.
내 생애 가장 맛있었던 전복죽이었다.
전복을 좋아하던 나와 달리 남편은 전복이나 전복죽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연신 고소하고 맛있다고 한다.
정말 맛있었다.
포장이라도 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다. 

시내 일주 버스를 타고 청산도 한바퀴를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아침을 먹은 뒤 이런 저런 구경을 하다가, ‘범바위’에 가보기로 했다.
서편제 촬영지는 펜션 옆이라 대충 봤고,
해안길을 걷는 코스는 너무 시간이 많이 걸려서 패스,
이런 저런 경치 좋은 곳에 가려니 차가 없어 꽤 힘들어서 패스,
그러다보니 범바위를 가게 됐다.
시내 일주 버스 티켓을 끊고, 한 20분 기다리니 드디어 출발한다.
섬 일주 버스라서 주요 관광지를 자유롭게 타고 내릴 수 있다.
연휴라 그런지 역시나 사람들이 미어 터졌다.

일단 타고 범바위 정류장에서 내렸다.
아,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셔틀버스까지 걸어 올라가야 했다.
셔틀버스를 1번으로 타기 위해 엄청난 괴력을 발휘해 돌진, 그리고 1위 사수
(왜 이런 데 승부욕이;;;)
셔틀버스를 타고 범바위까지 가려면 2,000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신용카드는 안 된다고 하시더라.
(왕복이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다.)

아무튼, 범바위에 올라 갔는데!
꽤 큰 산이었다.
골짜기 사이로 운무가 움직이는 것이 장관이었다.
정말 멋졌다.

범바위는 자력이 희한하게 움직이는 곳이었다.

범바위 전망대

이 의자에 앉으면 정기를 얻는다고

범바위 전경

셔틀버스 기다리는 곳의 유채꽃

청산도 순환 버스는 1명 당 5,000원이고
정류장에 언제든지 내렸다가 다시 탈 수 있다.
섬 한 바퀴를 도는 데는 40분 남짓 걸리는 것 같다.
기사님이 이런 저런 안내를 잘 해주신다.


정류장은 '서편제-고인돌-범바위-구들논-몽돌해변-돌담길-갯돌해변-청송해변-미로길'이다.

범바위 관광 후, 범위 버스 정류장에서 순환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 정류장 앞에, 농가에서 나오신 분들이 말린 약초나 나물, 미역, 다시마 등을 팔고 계셨다.
5월 초라 아주 덥지는 않지만 산행 후라 사람들이 다들 더워했었는데,
정류장 앞에서 말린 미역 대신, 즉석 감초나 직접 담근 효소가 들어간 냉차를 파시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범바위에서 순환 버스를 탔는데,
우리 버스는 순 게으름뱅이들만 탔는지, 버스 종점까지 아무도 내려서 관광을 하지 않았다.
기사님의 관광 해설이 좋아서 그걸 들으려고 내리지 않는 것인지..


대충 섬 한 바퀴는 돌아본 것 같다.
이번 여행은 '탐색 여행'이니, 너무 아쉬워하지 않고 떠나기로 한다.


나중에 고흥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인데,
청산도보다 더 좋은 섬이 많지만 너무 알려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생태적이면서 동시에 여행자들을 맞이할 수 있는 숙박이나 제반 기초 시설이 마련되어야겠지만,
일단 너무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섬들이 많았다.
그 많은 아름다운 섬들이 엉망진창으로 개발되지 않아, 그러니까 훼손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지,
아니면 아름다움이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아무튼, 청산도는 아기자기한 곳이었다.
그리고 청산도 주민분들이 정말 노력을 많이 해서 가꾸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많은 섬들 중의 하나인데,
관광 코스를 만들고, 걸을 수 있는 길을 만들고, 한옥마을도 만들고, 투어 버스나 순환 버스도 만들어서 운행하고.
그러면서 섬을 원래의 섬 답게 많이 남겨 놓았다.


이런 점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특히 완도에서 오는 배에서 수백 명씩 내리는 것을 보노라니, 더욱 더 생태 관광, 로컬 관광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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