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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강릉 일정을 소개했다.
8명 정도의 인원이 움직인다고 생각해서 계획한 것이라
숙소는 여러 명이 함께 저녁도 먹고 공기 좋은 교외에서 그간의 회포도 풀 수 있는 곳으로 잡았었다.
2007년 5월 중순에 두 차례 다녀온 강릉 역시 동행들이 수북했기에 :-)
미리 답사도 가 볼 만큼 신경을 썼었는데 강릉 자체가 환상적이었다. 봄볕에 뭔들 안 예뻤으랴만은..


우리들은 강원도의 5일장을 보고 싶어서 가는 날에 맞춰 장이 서는 봉평을 택했었다.
그리고 봉평의 막국수를 먹고 10여 분을 걸어서 이효석 문학관엘 들른 후
강릉으로 향했는데 이게 참 좋았었다.
강릉으로 가는 길에 한우를 먹으러 횡성엘 간다거나 하는 식으로 코스를 짜도 좋을 법 하다.

참고, 강원도 5일장 정보


강원도의 5일장은 평창의 '진부장'이 역사적으로 전통도 깊고, 또 크다고 한다.
진부장은 매월 끝자리가 3일과 8일에 구 시외버스 터미널 자리에서 열리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서 찾아보지 못한 게 아쉬웠다.

장터의 묘미는 바로 '주전부리' :-D
진부장에서는 올챙이국수와 메밀전병이 유명하단다.
메밀로 유명한 봉평이 이웃에 있으니 진부도 메밀을 즐겨찾는 모양이다.
몇 년 전에 방영한 국수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는데 진부의 '올챙이국수'가 등장했었다.
그런데 이게 옥수수 하나로만 만들다 보니 구수한 맛은 일품이지만,
끈기가 밀가루같지 않은 옥수수를 치대 만드는 것이라 중노동도 이런 중노동이 없을 정도로 고된 것이었다.
사실 올챙이국수를 기억한 것은 그 노동의 양에 질렸기 때문이었는데,
이젠 전수받거나 만드는 가게들이 거의 없어져간다고도 하더라. 하긴 손이 어지간히 가야지…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평창도 꼭 들러보고 싶다.
긴 면이 아닌 올챙이처럼 짧게 짧게 나오는 올챙이국수는 장날이 아니더라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진부장은 아쉽지만 남겨두고,
봉평 시내로 가서 막국수를 먹은 후 걸어서 15~20분 거리의 이효석 문학관으로 향했다.
이효석 문학관으로 가는 길은 <메밀축제>를 하는 곳이라 오두막이나 원두막 등 제법 훌륭하게 꾸며놓았다.
그리고 문학관 역시 산책길 처럼 정비를 잘 해 두어서 보기 좋았다.

그리고 강원도 사찰 중 빼놓을 수 없는 <월정사>로 가서 월정사 전나무 숲길을 걸었다.
전나무 숲길은 월정사 일주문 뒤의 전나무 숲길 1km에 달하는 곳인데,
오르막도 없고 평지라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도 많더라.
그리고 상원사 방향으로 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도로변 오른쪽에 있는 것이 월정사 부도밭이다.
이곳은 9세기 무렵의 고려시대와 조선 초기를 거쳐 근래에 이르는 부도가 모여있는데,
부도밭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갑자기 비가 와서 인근 상점에서는 우비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고,
월정사에 막상 도착을 하니 비가 그쳤는데 물방울 머금고, 물안개가 올라오는 산은... 아름다웠다.

전남 <대흥사>도 그 들어가는 입구를 따라 걷는 길이 싱그럽고 경쾌했었는데
<월정사>도 그에 못지 않게 꼭 가볼 만한 곳인 것 같다.
게다가 이 주변엔 황태 음식점들이 많으니 든든하게 배도 채우고 말이다.


그리고 도착한 강릉 숙소에서 돌판 삼겹살을 구워먹고, 밤이 아쉬운 듯 수다를 떨었다.
고기는 1인당 2만원 정도에 저녁식사와 함게 '넉넉하고 아쉽지 않게' 주인되시는 분께서 해 주셨다.
야외에서 어둠에 잠긴 강원도의 감자밭을 보면서 돌판에 구워먹는 고기는... 으아 맛있었다!

다음 날 아침에 숙소에서 나오는 간단한 아침을 들고, 점심 무렵에 '숨겨진 맛집'이라고 찾아낸 가게를 갔다.
가게가 작지만 아... 초당 순두부를 강된장 풀어 섞어 먹고, 밥 말아 신김치 올려놓고 먹는 맛이란!
밑찬도 좋았고, 무엇보다 가게가 정말 깨끗하고 친절하더라.

 


식당 바로 우측에 교회가 하나 있어서 들어가 보았다. 30년은 된 듯한 돌로 된 교회당인데
내부도 어찌나 소박하던지 마음이 정갈해지고 편안해졌다.
교회당 안뜰과 뒷뜰엔 잔디로 덮여 있었고, 목사 부부의 아이들인지 서너 명이 강아지랑 놀고 있는데
'사람은 이렇게 살아야 돼 정말..' 이란 생각이 뭉개뭉개.
다시 한 번 귀농(이라고 말하면 너무 닭살스럽고 거창하지만)이랄까, 교외 생활에 대한 결심을 다졌다.

바로 곁의 경포대 해수욕장으로 가선 물에서 첨벙첨벙 놀고, 단체 사진도 한 방 찍어주고~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희한하게도 해수욕장과 단체 사진은 늘 어울리는데 알 수 없는 '추억의 맛'이 난다.
아 저 구름. 저 바다. 따듯하게 몸을 감싸는 바닷물!
우리는 정말이지 바닷물에서 수영을 하며 노는 법을 다 잊은 것 같다. 그것이 얼마나 개구지고 행복한 일인데.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강원도 양구의 <박수근 기념관>.
처음엔 길을 못 찾아 헤매였었는데
일행 중 한 명이 군생활을 양구에서 보낸 걸 신고한 이후로 수월하게 찾아갈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강원도에는 참 군부대가 많다.

박수근 기념관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사실 내 머리 속에 기념관은 마치 도시마다 하나씩 있는 공원의 '전투 기념탑'이나 '도시발전 기념탑'처럼
불쾌한 것이었다. 특히 기념탑들이 있는 공원들은 하나같이 시민들로부터 외면받은 흉물같은 느낌이다.
그러니 관리들이 만들고 오픈 커팅을 하는 모습들에 울컥하지 않는 우리 국민들이 있을까..
그래서 그 공원들에는 언제나 더러운 비둘기들이 탑에 똥을 싸 놓고,
노인들이 오후 시간을 죽이러 잠시 나와보는 곳 쯤으로 전락한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들른 이효석 문학관과 박수근 기념관은 시민들과 가까운 곳이었다.
그들 스스로 자랑스러워서 만든 곳들이다.
비록 지방자치제 이후, 마치 훈장처럼 도시마다 하나씩 지어 놓고보는 목적이었다고 해도,
사람들이 기념관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랑스러워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나았다.
좋은 건물과 기념관이 들어섰으니 관광도 좀 더 활성화되지 않을까 하는 욕심마저도
이전의 관리 행정, 과시 행사같은 기념공원들을 보는 것 보다는 나았다.
그래서 건물들도 편안하고, 전시내용들도 알차서 후회가 되지 않았다.
앞으로도 가능하면 백담사의 만해 문학관도 가 보고 선운사의 미당 문학관도 가 보기로 마음 먹었다.

여행 끝의 서울에 들어서면 안도감과 동시에 '올 게 왔군.. 끙' 이런 마음이 된다.
그냥 보내기 쉬운 하루 이틀이, 여행지에서는 어쩜 그렇게 시간이 느리고 한없이 다채로워지는지.
정말이지 우리는 속고 있다!

p.s
강릉 도시 자체에 관심을 두지 못했던 여행 일정이었다.
그래서 3월에 가게 된다면, '커피공장 테라로사'와 '하슬라 아트월드' 그리고 '선교장'을 꼭 가보기로 결심!
어릴 때 선교장과 오죽헌을 '견학'한 적은 있었지만 아무런 기억이 없는데
이번에 가게 되면 어떨지 벌써부터 떨린다.
(아.. 나 근데 1만 8천원 뿐이다. 흙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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