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한 첫 날은 아래 파란색 길, 73번 도로를 따라 달려 그레이마우스로 가는 여정을 보냈다.
크라이스트 처치에 도착해서 간단한 요기를 한 후 그레이마우스로 가는 것이 우리의 첫 일정이었다.
구글 지도에서는 차로 3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그런데... 산악 드라이빙이라 4~5시간은 걸리는 길이었다.
초보자들에게 마냥 쉬운 길만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나저나 여담인데, 구글 지도는 시속 100km를 가정하고 소요 시간을 알려주는 것 같다. 구글에서 3시간이라고 하면 4시간은 걸리는 것 같다.
중간에 쉬는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말이다.
위 지도를 보면, 크라이스트 처치가 있는 남섬의 동쪽은 거대한 산들로 가득찬 서쪽에 비해 완만한 평야이다.
크라이스트처치, 티마루, 오아마루를 아우르는 평야를 캔터베리 평야라 한다.
뉴질랜드를 떠올릴 때 연상되는, 너른 풀밭과 양떼들. 이런 모습이 이 평야의 풍경이다.
그리고 이 자동차 길, 73번 도로는 기차길이 더 유명하다.
뉴질랜드 남섬 동부에서 서부로 가는 길을 개척한 '아서스 경'의 이름을 딴 것 '아서스 패스'를 지나는 '트렌즈 알파인 익스프레스'가 그것이다.
이 길의 풍경과 함께 기차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트렌즈 알파인 익스프레스(Tranz Alpine Express)'인데, 세계 6대 기차 여행 중 하나란다.
아서스 패스 국립공원이 있는 곳인데, 자연의 거친 모습과 평온하고 아름다운 모습 모두를 보여주는 길이라 생각된다.
자동차로도 더 멋지게 즐길 수 있다.
아무튼 이 다양한 73번 도로를 달리는 것이 첫 날 일정이다.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10분만 밖으로 나오면 와이너리가 무척 많다.
그레이마우스로 가기 전에 한 군데 들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피곤하고 앞으로 갈 길이 녹록치 않아서 일단 달렸다.
뉴질랜드 남섬의 와이너리는 넬슨 근교에도 있고, 퀸즈타운 근교에도 있단다.
우리는 나중에 퀸즈타운 근교의 '아미스 필드' 와이너리를 가보는 것으로 이 날의 아쉬움을 달랬다.
사실 퀸즈타운의 와이너리가 더 규모도 크고 좋은 것 같았다.
크라이스트 처치 시내로 나와서 페드로 램 하우스(pedro's house of lamb)로 가는 길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크라이스트 처치 음식점'을 치면 1위로 나오는 곳이다.
시내로 나오니 이제서야 뉴질랜드에 왔구나 싶었다.
사람사는 흔적, 냄새가 가득하니 여행온 기분이 났다.
평범한 동네들
주택가 옆 컨테이너 같은 곳이 식당이다.
35nzd면 성인 남자 2명이 배 터지게 먹을 수 있는 양고기와 감자를 준다.
아저씨도 정말 친절하고 착하시다.
주방 모습
깨끗하다.
이제는 식당에 가게 되면, 주방을 먼저 보게 된다.
주방만 보면 그 식당의 맛이 연상된다.
옆에 바로 리커숍이 있어서 지역 명물 에일 맥주랑 이것 저것 탐험하고 싶은 술들을 샀다.
차를 타고 가다가 남편과 먹은 페드로의 양고기
정말 부드럽고, 양이 많다.
감자도 훌륭하다.
난 평소 감자를 먹지 않는데, 이 감자는 약간 말린 감자를 같이 요리했는지 쫄깃쫄깃하다.
정말 근사한 요리다.
이날 하루 종일 우리의 양식이 되어 줬다.
정말 양이 많았다.
그리고 양고기가 어쩜 그리 부드러운지... 같이 주는 플라스틱 포크로도 쉽게 찢겨지고 술술 먹힌다.
'웨스트 코스트'가 보인다.
이제 드디어 뉴질랜드 남섬의 서쪽으로 향한다!
막 크라이스트 처치를 빠져 나오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평범한 농업지대같기도 하고, 비범한 자연의 모습 같기도 하고..
이 나라 사람들은 확실히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려는 데 큰 노력을 한다.
뻥 뚫린 풍경이다.
잠깐 차를 세우고 사진도 찍고, 위치도 확인하고, 주변도 둘러 본다.
그러다가 작은 마을을 발견.
바로 '스프링필드'!
심슨에 나오는 그 마을이다.
그래서인지 심슨이 먹던 도넛츠도 세워져 있다.
국도변의 휴게소 같은 느낌이다.
진한 아이스 커피를 한 잔 하러 간다.
우리가 들른 카페
예쁘다.
우리로 치면 국도변 휴게소쯤 되는데, 구질구질한 모습이 하나도 없다.
작은 가게라도 안밖으로 어찌나 단장을 하고 손이 가 있는지... 참 보기 좋았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 이런 의미겠지.
그런데 아이스 커피를 모른다.
이 나라엔 아이스 커피가....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커피에 아이스크림과 생크림을 올린 것이었다.
밀크 쉐이크 같은 느낌?
에스프레소를 주문해서 얼음 물과 같이 마셨다.
'세븐'을 '시븐', '에잇'을 '이잇'으로 'ㅔ' 발음을 'ㅣ'에 가깝게 발음하는 것이 뉴질랜드 발음인 것 같더라.
처음엔 잘 못 알아 들어서 엄청 당황했다.
여기 저기 모두 여행을 떠나온 사람들이다.
방금이라도 60년대에서 튀어나온 듯한 미니 버스.
캠퍼밴으로 개조한 것 같았는데 참 보기 좋았다.
아서스 패스 가는 길이다.
이제 구릉, 평야지대는 끝나고 산맥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한 마리 양이 카메라를 바라보네. 귀여워라
정말 좋았다.
바람도, 공기도, 흙냄새도 좋았다.
크라이스트 처치도 서울에 비하면 참 시골같은 곳인데, 그곳도 '도시'라고 여겨질 만큼 이곳에 오니 모든 것이 편안하다.
크라이스트 처치에 잠시라도(?) 머물지 않고 바로 웨스트 코스트로 달린 것이 제일 잘 한 일 같다.
('제일 잘 한 일' 리스트라도 만들어야 될 듯;; 남발하는 것 같지만, 정말 끊임없이 '더 좋은 일' 투성이였던 곳이 뉴질랜드 남섬이었다.)
이런 길을 따라 두어 시간 달린다.
곳곳이 좋다.
양도 많고
지나다 보니 작은 호수가 있다.
구비구비 산 넘어로 호수가 있는 풍경은 정말 좋았다.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경이로운 모습이었다.
잠깐 차를 세우고 주변을 보니,
호숫가에도 차가 있다.
동네 사람들이나 뉴질랜드 사람들이 와서 휴일을 보내는 모양이다.
크라이스트 처치로부터는 88km를 달려 왔고,
아서스 패스는 이제 62km 남았다.
100km/h로 달리면, 62분이 걸리는데 산길이라 구불구불해서 그렇게 속도가 나는 길은 잘 없었다.
가다보니 나온 '캐슬힐'
나니아 연대기 촬영지 중의 하나였단다.
실제로는 저 앞에 보이는 돌들이 엄청나게 거대했다.
나무 한 그루도 어찌나 크던지...
이렇게 돌들이 바람과 비에 깎인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정말 규모가 대단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늦어, 해지기 전에 그레이마우스에 가려다보니 캐슬힐에는 올라가지 못했다.
참 아쉽다.
구글에서 퍼온 아서스패스 국립공원 지나는 길
산길이 구불구불해서 좀 무서웠다.
그래서 높은 곳을 지날 때는 아찔 해서 그냥 눈을 감았다.
그러다 보니 이 지역 지날 때의 사진이 없다.
아서스패스 국립공원을 다 지나와, 쿠마라 동네에 왔다.
기차가 다니는 길과, 차가 다니는 길이 하나이다.
기차가 안 다닐 때는 1차선으로 차가 달린다.
이렇게 구불구불한 산들을 넘어서 그레이마우스에 도착했다.
중간에 달린 산길은 너무 무서워서 사진을 못 찍었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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