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국립공원 영실코스의 경우 입구인 영실매표소 주차장이 있고, 그 위에 영실입구 주차장이 있다.
영실매표소 주차장과 입구 주차장은 2.5km 정도이고 걸어서 40분~1시간 정도 걸린다고 들었다.
이 날 새벽까지 눈이 왔기에 제설이 안 됐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우리는 매표소 주차장에 주차를 하려고 했는데,
영실입구 주차장까지 제설도 돼 있고 주차대수 14가 찍혀 있는 것이 아닌가!
윗 주차장에 주차대수가 있나보더라. 우리가 아주 일찍 안 와서 오히려 자리가 났나보다 했다.
그래서 윗 주차장인 영실입구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다.
날씨가 맑아서 진짜 진짜 감사했다. 이번 제주도행의 하이라이트 한라산 윗세오름 등산!
한라산 백록담을 보러 갈 엄두는 나지 않아서, 영실코스로 정한 것이었다.
올해는 영실코스를 가고 내년에는 꼭 백록담을 보리라 다짐하면서..
그런데 영실코스 윗세오름 보러 오르는 길이 너무나 장관이 아닌가. 다들 한라산 경치의 백미라고.
한라산의 비경, 매력은 영실코스가 진짜라던데 정말 정말 좋았다.
너무 좋아서 힘든 것도 몰랐고, 진짜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이는 게 아까웠다.
병풍바위가 나오고, 그 후 능선을 따라 백록담을 보면서 걷는 것이 영실 코스이다.
이때 병풍바위도 수려하지만, 이때 뒤를 돌아보면 뒤로 한라산의 기생 오름들이 바다까지 펼쳐진 장관이 나온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오름들과 설경...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능선의 눈꽃이 핀 나무들 사이로 걷다 보면 백록담이 나오는데... 진짜 신령한 느낌까지 들었다.
다가갈수록 눈, 하늘, 바다까지 합쳐져서 진짜 환상적인 풍경이었다.
하산할 때는 갑자기 날씨가 변해 온세상이 눈안개로 뒤덮였는데 그 모습 또한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진짜 좋았다.
영실입구 주차장에 오니 주차할 자리가 꽤 있었다. 이 시간이 딱 12월 26일 오전 10시다.
이 날 한라산이 바람이 불어서 체감기온은 영하 7도 정도였다. 혹한의 매운 추위는 아니지만, 그래도 산 중턱에 오니 확실히 춥다. 바로 장갑, 아이젠, 등산가방 챙기고 길을 나선다.
겨울은 추워서 미리 집에서 등산가방을 마지막 체크까지 하고 나오는 것이 좋다. 차에서 하려면 무지 춥다.
이 날 우리 거북이 부부는 얼마만에 평속 '2'를 보는지 모르겠다.
민주지산 갈 때 '3'도 봤건만... 그 이후로 우리는 계속 '1.6km/h'였다. 심지어 하산도!!!! ㅋㅋㅋㅋ
주차된 차에서 시작해서, 다시 주차된 차로 오기까지 딱 5시간 걸렸다.
휴식시간은 1시간 정도.
풍경이 너무 좋아서 가다가 서서 사진 찍고, 또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핫앤쿡 먹고 크림빵 먹고 푹 쉬었다.
화장실에 난방이 나와서 아주 따듯하고 좋았다.
화장실에서 아이젠 끼고 시작한다.
숲길이 잔잔하게 이어진다.
눈이 엄청 많이 쌓인 숲길을 맑은 하늘 아래 걷자니 절로 신나더라.
여기서 겉패딩(+고어텍스)을 벗고 약간 스산한 정도의 춥기로 걷기 시작했다.
드라이넷 베이스+나이키 드라이핏 긴 팔(얇다)+미드레이어 이렇게 3개 입고,
모자, 넥워머 했다.
미드레이어는 예전에 살레와 폐업 세일할 때 산 것인데, 등판과 겨드랑이의 팔부분은 폴라텍이고, 앞쪽과 팔등쪽은 구스(솜털90%)로 된 상의다.
하의는 유니클로 히트텍 기어팬츠만 입었는데, 진짜 짱좋았다. 방풍 미쳤음... 하산할 때 화이트아웃으로 바람 몰아치는데 완전 퍽퍽 바람을 걷어차줌
이번에 제주도 5일 중 4일내내 기어팬츠만 입었다. 고깃집 가서 냄새 배서 ㅠㅠ 어쩔 수 없이 다른 바지 입었음...
피부같이 쾌적하면서 따듯하고 방풍 좋았다.
스트래치가 안 되는데 이건 생각보다 안 불편하고 괜찮았다. 바지가 딱 붙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암튼 나는 완전 좋았음
예쁘다 예뻐
이제 병풍바위가 등장
폭포가 거대한 얼음으로 얼어 있다. 실제로 보면 탄성이 막 절로 나올 정도로 멋있는데 사진이라 그 아우라가 1도 안 담긴다.
병풍바위를 보면서 이런 계단으로 올라간다.
옆쪽으로 가니 면이 날카롭다.
그리고 뒤를 돌아 보면!
아...
기생오름들이 쫙 펼쳐져 있다.
헐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빙화!
눈꽃은 종종 봤어도 빙화는 처음 본다.
크리스탈처럼 반짝반짝... 짜르르르 빛 받아서 막 반짝이는데 진짜 예뻤다.
뭐 잘 찍히거나 말거나 그것도 모르겠고 막 찍었다. 그냥 너무 예뻐서 찍다보면 그 느낌 나는 게 하나라도 있겠지 하면서
이 전체가 반짝이는 건데 ㅠㅠ 사진은 이런 식
캬
아니.. 빙화 진짜 너무 환상적임
기생오름들
이 전체가 크리스탈 같았다.
바위 너무나 멋있다...
마치 사진이 흔들린 것 같지만! 얼음이 저 상태로... 얼어 붙은 것
실제로는 정말 더 반짝인다.
저 위까지 가면 좀 나아진다. 개미처럼 오른다. 근데 병풍바위도 올라갈 때마다 그 모습이 달라져서 그거 보느라 쉬고 또 쉬고 그랬다.
이제 완전히 병풍바위 뒤로 왔다.
난 처음에 병풍바위가 백록담인줄 ㅠㅠ
이 오름 너무 멋있다...
돌로미티 세체다급 아닌감..
정말 이 모습은 여기, 여기에서만 볼 수 있다.
흥분해서 빙화를 계속 찍었다.
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 섬도...
올라왔던 길이 보인다. 저 오름... 너무 멋있다.
한 걸음 올라가다 또 뒤돌아 보고
또 뒤돌아보고
그러다가 옆에 보면 병풍바위가 또 뒤로 가있고 섬이 더 크게 보인다.
앞으로는 이런 풍경이 시작된다.
눈세상이다.
뒤돌아 본다. 또... 너무 예뻐서
구름이 막 여기저기로 흘러 간다.
이제 이런 나무 사이를 걷는 길이 나온다.
남편도 유니클로 히트텍 기어팬츠고 위는 무신사 코어 패딩이다.
능선 올라오니 살짝 추워질 것 같아서 남편은 솜잠바를 입었고, 나는 그대로.
남편은 유니클로 m, 나는 s 샀는데 딱 좋았다. 무신사 코어 패딩이랑 상하의로 입으니 벗기가 싫을 정도로 쾌적하고 좋아서 제주에서 내내 입고 다녔다. 다른 옷 안 입게 되는...
이런 길을 걷는다.
그러다가 코너를 돌아서니 바로 백록담이 떡하니 나타난다.
엄청 경이로운 순간
정말 아름다웠다.
동영상을 얼마나 찍었는지 모른다. 이건 사진으로 안 담길 것 같아서.
한참을 잘생기고 멋있는 아름다운 백록담을 보다가 대피소에 들어가 밥을 먹는다.
윗세오름 대피소
난방이 된다. 화장실도 난방 되고.
얼마나 고마운지... 앉을 자리도 많고. 정말 너무 소중하고 고마운 곳
핫앤쿡
물 조금 덜 넣고, 스프 좀 덜 넣고!
그럼 국물이 전혀 남지 않는다. 아 꿀맛... 핫앤쿡 회사에 절로 감사가...
밥 먹고 화장실 다녀와서 정비 좀 한 후, 인증샷 찍으러 나갔다.
근데 슬슬 구름이 몰려 오기 시작하더라.
그래서 그냥 대충 찍고 하산 시작
대피소 천장 정도까지 쌓인 눈.. ㄷ ㄷ ㄷ
눈바람이 금세 몰려 오더라.
그러다가 뿅 하고 맑아지고
병풍바위 다가가는 길엔 이미 온 세상이 눈이다.
바람까지 엄청 강하게 불어서 휘청거릴 정도였다.
장갑 하나로 손이 추워서 겉장갑을 하나 더 꺼내서 꼈다.
여기 지구 아닌 느낌
다시 왔던 익숙한 입구가 보인다.
하산 완료~
눈바람이 지나가는 모습
아름다워서 찍는데 바람 때문에 휘청거리며 몸이 막 쓸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