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에 부산비엔날레 전시를 다녀온 기록을 꼭 남겨 보고 싶어서 이제라도 올린다.
우리나라에 비엔날레가 처음 들어온 것은 광주였던 걸로 기억한다.
2년에 한 번 개최되는 미술전시를 비엔날레라고 한다. 베니스 비엔날레가 대표적이다.
2000년에 광주 비엔날레의 세 번째 전시에 초청을 받아 갔었는데 그곳에서의 환대가 너무나 깊고 따듯하게 남아 있다.
아직도 우리 일행을 환대해주신 그 분들의 따듯한 눈이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나라 현대미술의 다양한 움직임에 상당히 감명 깊었었고, 역동성이 반가웠었다.
또 이어 시작된 부산 비엔날레에서도 또다른 시각들이 놀라웠고 좋았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비엔날레는 꼭 가보려고 하는 행사이다.
그러나 한동안 진부함을 못 벗어나서 안 가다가, 그래도 현대 한국의 미술이 어디쯤 와있는가 하는 생각에 부산비엔날레를 가게 되었다.
우선 부산현대미술관부터 갔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처음 갔는데 낙동강변에 있었다. 쾌청한 날씨까지 어우러져 상당히 좋은 전시였다고 기억한다.
건물을 뒤덮은 담뱅이와 소나무가 멋지다.
현대미술에서만 볼 수 있는 과감한 조형 미술
대범한 소재가 작가의 강한 메시지를 경험하게 한다.
필리다 발로(phyllida varlow)
"필리다 발로는 거친 산업적 재료들을 비일상적인 스케일로 변주한 작업들을 통해 유쾌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미감을 구축한다. 작가는 지난 50여 년간 철근, 콘크리트, 각목, 합판 등 거칠고 저렴한 재료들을 유연하게 적용하면서 균형과 강도, 연약함, 볼륨 사이를 오가는 작가만의 독자적인 조각과 설치의 문법을 구축해 왔다. 〈무제: 블루캐처; 2022〉는 작가가 부산비엔날레를 위해 기존 연작에서 파생한 새로운 버전의 설치 작업이다. 시멘트 지지대와 철골 기둥 위에 다시 시멘트에 담갔다가 꺼낸 그물을 설치한 이 작업은 마치 오랫동안 잊힌 유적이나 바다 깊숙한 곳에서 발견된 난파선의 흔적처럼 보이기도 하며, 무채색의 재료는 도시의 콘크리트 건물들을 상기하게 한다. 실제로 부산의 어선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그물들을 미리 받아 면밀히 검토한 후 작가가 선택한 이 재료와 설치는 부산의 바다와 노동, 도시의 모습을 반영한다."
대범하거나, 큰 작품이 많아서 정말 너무 좋았다.
전시를 보면서 기억하고 싶은 작품이나 작가를 남겨 본다.
카바바우 마누미, qavavau manumie
카바바우 마누미 작품들 너무 다 좋았다.
" 카바바우 마누미는 캐나다 극지방 도르셋 섬에 위치한 킨가이트의 예술가이다. 그는 이누이트의 전설과 신화, 삶을 북극 동물들의 모습과 함께 그림 속에 담는다. 북극의 거친 현실과 작가가 상상한 장면이 특유의 구도와 색감으로 결합되어 화면을 구성한다. 그의 작품은 자연의 순환 속에서 살아가는 극지방의 삶과 함께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있어 도구가 어떻게 일상을 지배하는지를 간결하고 통찰력 있게 묘사하며,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한 위기의 상황들을 보여 준다. 살얼음이 낀 바다 위에 살아가는 인간과 동물, 도구와 자연의 모습이 서로 엉키며 드러난다. "
제니퍼 티, jennifer tee
오른 쪽 작품은 <종이 위에 튤립 꽃잎 콜라주, 2021>
"탐판 튤립 연작은 네덜란드의 상징인 튤립의 꽃잎을 압축하여 말린 뒤 콜라주하여, 인도네시아 전통 직물인 ‘탐판’의 주요 모티프를 재해석하는 작업이다. 탐판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남부의 람풍 지역에서 주로 제작되는 직물로, 이 지역은 산과 바다에 접해 있을 뿐 아니라 수백 년 동안 중요한 해상무역로이자 문화와 예술의 교차로에 자리했다는 점에서 부산과 유사성을 갖는다. 탐판은 출생과 성인식, 결혼, 장례 등 중요한 통과의례에서 교환되었던 상징물이자 공동체를 엮어 주는 문화적 산물이었다. 탐판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형상 중 하나는 인간, 인간의 영혼, 동식물을 태우고 항해하는 배다. 배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신을 연결하는 소우주를 상징하며 영적인 삶의 여정을 뜻하기도 한다. 한편 작가는 모험과 방랑, 변화와 움직임을 내포하는 배로부터 상실과 불안정, 정신과 신체의 불일치로 인한 혼란스러운 상태를 읽기도 한다. 더불어 이 작업에서는 사람의 형상 혹은 돛대가 생명의 나무와 같이 뻗어 가는 형태를 볼 수 있다. 이는 1950년대 배를 타고 인도네시아에서 네덜란드로 이주해 온 작가의 아버지와 그의 부모와 자매, 튤립 구근 수출업자로서 미대륙으로 자주 항해하곤 했던 할아버지의 경험을 비롯하여 가족의 계보와 이주의 역사, 교차되는 문화 정체성과 언어의 다층적인 관계에 대한 작가의 자전적 탐구가 엿보이는 작업이다."
샌디 로드리게스
"샌디 로드리게스는 〈코덱스 로드리게스-몬드라곤〉(2017-) 연작에서 미국-멕시코 국경 및 미 서부를 중심으로 유색 인종 사회에 가해져 온 폭력의 순환을 그려 낸다. 흙과 식물, 곤충으로 직접 만든 수채 물감을 이용해 작업한 이 지도들은 현지 식물과 안료의 의약적, 미적 용도를 재발견하며, 식민지 시기 제작이 금지되었던 아마테 종이에 그려져 아메리카 원주민의 토착 예술 전통을 담아낸다.
오우암
아 이 분 그림 다 좋았다.
"오우암의 그림은 해방과 한국 전쟁 전후 한국의 모습을 주로 담고 있다. 기차역과 정비 창고 등 사실적이기보다 기이한 초현실적 느낌을 주는 이들 공간은 모두 노년에 이르러 붓을 든 작가가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그린 기억의 풍경이다. 회귀하는 꿈처럼 반복되는 특정 장소와 장면에는 어떤 원형적인 기억이 간직되어 있다. 전쟁 고아였던 작가에게 기차역은 가난과 폭력의 시대에 가늠할 수 없는 충격을 마주해야 했던 어린아이의 트라우마를 드러내는 장소로 남는다. 건물과 풍경은 원근에 무관하게 배치되고 인력거꾼, 상이용사, 학생 등 여러 인물들은 공간 안에 각자 따로 흩어져 있어 시대의 불안이 탁월한 묘사와 개성적 표현으로 드러난다. 한편 부산의 도시 풍경을 담은 일련의 그림들은 작가가 25년여 동안 머물며 일했던 수도원을 떠나 부산의 구 도심으로 이사한 후 도시를 산책하기 시작하면서 그린 것들이다. 기억이 아닌 직접 경험하고 바라본 풍경들은 더욱 다양한 대상과 색감을 보여 준다."
산신티아 모히니 심슨
"〈쿨리/카람부〉에서 작가는 ‘노동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기리기 위해 인도의 세밀화 형태를 차용한다. 15점의 그림이 격자 구조로 나뉘어 배치되는 이 작업은 강과 산, 바다 같은 자연 풍경과 함께, 노동자들을 실어 나르던 배, 플랜테이션과 노동자들이 거주하던 시설과 공장 등 식민지 시대의 피폐한 장면들을 엮어 낸다. 타밀어로 ‘쿨리’는 하층 카스트 제도의 운송꾼을 의미하고, ‘카람부’는 사탕수수를 의미한다."
프란시스코 카마초 에레라
비디오, 사진 작품도 있는데 나는 이 불화가 아주 좋았다. 정말 압도적이더라.
"참여적 예술 실천에 관심을 갖고 있는 프란시스코 카마초 에레라는 현실에 적용 가능한, 공동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결과를 창출하는 방법론을 모색한다. 남미와 아시아처럼 서로 다른 지역 간의 역사적, 문화적 연결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그는 특히 대항해시대 이후 서구 열강이 주도한 식민의 역사가 현재 저개발국들에 대한 경제적 착취로 이어지는 현상을 면밀히 들여다본다. 이번 비엔날레를 위한 신작의 키워드는 ‘고무’다. 그는 남미 아마존과 아프리카의 대규모 고무 플랜테이션과 그 기술이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이전한 사실을 연결하고, 이를 다시 부산의 고무 산업과 연결한다. 고무는 근대 이후 타이어부터 신발에 이르기까지 많은 산업의 주요 재료로 사용되어 왔고, 한국 또한 고무 관련 제품의 생산 기지였다. 특히 1960년대 원료 수입에 유리한 입지, 저임금 노동력, 수출 주도 경제 정책과 맞물려 부산의 고무 산업은 국내 생산의 90퍼센트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특화되었다. 고무 산업이 해당 지역의 자연과 문화에 미친 영향에 대한 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온 작가의 아카이브에는 1930년대 평양의 고무 노동자들의 시위와 1980년대 부산의 고무 노동자 투쟁에 대한 자료도 포함되어 있다. 이렇듯 고무 원료가 착취된 초기부터 근현대 산업에 이르기까지 여러 지역에서 파생된 수많은 이야기를 엮은 영상과 자료, 그리고 그림이 ‘절단’을 모티브로 한 이번 신작을 구성하며 특별히 법 인 스님과의 협업으로 제작하였다. 불화 〈낙원으로의 여정, 오래된 미래-I〉은 남미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한국을 관통하는 고무 산업과 노동, 환경 파괴의 역사를 역행하여 되돌아가는 바다 위 배의 서사적 여정을 탱화 기법을 참조하여 그린 것이다."
에블린 타오청 왕
실제 봤을 때 상당히 인상 깊었던 그림이었다. 묘했다.
제목이 <네덜란드 창문, 2022>였던 것 같다.
" 영상과 퍼포먼스,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작가는 동서양 문화의 교차와 충돌, 사회경제적 배경, 정체성에 연계된 고정관념을 다룬다. 때로 자전적이며 직설적인 어조로, 때로 시적이고 감성적인 표현으로 서로 다른 요소들이 결합하고 부딪히며 작업의 모습을 만들어 간다. 작가는 특히 무엇이 정체성을 구성하며, 자신의 신체가 문화적 구조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탐색하며 허구적 상황과 인물을 작업에 가져오기도 한다. 부산에서의 신작을 위해 작가는 사전에 온라인을 통해 접한 부산에 대한 편집된 이미지와 작가가 전시 직전 부산에 직접 와서 보고 경험한 실제를 충돌시키며 작업을 완성하게 된다. 유럽에 오래 거주했던 작가의 경험과 수묵화의 전용에 대한 관심이 그 중첩된 배경을 이룬다. 작가는 네덜란드의 미니멀리즘 미술과 모더니즘 건축의 구조를 부산의 도시 및 건물의 풍경과 겹치며 일종의 ‘보편적’ 미감의 문제를 질문한다. 사실주의와 추상이라는 미술의 형식적 방법론과 간접 경험과 직접 경험, 사실과 픽션을 연결하며 작가는 자신의 주관과 직관에 기반한 해석된 부산의 풍경을 제시한다."
김지곤의 작품이었던 것 같다. 다큐멘터리이다.
빛이 너무 좋았다. 정겹고. 이런 기록이 호사스럽다. 정말 좋게 감상했다.
"김지곤은 고향 부산을 중심으로 산복도로와 동시 상영관 등 사라져 가는 공간 혹은 역사의 흔적을 기록해 온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쇠락한 영화관을 기록한 〈낯선 꿈들〉(2008), 2011년부터 산복도로 재개발과 그곳의 할머니들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할매 연작〉 등을 발표했다. 그는 소외된 동네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카메라로 응시하면서 공동체의 온기를 담담하게 드러낸다. 영화사 탁주조합을 설립하여 동료 다큐멘터리 감독들의 작업에도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다. 〈초월〉은 ‘정원’을 매개로 점점 변화해 가는 신초량의 풍경을 기록하는 작업이다. 도로와 골목길의 다양한 ‘문턱 정원’, 이동하는 사람들과 비둘기의 안식처가 된 ‘부산역 정원’, 공사가 진행 중인 ‘부산 북항의 정원’을 화면에 담았다. 부산역, 부산 북항 등의 공공 정원을 가꾸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어렵지만, 세탁소, 약국 등에서 ‘문턱 정원’을 가꾸는 이들은 꽃과 나무와 관련한 여러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런 재미난 것도 있고
현대미술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
크아
미술관 뒷뜰이 아주 좋다.
이제 부산항 제1부두 전시관과
초량 산복도로 전시관으로 간다.
이 두 공간은 공간 자체로 엄청난 경험을 줬다. 정말 부산의 미를 완전히 각인하는 기분이었다.
전시 공간이 부산현대미술관, 부산항 제1부두, 초량, 영도 이렇게였다.
영도는 못가고 나머지 공간을 봤다.
정말 부산의 가장 멋지고 헤리티지한 공간들, 진정성 있는 공간들 아닌가 싶다.
부산역 앞 골목을 지난다. 이 동네 아주 좋았다.
건물에 고양이를 조각해 뒀다
부산항 제1부두
부산역 북항 쪽인 듯했다. 와 여기서 나는 이미 감격
아니 이런 전시 부산 말곤 못해!
너무 좋다. 예전 부산국제영화제 느낌 난다.
광활한 실내와 거대한 전시
이 정도 패기는 있어야 미술이지
정말 좋았다.
여기서 한 바퀴 둘러 보며 항구 바람 맞고 있다가 이제 초량으로 간다.
산복도로
부산을 말해주는 또하나의 키워드다.
산을 따라 마을이 있다.
허물기 전 주택, 산복도로의 주거지 하나를 미디어 아트 전시관으로 썼다.
이 전시관으로 가는 길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었다. 정말 참신한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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