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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농암종택에 묵으면서 퇴계 오솔길(녀던길)을 걷는 것이 애당초 세웠던 계획이었다.

안동의 고택에서 하룻밤 자는 것은 언제나 좋았다. (수애당, 번남고택)

번남고택은 하회마을 안에 있어서 마을 산책에 더할 나위 없이 편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못 가본 퇴계 오솔길을 가보려고 농암종택을 점찍었는데, 아뿔싸 방이 없다.

 

차선으로 바다를 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속초를 가자 해서 갔다.

 

 

 

 

그런데 속초가 굉장한 관광 도시였다.

설악산, 속초 해수욕장, 속초의 먹을거리들, 영랑호라는 큰 호수를 끼고 있는 관광 도시가 아닌가.

(서울 촌놈이 이렇다.)

여행 전에 들뜬 마음으로 속초에 대해 알아보면 볼수록 대단했다.

 

어느 정도로 설랬느냐면 출발 사나흘 전부터 잠을 못 이루었을 정도다.

누워도 잠이 오지 않았다.

혼자 상상을 하다가 가슴이 뛰어서 결국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으로 속초 사진을 보는 것이었다.

내 생전에 이렇게 가슴이 뛰고 방방 뛰는 여행은

초등학교 시절 소풍 전날이나 운동회 전날 빼고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실제로 아침에 고속버스 터미널로 갈 때는 골목길에서 마구마구 날뛰고 달리고 그랬다. 정말 기뻤다.

 

이런 마음을 알아줬는지 여행 내내 날씨가 좋았다. 따듯하고 하늘은 쾌청하고 맑았다.

바닷길을 따라 아침 산책, 밤 산책을 할 때는 등에서 땀이 삐져나올 정도로 포근했다.

 

 

 

 

 

속초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보고 싶었던 곳은

데크로 산책길이 잘 마련된 속초 해수욕장, 한적한 항구의 모습,

그리고 영랑호의 곰바위였다.

 

&

그리고 먹고 싶었던 것은

주로 물회(봉포머구리집, 송도횟집),

막국수(속초의 막국수 정리 포스트, 그 중 동선이 좋아서 가보려고 했던 곳은 진미 막국수),

회(동명항의 활어, 장사동 횟집 타운의 편안하고 다채로운 회, 중앙시장의 횟집타운),

생선구이(중앙시장 근처에 있는 수협



인근의
88 생선구이. 그런데 여기가 너무 TV를 타서 한산하고 널찍한 동명항 인근의 동명항 숯불 생선구이에서 먹었다.)

그리고 대포항의 별미라는 소라엄마 새우튀김과

속초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곰치국(옥미식당)이었다.

 

맛있는 것은 많지만 그렇다고 하루에 서너끼를 먹을 수 없기에 한 가지만 골라야 했던 것이 너무 힘들었다. 흑흑

 

이번 여행의 모토는 무조건 '되는대로'였기 때문에 그냥 맘 편히 다녔다.

서울로 오는 길도 주말 춘천-서울 이쪽 고속도로가 극심한 정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단풍놀이, 스키장 오픈) 굳이 생각하지 않았었다.

되는대로 막히면 차 안에서 책읽고, 아이폰으로 영화보고, 자빠져 자고 뭐 그러자고 마음 먹었다.

 

 

 

 

 

대충 이것이 속초여행 때 준비한 개요(?)였다.

속초고속터미널 근처에 이마트가 하나 있고, 여기 근처에 진미 막국수가 있었다.

척산온천도 좋은 곳이라 가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 가질 못했다.

이 근처에는 원조 털보네 토종닭,이라고 매우 유명한 곳이 있다더라. 역시 못가봄

영랑호의 곰바위에 오르면 무척 경관이 좋다고 했는데 역시 시간이 없었다.

정말이지 1박 2일로는 모자란 것 같다.

게다가 설악산 소공원도 척산온천 근처라 거기까지만 가면 비선대로 등산도 할 수 있고,

아니면 케이블카를 타고 설악산 장관도 구경할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커피가 한잔 마시고 싶어서 들어간 시내 커피숍.

'뉴욕 에스프레소'여서 자유의 여신상이 있었다.

휴가 나온 군인이 애인과 함께 손을 잡고 앉아 있는데 어찌나 애틋한지 군인의 눈에 눈물이 초롱초롱.

속초에는 군인들이 많이 보였다.

 

 

 

 

 

 

고속도로가 막힐까봐 새벽부터 출발한데다, 아침 내내 속초 곳곳을 돌아다녀서 피곤했다.

체크인을 하자 마자 곯아떨어져서 일어나니 오후였다.

배가 고픈데다 광저우 아시안 게임 야구 예선, 대만과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

TV도 있고 조용한 장사동 횟집 타운을 찾았다.

 

속초에는 나름대로 횟집 타운들이 포지셔닝을 달리하며 개발되어 있었다.

 

* 동명항 - 회를 떠서 2층에 앉아 먹는 시스템. 활어를 취급

* 중앙시장 회타운 - 시에서 관리를 엄격히 해서 믿을 수 있는 가격으로 합리적으로 먹는 시스템.

* 장사동 - 각 횟집 식당이 몇 호 몇 호로 공동 판매하는 시스템이 아닌 식당이 여러 개 모여있는 동네,

다소 비싸지만 편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스키다시가 화려하기로 유명하다.

* 대포항 - 가장 어수선한 느낌, 난전에 조개구이를 구워먹는 것이 별미인 것 같다.

바가지가 좀 심하다고 한다. 택시 기사님 4명 모두 짠듯이 자신들은 대포항을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택시 기사님들은 대체로 동명항을 구경하고, 장사동 횟집을 추천하는 분위기였다.

 

야구를 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회를 떠서 공동으로 모여 먹는 곳이 얼마나 시끄러운지 알기 때문에

장사동으로 갔다. (노량진 수산시장을 가지 않는 이유와 비슷)

성게가 찬으로 나와 많이 먹었다. 성게는 정말 훌륭한 생물이다...

 

추신수가 2점 홈런을 2번이나 쳐서 대만 투수가 불쌍했다. (사진에 나온 투수;;)

 

 

 

 

 

 

곰치국으로 유명한 옥미식당은 나에겐 맞지 않았다.

얼큰한, 시원한 맛이라고 상상했었는데 곰치국은 들큰하고 끈적이며, 느끼했다.

첫 술은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고추다진 것과 고추가루를 좀 풀어 봤지만

특유의 맛과 식감에 대해 거부감이 점점 더 심해지기만 해서 결국 2/3 이상을 남겼다.

마치 코 푼 .. 코렁탕을 먹는 기분이었다. (코갤 설렁탕의 줄임말 아니고;;)

 

계산할 때 주인 할머니가 그렇잖아도 살이 실하질 못했다고 만원만 받으셨다. (원래는 15,000원)

특히 밥이 맛이 없었다.

쌀이라도 좀 신경을 쓰셨으면 좋겠다. 밑찬과 함께 밥이라도 먹을 수 있게.

 

아무튼 옥미식당은 '곰치국'은 이런 맛이라는 경험을 하게 해 준데 의의가 있겠다.

그리고 여행 이튿날 아침으로 먹은 '동명항 숯불 생선구이'집의 생선구이 정식. (인당 10,000원)

 

양이 생각보다 많아서 꽁치는 채 뜯지도 못했다.

대구는 역시 스테이크로 쓰일 만큼 고기같이 살이 밀도가 있었다.

 하지만 느끼해서 한 두 젓가락만 하고 남겨야 했다.

가장 맛있는 것은 가자미와 제철 도루묵!

고소한데다 생선 모두에서 숯불 향이 나서 걸신들린 듯 허겁지겁 먹기 바빴다. 정말 맛있었다.

 

 

 

 

 

 

여행 내내 날씨가 얼마나 좋던지... 운이 좋았다.

아침에 동해로 해가 뜨는 모습을 본 것도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뭐니뭐니해도 가장 좋았던 건 장사동에서 회를 먹고 바닷길을 따라 동네 사이로 내려오던 길이었다. 그렇게 동명항에



닿았는데 속초는 정말 안전해 보였고, 뭐든 정갈했다.

길에서 쓰레기를 발견하기도 힘들었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모두 행복해 보였다.

 

 

 

 

 

이 최고의 산책길 저 벤치에 앉아서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바다도 보고,

바닷바람도 맡아 보니 온갖 시름이 다 잊혀졌다. (이 진부한 문구;;)

 

그리고 저 벤치에서 일어나 동명항으로 가는 몇 백미터를 사회인 야구선수 아저씨 두 분과 함께 걸었는데

아저씨들이 걸으면서 노래도 부르고 운동을 하면서 가셨다.

속초에서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한 것 같아 거기에 껴서 길을 걸으니 나도 덩달아 행복했다.

 

사진은 모두 아잉폰으로 찍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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