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가 동대구 부터는 기존의 철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부산까지 가는 차창 밖 풍경이 좋다.
가을이고 날씨가 좋아서 한 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낙동강 하류 쯤 들어오면 큰 강과 바다가 만나기 때문에 물길이 넓어지고 물이 천천히 흐른다.
마치 산들이 물 곁에 조심스럽게 붙어 있는 모양이 나온다.
순간 이런 우아한 모양새를 파엎어 4대강 사업을 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다 아프다.
한강식 시민공원은 한강에 어울리고,
양재천식 지방하천 사업은 거기에 제격인 것인데
이 큰 강의 흐름을 제 아무리 뛰어난 디자인일지라도 '가공'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 라는 글귀가 고스란히 전해오는 곳이
우리 강산이다.
섬진강은 섬진강대로 우아하고 아름답다.
하구둑을 얼마나 높일 셈인지는 몰라도
부디 기차길 옆으로 지나는 풍경으로 하루둑의 시멘트만 보이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부산역에 도착해서 보이는 바다 풍경은
한가한 바다가 아닌 산업의 모습이다.
그래서 신선하기도 하고 그렇다.
중앙동을 지나 남포동 쪽으로 가는 길에서도 '부두'라는 안내판도 생소하고.
여기 바다를 타면 해외로 가는구나, 라는 사소한 사실도 꽤 부럽다.
용두산 공원으로 오르는 에스컬레이터도 있건마는
뒷길로 낑낑 거리며 올랐다.
자갈치 시장 앞에 큰 건물이 올라와서 자갈치 시장과 바다가 한 눈에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남포동 서울깍두기에서 아침을 먹고,
깡통시장, 국제시장을 지나 보수동을 갔다.
이 골목을 따라 길 끝의 임시수도 기념관을 가 볼 생각.
예전에 국제시장에서 헤매다가 들러 본 기억이 나는데,
다큐 3일에 방영된 이후로 출사지가 된 보수동 책방 골목.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한건 사람들 뿐이다 싶다.
이럴 땐 견고하고 완고해서 여간해선 삶의 양식을 변화시키지 않는
경상도의 소심함이 뚝심으로 보이는 순간.
부산의 구도심들은 참 가파르다.
오늘은 문을 닫은 모양
어휴 귀여워라
돌고 돌아 드디어 당도
탄성이 나오는 건물.
보존도 잘 해 두었고 건물 주변도 공원처럼 잘 꾸며 두었다.
날이 좋아 바깥에 좀 앉아 있으니 졸음이 쏟아진다
전쟁 중에 이런 곳에서 임시수도 행정을 했다니.
건물 풍경
양식과 한식이 적절히 조화되어 있어서 그저 나도 이런 집 한채 지어야지 하는 마음 뿐
누구나 이런 집 한 채 쯤 짓고 살잖아요 (..)
학예사가 어찌나 관리를 잘했는지
문칸, 창틀 마다 먼지 하나 없이 정갈하더라
이 곳으로 지나면 건물 후원이 나오는데
후원이 참 이쁘다.
이승만 대통령이 자주 사람들을 불러 식사도 했단다.
한 바퀴 도는 동안 의자도 많고 쉴 곳도 잘 마련되어 있었다
감탄했던 프란체스코 여사의 주방 모습
검소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멋이 있어서 반했다.
싱크 뒤는 무조건 창이 있어야!
그리고 가능하다면 싱크 위 선반은 없는 것이 가사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것 같음.
다시 내려오는 길에서 위를 보면서
얼핏 보이는 한옥 지붕 건물이 안내소이다.
핸드폰 배터리가 나가서 충전을 부탁했는데 지키시는 분이 여간 친절하신 게 아니다.
건물 안의 안내하시는 학예사 분도 그렇고
정말 감사한다.
내려 오면 바로 앞에 있는 동아대 부민캠퍼스 박물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물을 헐지 않고 새롭게 이용해서 상도 많이 탄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정도 규모의 근대 건물이 거의 없는데 볼 것도 많고, 공부할 것도 많다.
http://buk.dailia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543
자갈치 시장 옆에 있는 건어물 골목이 이제 스러지기 일보 직전의 적산 가옥 지대라면
부민동은 꽤 의미가 있는 건물들이 아직 남아 있다. 기상청도 그렇고.
건어물 골목은 대학생 때 많이 다녀서 기록이나 경험이 있어서 이번 여행엔 부민동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하나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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