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해운대에 앉아서
"여긴 정말 내 애인같아" 라고 했더니
지나가던 아저씨 한 분이
"뭐시라꼬 내 마누라다"라고 해서 한 참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원래는 이 해변을 중심으로 오른쪽으로 가서
웨스틴 조선 옆으로 동백섬까지 잘 꾸며놨다는 APEC 누리마루를 가 보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반대로, 미포 쪽으로 달맞이 쪽으로 가게 되더라.
매번 갔던 곳이고 늘 머무르던 곳으로 저절로 발이 옮겨졌다.
마음 한 켠에 해운대를 여행지가 아니라, 집같은 곳으로 여겼던 것 같다.
깡통시장, 국제시장 분들이 밥을 먹으로 많이 다니시는 부평동.
바로 옆 골목이다.
군산도 그렇고 강점기 시절 도시의 모습을 갖춘 곳들은 모두
반듯반듯하게 네모형태로 골목들의 구획이 잘 마련되어 있다.
그래서 지그재그로 다녀도 방향만 맞으면 금세 목적지로 간다.
깡통, 국제시장 골목에서 한 블록 옆으로 오면 이런저런 식당들이 꽤 많은데,
다들 평균은 하니까 망하지 않고 오래 버티나 싶다.
그 중에서도 일요일, 월요일 통틀어 그 골목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로 붐비던
연근해 식당.
생대구탕도 잘 하고 대충 여러 가지를 준수하게 잘 뽑아내는 식당이라고 소문이 났다.
여행 이틑날 생선구이가 먹고 싶어서 부평동 일대를 좀 걸어보기로 했다.
버스에서 내린 곳은 남포동 데파트.
즉 부평동까지 오려면 빠짝 15분은 걸어야 하는 곳이다.
남포동 일대를 돌아다녀도 생선구이집이 보이지 않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연근해로 가 보기로 했다.
그런데 동행은 "연근해로 가 보자"는 말을, 문자 그대로 "바다 근처로 가자"로 듣고서
"도저히 자갈치 시장에선 생선구이집이 없을 것 같다"는 결정을 내린 상태.
나는 계속 연근해로 가자고 하고,
동행은 연근해 대신 남포동 안 쪽을 살피자로 옥신각신.
그러다가 장장 1시간을 자갈치, 부평동 연근해 식당 딱 앞 골목까지, 그리고 중앙동, 남포동을 헤맸다.
나는 발가락에 피가 나고, 동행은 무거운 짐을 다 들고 다니느라 어깨죽지가 뻐근.
말도 없이 의사소통 부재로 (..)
결국 차이나타운에서 물만두와 볶음밥으로 간신히 요기를 하고 기차에 올랐는데
오르기 전까지 나는 나대로 화가 나 있고,
배가 고픈 동행은 동행대로 배가 고파서 기운 없는 상태고,
나중에 원인을 찾다가 연근해에서 어긋난 것을 알고 허탈해 하면서 웃었다.
그리고 나 역시, 공책에 '생선구이-부평동 유성실비. 구포집 앞' 이렇게 적어 둔 것을 나중에야 발견.
으이고 천지먹통 둘이서 여행가니 사고는 이상한 구석에서 터지고.
이승만 대통령이 사용하던 변기 (..)
부산에 걸어 다니면서 이대호도 많이 보고,
한 아가씨가 옷입는 걸 잊었는지 웃 옷만 입고, 하의는 스타킹만 신은채로 활보하는 것도 봤..
건물 옥상에 지어놓은 집도 봤지만
인상적이었던 변기
한 접시(2인분)에 2만원인 백화 양곱창.
결국 한 그릇 더 먹었다.
생고기는 이렇게 맛있었구나 으헝헝
냄새 풀풀 풍기면서 지하철타고 나당겼다.
봐도 봐도 좋은 해운대 사진
경포대도, 서해 바다도, 통영 바다도 좋지만 해운대는 뭐랄까 굉장히 안정적이다.
여러가지 시설들로 점점 더 꾸며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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