웁살라(uppsala)는 꼭 한 번 가보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번번히 스톡홀롬을 보느라 시간이 없어서 여행이 무산된 도시이다.
스톡홀롬에서 기차나 버스로 북쪽으로 한 시간 정도면 도착하는 인구 13만 명 정도의
적당히 활기차고, 적당히 조용한 대학도시이다.
웁살라 대학은 북유럽 최초의 대학일 뿐만 아니라 (1477년에 설립되었으니)
실력이나 학문적 성과 면에서도 유명한 종합대학이다.
서유럽이나 미국도 그렇지만 종합대학들이 유명 도시에서 조금 떨어져 따로 위성도시를 이루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 웁살라도 스톡홀롬의 산업-대학 위성 도시인 셈이다.
스웨덴의 남쪽에 제 3의 도시인 말뇌는 덴마크의 코펜하겐과 매우 가까워서 발전한 도시인데
말뫼 역시 근처에 룬드(lund)라는 대학도시가 있다. 물론 그 대학의 이름은 룬드 대학교!



모처럼 스톡홀롬에 들렀을 때, 밤을 꼬박 새고 간 터라 아침 동이 터 오자 잠이 쏟아졌었다.
커피를 자양강장제삼아서 벼르던 웁살라행 버스를 탔다. (기차던가... :-)
내가 있던 욘쇼핑도 10만 정도의 인구가 사는 도시이고, 경영전문 대학과 중소기업이 밀집된 도시였고
웁살라 역시 웁살라 대학 중심의 벤처의 중심-요람인 곳이었지만
웁살라는 조금 더 전통적인 스웨덴의 모습을 풍겼다.
스웨덴은 점점 더 북쪽으로 갈수록 이주인구가 없고 뭐랄까... 거대한 백인들의 차가움과 활달함이 있달까.
더 정돈된 모습도 느껴졌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을 따라 자전거가 즐비한 모습은 여느 스웨덴의 도시와 같다.
지금 이 사진을 보며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저 때도 나는 꽤 두터운 옷을 입고 있었지만 봄이 오는 풍경,
해가 길어지고 (사정없이 길어져서 여름이면 백야의 밤도 찾아오지만) 햇살이 따듯하다.
서울의 봄처럼, 햇볕이 쬐는 곳에 있으면 따듯하고 응달에 들어가면 으슬으슬 추워지는 것도 비슷했다.

웁살라 대학 안으로 들어가도, 대학 캠퍼스가 담장 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 저곳에 관공서도 있고 또 다른 골목 끝으로는 연구소도 나오고, 거대한 웁살라 성당도 있고.
이 즈음 되선 난 정말 너무 졸려서 좀비처럼 걷다시피했는데, 결국 이 사진이 보이는 계단에 앉아 졸았다.
이 동네에 살면서 편했던 것은, 매일 똑같은 옷을 입어도 신경쓰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옷에서 냄새가 난다거나 옷에 피를 뭍히고 다닌다면 경찰이 출동했겠지만, 사람들은 말을 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옷이 있으면 헤지다 못해 빵꾸가 날 때까지 입곤했던 나로서는 뭐랄까... 해방감까지 느껴졌었다.

배가 고파서 먹을 곳을 찾아 나오니 도심으로 가는 한 골목이 나온다.
옷에 대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스웨덴 사람들은 굉장히 패셔너블하다.
아마 패션에 대해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백인(?)들은 미국 사람들 뿐인 것 같다. :-)
영국 사람들의 빈티지와 특유의 패션은 지금도 동경하는 것이고, 파리도 의외로 수수한 멋이 있고,
특히 밀라노! 오... 전세계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들은 단연코 밀라노 사람들이다.
이탈리아사람들은 유전자에 '스타일'이란 DNA를 갖고 태어나는 것이 분명하다!
어쨋거나, 우스개말로 유럽인들이 서로 서로를 놀리는 농담 중에
"이탈리아인이 기획을 하고, 독일인들이 디자인을 하고, 영국 사람들이 주방을 맡는 일은 최악이야"와 같은 게 있다.
그것처럼 이 사람들은 스웨덴 남자들은 다 게이야 (쑥덕쑥덕) 라고 할 정도로,
스웨덴 사람들은 굉장히 패션에 민감하다.


이제 도로변으로 나왔나보다. 어딜가나 깨끗하고 참 분주하다.
난 처음에...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살까" 싶고, 시간이 많아서 불안하기까지했는데
어느 날 부턴 한국에서와 똑같이 시간관리에 쫓기게 되더라.
뚝딱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는 문화가 아니니, 저녁을 한 번 친구들과 먹으려면 다 요리를 해야하는 것도 그렇고.
이 사람들만의 법에 따라 생활을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는데, 정말이지 사람들의 24시간은 공평하구나..싶었다.


쇼핑거리였는데, 서점도 보이고... 길을 따라 양 옆으로 가구점도 있고 문구점도 있고...
편집매장도 있어서 옷도 보고.. 유럽에서 가장 맛이 없다는 스웨덴 커피도 있고.
평일 오후라 옷집들이 한가해서 구석구석 구경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 때 6만원 정도에 구입한 겨울 코트를 아직도 입고 있는데 생활물가는 정말 안정되고 쌌다는 생각이 난다.
북유럽?! 하면 굉장히 비싼 물가부터 생각하는데 그건 아마 관광객들의 체험 물가가 아닌가 싶다.
당연히 관광객들은 세금을 납부하지 않으니, 혜택을 못 받는 것이다.
하지만 식료품, 옷, 신발, 교통비 그리고 대학까지의 공교육과 의료 시설도 모두 정부에서 제공하던
기본 생존권에 대한 생활비는 한국과 비교하면 천국이었다.
하다못해 EU에 늦게 가입한 스페인은 여행객들에게조차 의료보험을 보장해 주는 정도이니.


이건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가던 길에 본 건물인데, 예전 건물을 개-보수해서 쓰는 저 튼튼함에 부러워지곤했다.


웁살라에 도착해서 역에서 나오면 바로 보이는 분수와 거리의 풍경.
조용하고 차분한 도시다.
어떻게 보면 여행객, 특히 좀비처럼 졸린눈을 하고 어슬렁 거리는 나와같은 사람에겐 관심도 없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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