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정암에서 밥을 먹고, 소청대피소를 향해 부지런히 걸어 가려고 했는데

봉정암을 좀 올라오고 나니 보이는 풍경이 너무 좋아서 여길 그냥 지나가면 후회할 것 같았다.

작은 터가 있길래 거기 앉아 한동안 풍경을 봤다. 

그냥 넋을 놓고 봤다. 

가만히 앉아 바위에 몸을 기대고 쉬었다. 

봉정암 입구까지 산객들도 많았는데 이제 다들 어디로 갔는지 또 우리 뿐이다. 

이렇게 한참을 쉬었다. 

보이는 것이 용아장성인 것 같다.

봉정암에서 용아장성을 보려고 했는데, 못 보고 가나 아쉬웠는데 이렇게 본다.

실제로 보니 정말... 엄청난 암릉의 위력에 감탄만 나왔다.

진짜 이건 사진은 전혀 표현을 못한다. 

실제로 보면 마음에 파도가 치고 정말 웅장하고 아름답다. 남편도 정말 감동스럽다며 한동안 멍하게 쳐다봤다.

또 헉헉대며 거북이처럼 오른다.

드디어 저기 위에 소청대피소가 보인다. 아... 

정말 눈물이 났다.

소청대피소가 종착점이 아님에도 여기까지 온 우리가 너무 감격스러웠다.

아무리 바빠도 우리 여기서 커피 한 잔 하자고...

이런 풍경을 두고 그냥 갈 수 없다고...

소청대피소 국립공원 직원분께서 오늘은 흐리다고 하셨는데

아니다 이 풍경은... 날씨로 가려질 풍경이 아닌 것 같다.

물을 끓여 커피를 한 잔 한다.

정말 행복했다. 

하늘이 보인다. 

소청이 지척이다.

소청봉에 배낭 두고 대청봉 왕복을 하려고 했는데, 우리가 너무 느리고 초보여서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감격했다.

아빠는 포기하지 말라셨다.

여기까지 올랐는데 이제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우리가 느리고 그래도 포기한 적은 없다. 

정말 이번 설악산 산행도 너무 우리같아서 웃음이 난다.

소청봉에서 이제 희운각대피소로 하산하는 것이 오늘의 일정이다.

이제 가자!

이러고 막 발을 떼는데!

아니 이 장관은 대체...

저게 공룡능선인가...

용아장성 저리가라는 엄청난 암릉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이 길을 들어서서 고개를 드는 순간 보이는 엄청난 광경

도무지 뭐 빨리 갈 수가 없다.

발을 뗄 수가 없다.

이제 해가 지려고 하고 있다.

길에도 우리 뿐이다. 

다들 우리를 앞서 질러 간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내려 내려...  희운각대피소가 보였다.

희운각대피소가 보이는 순간부터 도착까지도 한 30분 넘게 걸었던 것 같다.

돌길 정말 경사가 엄청났다. 

소청에서 희운각까지가 마의 길이라더니... 경사가 정말 엄청났다.

드디어 도착!

에고 눈물이...

대피소에 들어가서 입실 등록을 하는데 

소장님처럼 보이시는 분이 "어디에서 왔어요?"라고 물으시기에

"저희가 초보여서요... 백담사에서 소청 지나 왔어요."라고 하니까

"그 길이 깁니다. 초보신데 이 시간에 도착하신 거 보면 잘하신 겁니다."라고 하시는데

갑자기 막 눈물이 핑 돌았다.  

거의 쓰러져 있는데 남편이 밥은 먹어야 한다고 고기를 굽는다.

근데 대피소에서 다들 삼겹살 먹는다던데, 희운각 통틀어 우리만 고기 굽고 있었다.

좀 부끄러웠다. 초보 티낸 것 같기도 하고 ㅎㅎ 아무튼 우리만 고기를 구워서 좀 머쓱...

2층에 배정받았다.

바닥은 너무 따듯하고, 다 새거이다. 편백나무 향이 정말 좋았다.

짐 펼쳐 놓고... 이어폰 꼽고 잤다. 

희운각대피소 핸드폰 충전할 수 있는 곳 많고,

남녀 옷 갈아 입는 곳 탈의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신발장

계단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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