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그로 가는 길 중간의 이름 모르는 언덕

스코틀랜드 여행에서 가장 많이 본 글은 'A82 도로가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로몬드 호수를 지나 글렌코-그리고 스카이섬까지 가는 길이 절경이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페리로 스카이섬을 들어가기 때문에 글렌코와 포트 윌리엄 정도까지는 A82를 가지만 어느 순간 부터는 말레이그로 간다. 그래서 말레이그로 가는 길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스카이섬 가이드를 쓴 기자의 글에서 말레이그로 가는 길이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길 중의 하나라는 얘기를 봤다. (https://rednotebook.tistory.com/2567?category=763992)

사실 저 가이드 글을 읽을 때는 '가는 길과 오는 길 모두 같은 길을 안 가도 되니, 스코틀랜드 여행을 더 넓게 할 수 있다'는 것만 봤다. 그래서 말레이그 가는 길에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달려 보니 너무나 너무나 좋았다. 

하이랜드 특유의 그 느낌이 물씬 나는 절경이었다.

글래스고 도심을 벗어나니 본격적으로 대자연들이 불쑥 불쑥 나타난다.

도로 바로 옆으로 호수같은 것이, 또 강 같은 것이 마구 나온다.

황량한 이 풍경

제주도와는 또 다른 스케일이 느껴진다.

구릉

달리다 보니 정차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정차해 봤다. 

나무가 한 그루 덩그라니 있는 그냥 이름 모를 구릉이다. 다른 관광객들도 그냥 정차해서 경치를 감상하고 있었다.

차를 대고 주변을 구경

구불거리는 선이 아늑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바람이 거세고 비가 흩뿌려져서인지 황량하게 느껴진다.

이 느낌이 참 좋았다.

실제로 눈으로 보면 광활한 땅 위에 뚝 떨어진 느낌이 드는 풍경이다.

그러다보니 마구마구 사진을 찍었던 것 같다. 정말 환호성이 나는 곳이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광활한데 사진을 찍으면 10%만 부분으로 나온다.

좋은 풍경을 사진으로 찍는 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은 늘 들었지만, 스코틀랜드만큼 그 한계가 크게 느껴진 곳은 없었다.

뉴질랜드 남섬, 하와이, 그랜드캐년 등등 언제나 자연을 눈으로 보는 것이 제일 멋있었는데, 스코틀랜드만큼은 아니었다.

여기는 정말 사진이 거의 무용지물이다.

이제 다시 길을 나선다.

화장실을 가려고 잠시 쉬어간 곳 

협동조합 수퍼마켓 쿱이 있다.

글렌코가 나오는 것 같다.

여기는 오고 갈 때 두 번이나 봐도 놀라운 곳이다. 정말... 경이로운 곳이다.

글렌코가 다가오는 곳

이렇게 물웅덩이치고는 광활한 곳과 녹지, 구릉, 산이 어우러져 있다.

바람이 부는 풍경을 눈으로 보는데 믿기지가 않는다. 

글렌코를 지난다.

글렌코를 지나며 사진을 찍어 봤다. 눈으로 감상하기에도 바쁘다.

정말 놀라운 곳이다.

해를 받는 곳도 아름답다.

그냥 돌산같지만 실제로는 도로 양옆으로 기이한 형태의 돌산이 이어지니 기분이 묘해졌다.

잠깐 차를 대고 주위를 둘러 본다.

구름낀 산들이 외진 행성에 뚝 떨어진 느낌을 준다. 

말레이그로 가는 길은 글렌코를 지나는 것과 다르다.

여기는 호주같기도 하고, 너무나 또 새롭다. 스코틀랜드는 30분마다 풍경이 달라지는 느낌이다. 

도저히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 곳인데, 들어서니 마을이 나온다. 말레이그다.

말레이그

작은 마을이라 웨스트하이랜드 호텔을 금세 찾을 수 있다. 

마을이 작지만 구석구석 알차다.

이제 호텔에 차를 대고 체크인을 한다.

스코틀랜드 호텔은 어떨까. 기대된다. 

무사히 도착해서 기쁘다. 하루 종일 대자연의 괴이하고 생경한 모습을 실컷 봐서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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