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날에 대구에서 서울로 오는 길에 들른 곳이다.
고속도로 대신 국도만을 이용해서 상경을 했는데 덕분에 차도 막히지 않고 한가하게 여러 고장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수확은 바로 이 용궁단골식당!

상주 지날 때쯤 점심을 먹어야 해서 남동생 부부와 함께 엄청나게 검색을 했다.
그러다가 상주분이 추천해 둔 용궁단골식당을 가게된 것.
남동생 부부는 순대국이 별로이고, 남편은 양념된 고기구이가 별로여서 마뜩찮게 들어선 곳이었다.
설 다음 날이라 문을 연 식당도 많지 않았으니...


그런데 가게 앞 주차된 차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실내는 각각의 큰 방들로 이루어진 식당.
카운터 보는 사장님도 미어 터지는 사람들로 정신이 없고, 일하시는 분들도 정신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끊임없이 오고 있더라.


어느 한 방으로 들어 가서 자리를 잡았다.
예천이 본점이고 상주점은 아드님이 운영하신다고 했다.

순대국은 4,500원이고
따로국밥은 5,000원이다.

우리는 대구식 육개장 따로국밥을 생각했는데,
순대국은 공깃밥 없는 순대국이고
따로국밥은 공깃밥이 나오는 순대국이란다.

돼지불고기 외에도
오징어불고기, 닭불고기도 많이 드시더라.

따로국밥 4개와 돼지불고기 2개 주문.


기본찬은 뭐 담백하다.
순대국이 금세 나왔다.

서울 가락시장 쪽 함경도찹쌀순대가 끈적거리고 진한 국물의 끝판왕이라면,
용궁단골식당의 순대국은 소머리국밥이나 나주곰탕처럼 맑은 스타일의 끝판왕이다.
그러면서 순대국의 정수는 다 담겨 있는.

진짜 최고다.

순대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동생 부부도 맛있다고 연신 환호.
순대국 매니아인 남편과 나는 이미 감동 감격으로 실신 직전.

돼지국물은 경상도 쪽과 제주도가 잘 낸다는 걸 다시 한번 경험했다.
(부산 돼지국밥, 제주 고기국수)


그리고 바로 나온 돼지불고기.
우와 직화 향기 엄청나다. 무조건 먹고 싶다!
양념 밸런스가 완벽하다.
적당히 맵고 적당히 불맛나고 적당히 고소하다.
서울은 그저 맵고 짜고 달기만 한 데 뿐인데.
국내산 돼지불고기가 한 접시에 8천원이라서 양이 적을 줄 알고 두 접시를 시킨 것이었는데, 양이 넉넉하다.

고기살도 두툼하고, 비계가 너무 맛있었다.
적당히 두툼해서 씹는 맛도 좋고 입 안에 들어올 때 과하지 않게 푸짐한 느낌도 딱 좋았다.

살짝 까슬하게 굽힌 고기 질감이 다 느껴질 정도로 얇으면서도, 고기살이 씹히도록 두툼한 그런 두께!

진짜 끝내 주게 고기 잘 굽는다.

특히 돼지국물의 단 맛과 고소함... 맑은 국물이랑 너무나 잘 어울렸다.

그저 진한 국물만이 좋은 국물은 아니다.
그저 걸죽한 국물만이 좋은 국물은 아니다.
돼지국물은 그 특유의 시원하고 단 맛이 있다.
가벼운 맛이 있다.
그러면서도 고기국물의 구수함과 진함을 잘 살려낸 것이 이 집 순대국이다.
직화 불고기도 모자람이 없었다.

네 명이 이렇게 귀한 대접 받고 몸보신, 입호강하면서 36,000원.
진짜 감동이다.

이 집 생각은 2월 내내 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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