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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밥에 대한 특별한 관심은 없었다.
그러다가 E언니의 소개로 한 가게를 알게 된 이후 부터는
일식 덮밥, 미지근한 온기의 한그릇 밥은 종로에서만 먹었었다.
종로 어귀 상가 2층의 덮밥집에선,
일본인 회사원들이 늘 조용히 회식을 했고,
주인 아저씨는 어리버리한 모습으로 안내와 계산을 했었다.
 
하지만 그 집에서 내오는 밥들은 사대문 안에서는 제일 따듯했었다.
2000년 즈음이었던가,
나는 맹랑하게도 서울 살이는 고달픈 것이로군이라는 진리를 혼자 겪고 있는냥
폼을 잡으면서 혹시나 밖에서 식사를 해결하게 되면 꼭 그 집을 찾았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부턴가 그 식당은 스르륵 사라졌다.

정말이지 스르륵 사라져버렸다.
단골들의 마음을 애태우고 아쉽게하며 돌연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러니까 한 번은 문득 그 가게 생각이 나서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내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린 탓인지 실제의 그 가게 역시 흔적조차 없었던 것이었다.
나는 그 일대를 몇 바퀴나.. 연이어 돌면서 가게의 흔적을 찾아보려고 애썼지만
인터넷도 사람들도 아무도 그 가게를 몰랐다.
영화 격주간지 <씨네필>처럼 나만 기억하는, 그래서 아무도 모르는 가게가 되었다.
결국 E언니에게 급전을 치니 언니는 다행히도 가게를 잘 알고 있었다.
아니, 가게와 그 가게의 기억들을 잃어버리지 않고 있었다.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왜냐하면 나는 마치 내가 가게를 잊고 있어서,
그 가게가 사라져버린 것 같은 미안함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니와 나는 가게에 대한 기억을 꼭 쥐고 있으니까
가게는 완전히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것은 아닌 것이 된다.
그 가게는 애초부터 없었던 존재는 아닌 것이 되어서 나는 정말 안심이 되었다.

어쨋거나
이곳 저곳 일식 덮밥집은 많이 봤지만,
너무 달거나 아니면 밥이 질었다.
덮밥은 한그릇 안에서 식사의 시작과 끝이 함께 있어야 하는데
일식 스타일을 흉내낸 덮밥은 시작만 있거나 끝만 있는 어정쩡한 모습의 식사를 냈다.

그래도 언제나 포기하지 않는 덮밥집 시도.
J님의 소개로 (그냥 따라가기만하면 다 맛있음) 홍대 돈부리를 찾았는데,
평일 1시인데도 가족, 커플 손님들이 너덧 팀 대기 중이어서
15분 정도 줄을 서 기다려야했다.

식사는 밥알이 좀 딱딱하긴했지만, 덮밥은 원래 밥알이 힘이 있어야
고슬고슬한 식감에 입안이 텁텁해지지 않는다.



나는 연어덮밥을 먹었는데 간장의 간도 적당하고, 밥알과 연어가 솔솔 말려서
밥이 콧구멍으로 넘어 가는지도 모를만큼 맛있게 먹었다.
한 그릇 더 먹고 싶었지만 가뜩이나 동행이 나를 시골사람이라고 구박하고 있었기 때문에, 절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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