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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입대하는 동생녀석이 하나 있어 강남역에서 만났다.
여간하면 '맛집의 불모지'이자, '음식문화의 척박한 풍토'인 강남역은 피하려고 했지만,
둘의 동선을 따져보니 강남역 외엔 대안이 없었다.

교보문고에서 만나 오랫만에 농담 따먹기도 하고, 
교보문고 회전문에 얽힌 오래된 추억도 이야기하니 기분이 금새 맑아지더라.
(녀석은 당췌 "그걸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느냐"면서 나한테 핀잔을 줬지만,
남자친구와 함께 교보문고 회전문을 지날 때 마다 난 그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주곤 했었다. :-)

'더 라멘'을 못 찾아서, 결국 '하카타야'로 갔다.
나는 일전의 하카타야의 면발이 별로였던 기억이 나서,
새로운 곳인 cgv 바로 뒷 편 '유메야'를 가 보려고 했는데 동행인 동생녀석이 별로라고 해서 말았다.
이 녀석 입맛을 존중해서 손해보진 않기 때문에.
(그러고보니 욘석이랑은 부산에서도 줄기차게 piff기간에 음식점만 찾아 다니던 기억이;;)



뭐 역시 하카타야의 면발이 좀 만 더 굵고 탱글하다면 좋겠다는 의견을 교환한 후,
차라도 한 잔 하려고 나왔는데 강남역엔 정말 찻집하나 좋은 게 없더라.
커피는 싫기도 싫거니와, 번잡한 게 너무 진저리가나서
조금 돌다가 cgv 극장 뒷 골목 어디 2층에 소박한 간판이 하나 눈에 띄었다.

대구에 있을 때 장로님이 하시던 커피명가느낌이 살포시 나는 게,
건물 입구에 보니 원두커피 전문점이란다.
그래서 비록 처음 가는 곳이라 커피맛을 보장 할 순 없어도 
분위기는 차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들어갔다.

아, 
그런데 '이건 강남역의 오아시스'다.

들어서자마자 든 생각은, 오아시스오아시스오아시스-

홍차를 시키고 두런 두런 이야기를 하면서
지난 인생들도 좀 정리하고, 못 만난지 여닐곱달 동안의 회포도 풀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새삼 세상이 얼마나 좁은지.. 놀라기도 하면서... 축복을 해 주고.. :-)

p.s
내가 시킨 홍차는 '다즐링 마가렛...'어쩌고인데, 정말 맛이 썼다.
반면, 녀석이 시킨 홍차는... 향도 좋고, 달고 꿀떡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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