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상 사건은 기본적인 인간관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가족, 우정, 사랑,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애착이 깨진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 형성되고 유지되는 자기 구성이 산산이 부서진다. 피해자는 존재의 위기 상태로 내던져진다.
 세상이 안전하다는 느낌, 즉 기본 신뢰 (basic trust)는 생애 초기에 첫양육자와의 관계 속에서 습득된다. 이러한 신뢰감은 삶과 함께 시작되어, 전 생애에 걸쳐 한 사람을 지탱해 준다. 이것은 관계나 신념과 관련된 모든 체계의 기본을 형성한다. 보살핌 받는 최초의 경험은 자신이 속한 세상이 인간의 삶에 대해 호의적이라는 것을 마음으로 그릴 수 있게 해주는 해주는 바탕이 된다. 기본 신뢰는 삶의 일관성, 자연의 질서, 신성의 초월적 질서에 대한 신념의 기반이 된다.
 외상 사건은 기본적인 신체적 안녕의 수준에서부터 사람의 자율성을 침범한다. 신체는 침해당하고 상처 입으며 더럽혀진다. 이들은 자신의 신체 기능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 전투 상황이나 성폭력의 상황에 대한 증언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통제 상실은 외상의 가장 모욕적인 측면으로 꼽힌다.
 포로와 성폭력의 피해자를 공격하는 목적은 정확히 피해자의 자율성과 존엄을 모욕하는 데 있다. 따라서 외상 사건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다>는 신념을 파괴한다.”

“ 청소년기에 공포를 경험하고, 힘을 빼앗기는 경험을 하는 것은 청소년기라는 인생의 특별한 단계에서 달성해야 하는 세 가지 건강한 적응 과제를 위태롭게 한다. 정체성의 형성, 원가족과의 점진적인 분리, 그리고 더 넓은 사회적 세계의 탐색.
 성인기에 반복적인 외상을 경험하게 되면 이미 형성된 성격 구조가 파괴된다. 그러나 아동기에 반복적인 외상을 경험하게 되면 성격이 단지 파괴되는 것만이 아니다.
 이것은 성격을 만들어 낸다.
 학대적인 환경 속에 갇힌 아이는 끔찍한 적응 과제들에 직면하게 된다. 아이는 믿을 수 없는 사람들 속에서 신뢰감을, 안전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안전함을, 끔직하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통제감을, 그리고 무기력한 상황 속에서 힘을 지키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아이는 어른이 제공하지 못한 보살핌과 보호를 자신의 힘으로 보상해야 한다. 그러나 아이는 스스로를 보살피거나 보호하지 못한다. 아이가 가진 유일한 대처 방편은 심리적 방어라는 미성숙한 체계 뿐이다.

이들은 폭력과 죽음에 대한 위협과 사소한 규칙에 대한 집요한 강요, 간헐적인 보상, 그리고 고립, 은폐, 배신을 통해 다른 모든 관계를 파괴시키는 수단에 의해 억압받는다. 이러한 통제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성인의 경우보다 더욱 심각하게 자신을 학대하고 방임하는 이들에게 병리적으로 애착하게 된다. 이들은 자신의 복지, 현실, 혹은 삶을 희생하고서라도 애착을 유지하려고 분투한다.”

- 주디스 허먼, 트라우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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