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꾸준하게 요리하시거나, 또 요리 고수인 분들, 혹은 손님 자주 치르시는 분들이 한 번씩 그릇에 대해 얘기하시는 걸 듣다 보면 공통점이 있었다.
한식은 알수록 어렵고 또 좋은 음식이다.
식기는 백자가 으뜸이다.
유기는 관리가 힘들지만 한식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것 같다.
백자는 우일요만한 게 없다.

나도 이제야 하나씩 음식을 해보는 것이지만 한식은 정말 수준 높은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그릇 저런 그릇 써 보고 있지만 제일 손이 많이 가고 마음이 이끄는 것은 우리 도자기들이다. 그리고 그 중에 가장 마음이 편해지고 밥 먹을 때 행복해 지는 것은 백자다.
처음에는 우일요를 검색해 보고 내 형편에 너무 비싸고 또 왠지 그 가격만큼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젖혀 두었다. 그러다가 여기저기 우일요 복그릇이 유명해지고 너도나도 그 그릇으로 사진을 찍고 소개를 하니 보게 되었다. 그런데 ‘뉴트로’ 유행같기만 하고 크게 와닿는 게 없었다. 게다가 구매하기도 불편해서 또 한 번 우일요를 젖혀 두었다.

<백자 귀과반>

그러던 어느 날 백자귀과반을 보게 되었는데, 정말 그 색이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래서 우일요 정기세일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데! 폐업을 하게 되었단다. 하아...
서울에 새벽같이 올라가서 그릇을 사올 계획이었는데, 남편이 극구 반대를 했다. 못생겼단다.
참고로 우리 남편은 그림도 그리고 디자이너여서 심미안이 예민하고 세심하다. 그건 인정한다. 또 어릴 때부터 동대문 그릇가게를 심부름 삼아 다니곤 했어서 그릇에 대해서는 경험한 역사(?)도 깊고 조예도 있다. (우리 남편이 광주요에서 좋아하는 그릇은 오직 광주요 백자 음각 목단문 하나이고, 이창화 도자기 화병이나 그런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한 2주간을 실갱이하다 구경만 하고 오겠다고 하고 21일 수요일에 우일요를 갔다. 우리는 작은 것도 서로 얘기하고 사는 편이고, 이런 나들이는 항상 함께 다니곤 했는데 유난히 남편이 가기를 꺼려했다. 그 점을 존중해서 나도 안 가려고 했는데, 선배 주부님들의 우일요 예찬이 허투루 나온 것은 아니다 싶어서 고집을 부려 본 것이다.


물건은 많이 없겠다 싶었는데, 실제로 많이 없었다.
그리고 가자마자 백자 밥공기와 국그릇을 들어서 햇볕에 비춰보고, 설거지하듯 만지면서 돌려 보고, 손에 닿는 느낌을 봤는데,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릇하면 백자, 백자하면 우일요”
누가 그러더니 진짜였다.

은은하다 못해 소박한 청백색인데 도자기 특유의 반짝거림은 강했다.
이게 참 조화롭고, 무척 고왔다.

우일요를 가기 전에는 ‘누가 봐도 우일요인 걸 알 수 있는-사진으로 인스타에 올려 자랑할 수 있는-’ 그런 그릇을 사야 하나 고민이 가득했는데, 실제로 백자 그릇을 보고 나니 모든 것이 분명해지더라.


혼자 손에 들고 버스를 타고 동탄까지 가야하니 많이 못 살 것 같아, 일단 밥공기와 국그릇을 4개씩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국그릇의 크기도 정말 마음에 든다. 찾던 것이다.
떡국이나 만둣국, 혹은 육개장 같은 것을 담을 그릇도 있었으면 했는데 애저녁에 다 동이난 듯 했다. 정말 아쉽다. 이런 그릇 찾기가 무지 힘들다.
아무튼 금 간 것 없고, 기포 없는 것이 1순위이고 그 다음은 점 없는 것이었는데 찾아도 찾아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1개는 미세한 점이 있는 것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밑반찬용 식기도 진짜 좋아서 4개를 샀다. 이건 더 살 걸 아쉽다.


모란 봉우리 정사각형 접시도 2개 사고, 운 좋게 오리도 샀다.

택시를 타고 백병원 앞으로 가서 동탄으로 가는 M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오자마자 너무 신이 나서 설거지를 하고 새 행주로 닦아 올려 봤다.
설거지를 하면서도 느꼈는데 정말 좋은 그릇이다.


남편도 집에 와서 바로 그릇들을 보더니 “이거 명품이네”라고 한다. 그리고 국그릇 보고 엄청 좋아했다. “아 이거 이거”이러면서...
그러더니 진작 같이 갈 걸 아쉬워했다.
나도 아쉽다. 그냥 예전에 우일요로 직진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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