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년간 제주도만 네 번 갔으니, 일 년에 한 번은 제주도로 떠났었다.
갈 때마다 제주도 한 바퀴를 안 돌고 온 적이 없었는데 진짜 흑돼지는 이번에야 먹어보게 된 것 같다.
제주도 흑돼지는 '쉬는 팡'에서 먹어 보고 정말 맛있다고 느꼈었다.
정말 그 정도 퀄리티는 쉬는 팡이 아니면 찾기 어렵다고 생각했었다.
그럼에도 쉬는 팡 식당이 거의 명절 전 날 시장처럼 사람 혼을 빼놓는 곳이니
두 번 다시는 발길이 가지 않았다.
기름기 가득한 장판 바닥, 한 방에 몇 테이블이나 붙여 놔 연기 가득한 곳에서 북적이며 먹는 분위기..
그리고 대기 시간은 너무나 길고, 차는 미어터지게 들어오고...
평범한 삼겹살도 거기서 먹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안 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제주 흑돼지 먹을 곳이 마땅찮아 늘 고민이었다.
동네 사람에게 추천받지 않았으면 아지트 식당을 발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아니, 발견했더라도 방문할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건물 1층에 위치하고는 있지만 입구가 안 쪽이어서 왕래가 쉽지 않은 곳이었다.
게다가 흔한 현수막이나, 엑스배너 하나 없이 간판만 덩그라니 있는 곳.
그런데 여기서 먹은 흑돼지가 그간 내가 먹어 온 제주 돼지 중의 으뜸이었다.
그리고 사장님 내외 분의 친절한 서비스, 온화한 분위기, 편히 먹을 수 있게 해 주는 배려, 식당으로서 지녀야 할 깨끗한 주방까지!
볶음밥에서부터 제대로 집 된장으로 끓인 찌개까지... 정말 최고였다.
저녁에 찾아가 어둡다.
진짜 생돼지.
냉동을 하지 않은..
실제로 우리가 저녁을 먹었을 때, 서너 테이블이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모두 주민 분들이셨다.
모슬포 동네 분들이 오셔서 삼겹살을 드시는 데라면 두말 않고 믿을 만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한 가족은 아이들과 부모님을 데리고 와서 먹었는데,
애들 데리고 부모님 데리고 오는 거면 아지트가 모슬포에서 동네 인심을 잃지 않는 좋은 식당이라는 증거다.
그리고 고기가 떨어지면 팔지를 않으신 것 같았다.
먼저 돼지 비계로 화산석 돌판을 한번 훔쳐 기름칠을 해준다.
오른쪽은 멸치젓(멜젓)
삼겹살을 멜젓에 찍어 먹기 시작하면, 소금은 쳐다보지도 않게 된다.
멜젓에 찍어 먹어야 개운하다.
제주화산석으로 만든 판이다.
식당이 깨끗하다.
30대로 보이는 사장님 부부께서 하시는데,
주방이 오픈되어 있다.
오픈할 만하다.
바닥에 물기도 없고, 너저분하지도 않고, 벽에는 먼지나 누런 때 하나 없다.
정말 깨끗하더라.
이런 주방을 유지하고, 공개하는 곳에서 내는 고기니 더 맛있었다.
실제로 제주 흑돼지를 먹어 본 역사 상 가장 맛있었다.
(서울에서 먹은 건 다 사기같은 느낌;;)
밑 찬은 조금씩 간단히
항정살 조금과 돼지 껍데기가 있다.
나중에 돼지 껍데기를 먹으려고 들었더니, 사장님께서 흑돼지 껍질은 기름이 많으니 먹지 말라시더라.
흑돼지임을 증명하려고 같이 낸 것이란다.
이런 것도 말해주고 챙겨주니 고마웠다.
먹지 말라고 하는 것도 자신감이다.
아.. 지금 보는 순간에도 흑돼지 생각이 절로 난다.
모슬포는 방어나 고등어회 정도만 생각났는데, 이제는 아지트 흑돼지밖에 생각이 안 난다.
화산석 돌판도 탐났다.
볶음밥
원래 볶음밥을 잘 안 먹는데, 여기는 밥도 맛있을 것 같아 주문했다.
달걀 하나 척 올려주시니 별미였다.
바락바락 다 긁어 먹었다.
고깃집에서 내는 된장지개가 아닌, 집된장 찌개다.
정말 시원하고 맛있었다.
몽글 몽글 투명한 국물이 정말 맛있는 된장찌개라는 증거다.
식당에서는 쌈장에 미원을 넣어 끓이니 저 투명한 국물이 안 나온다.
다싯물 제대로 내서 집된장으로 끓여내니 저 모양이 나온다.
어쩜 저리 고마운지...
난 정말 모슬포 흑삼 아지트 흑돼지 식당 사장님 부부께 도리어 고마웠다.
맛있는 거 먹게 해주고, 정성 들여 건강한 음식 내 주셔서 말이다.
제주도 흑돼지 식당으로 정말 추천한다.
신협 건물과 오른쪽 건물 사이로 들어가면 입구가 보인다.
네비에는 흑삼 아지트로 입력하거나
064-794-5864를 입력하는 게 나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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