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돼지갈비가 정말 먹고 싶었다. 남편은 양념한 고기는 고기의 참 맛을 알기 힘들다고 먹기를 꺼려한다.
그래서 통... 돼지갈비를 못 먹다가 비가 추적추적 오니, 괜히 먹고 싶어졌다.
그러다가 서초고등학교 맞은 편에 고깃집 하나가 개업한 것이 기억이 나서 찾아갔다.
개업한지는 꽤 된 것 같은데 그쪽으로 다니질 않다보니 잊어버렸던 거다.
사실 그 골목이 인적이 드물어서 고깃집으로 가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망한 건 아닐까..', '사람이 너무 없으면 어쩌지...'
그런데
밤 9시가 늦은 시간, 고깃집엔 빈 테이블이 없을 정도!
들어가서 메뉴를 보니 다양한 돼지고기를 팔고 있었다.
항정살, 갈매기살, 목살, 삼겹살..
게다가 산토리 생맥주도 팔았다!
메뉴를 보면서 바로 산토리 생맥주 두 잔을 주문했다. (한 잔에 8,000원)
그리고 메뉴를 찬찬히 뜯어보니, 이곳은 '명이나물'과 삼겹살을 싸 먹는 컨셉트인 것 같았다.
뭐 명이나물 장아찌가 상큼하긴 하지...
하지만 내가 이제껏 명이나물 컨셉트를 내세우면서 괜찮은 고깃집은 못 봐서... 좀 불안했다.
그리고 '숯불'에 '초벌'을....하고 나온다....
아... 뭔가 불길했다.
예전에 비싼 돼지고기 집엘 가게 되었는데, 이곳이 돼지고기를 숯불에 구워먹는 곳이었다. 삼겹살 1인분이 여느 가게의 2배 정도 되었을거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숯불에 삼겹살을 구우니.. 돼지고기 맛이 나지 않고 '숯... 훈제' 맛이 너무 강한거다.
이건 소고기도 아닌 것이, 삼겹살도 아닌 것이...
정말 애매한 맛이었다.
돼지고기의 기름진 맛도 못 느끼고, 훈제 베이컨 비슷한 향을 맡고, 소고기같은 느낌 아닌 느낌을 맛보며 돈만 비싸게 주고 나온 기억이...
그 기억이 떠올라서 무척 불안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집 항정살 최고다! 이 집 김치찌개 서울 안 최고다! 이 집 산토리 생맥주 최악이다;)
내부 사진.
이 사진은 식사를 마친 후 계산을 하면서 찍은 것이다.
사람들이 10시 반이 넘으니까 집으로 하나둘씩 가서 테이블이 한산해졌다.
이 집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고기를 구워준다는 것!
아아... 좋다.
옆 테이블을 찍었는데 아저씨 얼굴이 나와서 포토샵으로 지워보았다.
포토샵을 다룰 줄 몰라서 겨우 지웠는데... 좀 괴상하게 지워서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든다..
이쁘게 지워드릴게요 담엔.
초벌한 항정살 2인분이 나왔다.
내가 윤스와가마마에서 항정살 꼬치구이 한번 먹어보고 반해서 그 동안 항정살 노래를 불렀었다.
그런데 윤스와가마마에서는 항정살 한 두어점 먹으면 11,000원... ㅠㅠ
1인분 양 정도 먹으려면 22,000원은 족히 들 거다.
그래서 여기서라도 항정살을 실컷 먹을 생각으로 2인분을 주문!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께서 초벌한 고기를 들고와서 잘라주셨다.
자기보다 고기 잘 자르는 사람이 없어서, 식당에서도 언제나 자기가 고기를 익히고 잘라먹는 남편...
사장님의 가위 실력을 보더니 "정말 대단하십니다!"라고 감탄의 감탄을..
일단 정성으로 고기를 자르시는데 보는 사람이 말을 못 잇겠더라.
먼저 나온 김치찌개가 맛있다고 말하니까, '닭발로 육수내고, 일절 조미료 안 넣습니다'라고 말씀하신다.
조미료 MSG 문제가 아니라, 김치찌개 자체가 예술이었다.
고기 잘라주신 거랑, 5,000원짜리 김치찌개에 감동받았다. 밥도 맛있었다. 좋은 쌀 같았다.
식당가서 감동받고 나온 적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이게 그 김치찌개
5천원이어서 기대도 안 했다.
고깃집 5천원짜리 김치찌개라고 해야... 그저 그럴테지...
이렇게 생각했는데!
김치가 예술로 맛있고, 두부도 듬뿍 넣어 주시고, 무엇보다 찌개 안의 살코기!
장마 속에 비오는 날, 돼지고기 냄새가 안 나다니!!!
아 정말 입에서 살이 녹았다...
냉동돼지고기 같은 질긴 면도 없고... 정말 참치캔의 참치처럼 돼지고기가 녹았다 ㅠㅠ...
집에서 한 찌개처럼 약간 씁쓰룸한 맛도 나는 것이 정말 맛있는 찌개였다.
점심 때만 100그릇 넘게 나간단다.
그거 뻥 아닌 것 같다.
고기가 익으면 옆 철판에 올려 둔다.
항정살은 김치랑 먹는 것이 맛있단다. 삼겹살은 명이나물과 먹는 것이 맛있고.
찬으로 명이나물이 나와서 한 잎 먹었는데, 너무 질겼다.
모르겠다... 난 엄마가 울릉도에서 직접 먹어보고 좋은 걸로 가져와서인지
질긴 명이나물은 먹어보질 못했다.
좋은 명이나물을 쓴다고 하던데, 속이기야 하겠냐만은...
고기도 좋고, 서비스도 좋은 곳에서 괜히 '최고'가 아닌 '명이나물'을 홍보하면
다른 부분까지 의심가게 할 것 같은 생각은 들었다.
참, 여긴 김치도 군내가 하나 없고 상큼하다.
돼지고기를 김치랑 섞어 굽는 것을 너무 싫어하는데, 저기 저 김치 내가 다 먹었다.
항정살은 세 점만 먹어도 느끼하고 기름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지방의 고소함이 아주 일품이었다.
돼지고기 먹으러 강남역 '제주흑돈'만 갔었는데 이젠 여기로 가면 될 것 같다.
'제주흑돈'은 '흑돈가'보다 훨씬 맛있는 곳이다.
흑돈가도 좋은 고깃집이지만, 제주흑돈이 더 낫다. 데려간 사람들이 다 인정한 곳이다.
그런데 흑돈가는 제주 오겹살 말고는 된장찌개나 기타 모든 찬이 별로다.
그런데 하남돼지집은 고기도 더 맛있고, 종류도 많고(모듬도 있다.), 찌개도 더 맛있고, 서비스도 더 좋다.
집으로 돌아와서 검색해보니 하남돼지집은 체인점이었다.
모든 체인이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서초역 하남돼지집 최고다!
윤스와가마마와 더불어서 식당에서 감동받은 집이다.
둘 다 우리 동네에 있어서 정말 기분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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