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렬의 「광합성에 대한 긍정의 시」를 배달하며

 

시간은 부드러운 호흡이지요. 가볍게 주무르듯이. 마치 눈을 살짝 감은 때처럼. 빛을 살짝 가리기 위해 이마에 손차양을 하는 때처럼. 그러나 당신은 당신의 잎잎이 여린 빛 속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지요. 우리는 녹색식물이니까. 서로 드나들면서 속하지요. 서로의 꿈과 몸과 마음이 되면서, 그렇게 옮아가면서, 끌어들면서. 공기, 바람, 햇빛, 비, 눈의 맛을 맛보면서. 때때로 조금은 서로에게 부드럽게 개입하면서. 그리하여 바꾸어주면서.

 

낮에는 한 옥타브 낮은 말과 손길로써 밤에는 침묵으로써 그리하여 잡음의 세계를 견디지요. 나와 당신 모두 광합성을 하는 녹색식물이 되어 나는 당신이 되고 당신은 내가 되고 이것은 저것이 되면서. 가장 추운 때에도 그것은 미루는 일 없이 반복적으로 하는 즐거운 일감. 그리하여 한겨울을 입춘의 골목으로 데려가듯이. 누구나 알듯이 그것은 사랑의 세계.

 

by 문태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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