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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오코노미야키는 첫 맛만 고소하고 (갓 구운 철판맛으로), 이후 맛은 느끼한 음식.
끝맛까지 갈 것도 없이 속은 부대끼고 머리 속엔 오로지 '콜라! 콜라! 콜라!'를 외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일본인 친구가 해준 오코노미야키에서 '양배추의 맛'을 발견하고 말았다.
우리는 보통 전을 하면 배추, 김치, 부추, 파처럼 강한 맛을 기본으로
해물을 올려 간장에 찍어 먹는다. (혹은 초고추장에)
그런데 일본식 전이라는 오코노미야키는 들큰한 양배추를 익혀 달작지근한 맛을 소스로 먹더라.
아무튼 그 때 나는 양배추가 정말 다양한 맛을 내는 재료라는 것을 알았다.
(라면에 고추가루를 두 스푼 풀어 넣고, 양배추를 잔뜩 넣어 먹으면
콩나물 해장국과는 또 다른 부드럽고 개운-시원한 맛이 난다.)

갑자기 생각나서 해 봤다.
느끼하지 않게 청양고추를 넣었다.

오코노미야키의 관건은 반죽의 양이다.
우리네 전은 밀가루 반죽 속에 재료들을 풍덩 풍덩 썰어 넣는 느낌이라면,
일본의 오코노미야키는 기본 재료에 반죽을 살짝 코팅해 주는 기분으로 해야 한다.
(이래야만 느끼하지 않게 양배추를 기본으로 한 맛을 낼 수 있다.
처음에 한 장을 구우면서, 저래서 재료들이 다 붙기나 할까싶어서
두 번째 장을 구울 땐 밀가루 반죽을 더 부었는데 현격히 맛이 떨어지더라.)

그래서 심혈을 기울여 (실패 후) 터득한 레서피.

1. 반죽용 밀가루는 박력분을 기본으로 여러 가지를 가미
3장 정도 부쳐 낼 양을 기준으로,
박력분(튀김가루, 혹은 튀김용 밀가루) 80g,
중력분 혹은 강력분 20g,
녹말가루 50g
-------------------그냥 튀김가루 120g 정도에 밀가루 아무거나 30g 해도 ok.
                             박력분이 가장 중요하다. 
 
2. 반죽 점도는 조금 되다 싶을 정도로                           
달걀 1개
다시다물 1컵 (찬물에 다시다를 1시간 정도 우려내거나, 5분 끓여 식힐 것)
소금 1 작은 스푼
통깨 3 큰스푼

3. 들어가는 재료는 악착같이 다진다!
양배추는 400g (손으로 쥐어서 한 줌 반 정도)
양파 1/2개
대파 1대 (파와 양배추는 꼭 들어가 줘야 함)
오징어 1마리 (냉동이라 익히면 물이 나와서 슬쩍 데쳐서 다져 넣음.)

----------------- 얘네는 필히 다지듯이 채썰어야 한다.
                          밀가루 반죽이 많이 들어가지 않아서 뒤집을 때 재료들이 다 따로놀 수 있기 때문에
                          다지듯이 많이 많이 채 썰자~

4. 불은 중불로 미지근하게, 두껑까지 덮는다.
이렇게해서 한 곳에 다 담고, 중불 정도에서 두껑 덮어서 익혀 내면 된다~
오코노미야키는 두껍기 때문에 강한 불에서 익히면 겉은 타고 속은 익지 않으므로 꼭 중불!


그리고 돈까스 소스와 마요네즈로 소스를 올리고
가츠오부시 말린 것을 올려주거나 파래가루(일본말로는 아오노리)를 올리면 된다.
오사카 전통음식인 오코노미야키는 대체로 아오노리를 올려 먹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마침 집에 파래가 있어서 부셔서 (반신반의... 두려움에 떨며) 올려 봤는데,
우와! 정말 맛있다!

청양고추를 잘게 다져 넣었는데 (6개) 이게 익으니까 맵지도 않고,
개운한 것이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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