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레시피라는 네이버 요리 카페가 있다.
여기가 꼭 예전 82쿡 키친토크(키톡)같다.
키톡 게시판을 늘 보면서 다른 사람들은 뭐 하나, 어떻게 음식하나 많이 배웠다.
단 한분이라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 상세하게 조리법을 알려 주시던 쟈스민님 글을 보면서
정말 많이 배우고 의지하고 그랬던 것 같다.
거의 10년을 키톡게시판을 보면서 엄마 음식, 외할머니 음식을 추억하고 받아 적고...
세월이 흐르면서 게시판보다는 sns, 포털 카페로 유저 사용량이 늘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키톡 게시판은 자연스럽게 게시글도 줄고...
그러다가 올해 시크릿레시피(시레)에 가입하게 되었는데,
이 곳은 마카롱님이라고 카페 주인이 동영상과 함께 요리법을 잘 올려 주신다.
시레에 누군가가 레시피를 올리면, 마카롱님이 보고 자신이 계량하고 맞춰서 요리법을 올려 주신다.
더 상세하게 더 친절하게 요리할 수 있고,
서로의 레시피를 나눈다.
처음에는 카페 문화가 익숙하지 않아서 정도 안 가고, 좀 낯설고 그랬는데
요즘은 매일 들러서 다른 사람들 후기도 읽고, 다른 사람들이 요즘에 뭐 해먹고 사는지도 본다.
그러면서 나도 힘나서 새로운 음식도 해 보고.
끼니를 집에서 일일이 요리해서 먹기가 힘든데, 시레 게시물들을 보면서 재미가 나서 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너무 고마운 곳이다.

여기서 그간 주워듣고 해 본 음식들 중 정말 좋아서 정착하게 된 레시피들이 있다.
카페 레시피를 개인 블로그나 sns에 남기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어서
레시피를 옮기지는 못하겠다.
다만, 전체공개된 레시피라서 검색하시거나 카페에 가입하시면 누구나 바로 볼 수 있을 거다.
여러 저러 레시피 중 내가 좋았던 것들 후기다.



1. 닭도리탕 (by 꽁블님)
난 닭볽음탕이 제대로 된 우리말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닭도리탕이라고 한다.
닭도리탕이 더 족보있는 우리말이라는 게 내 판단이다.
그래서 닭도리탕이라고 쓴다.
닭도리탕은 내가 제일 자신 있는 음식 중 하나이다.
감자가 들어간 닭국물은 요리 초보자도 맛을 낼 수 있는 조합이다.
거기에 고추장과 고추장을 섞어 넣고, 조선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단 맛이 좀 부족하면 설탕이나 양파, 당근으로 단 맛을 맞춘다.
일단 이렇게 넣고 30분을 끓이면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누구나 다 맛있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엔 이 레시피를 시도하지 않았는데, 하도 맛있다고 후기가 올라오길래 동참해 봤다.

진짜 진짜 맛있었다.
닭도리탕의 100% 정수를 완성한 맛이랄까...
바로 정착했다.
이 레시피로 두어 번 더 해 먹었다.
깔끔하고 맛있다. 닭도리탕이란 것은 원래 이런 맛이라는 걸 알게 해주는 것 같다.

2. 짬뽕밥과 백짬뽕 (by 화소반님)



난 그동안 진짜 짬뽕 유목민이었다. 정말 짬뽕 레시피 시중에 있는 건 다 해봤을 거다.
그럭저럭 맛있었지만 단 하나도 마음에 쏙 드는 게 없었다.
그래서 늘 다른 레시피를 찾아 다녔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짬뽕 레시피는 100% 나의 이상형처럼 내 입맛에 꼭 맞다.
완전 완전 진짜 최고다.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리고 백짬뽕은 완전 최고다. 남편이 이제껏 먹고 맛있는 음식 5개 안에 든다고..

3. 애호박 목살찌개 (by 잠실여왕벌님)



잠실여왕벌님은 탤런트 김가연 씨다. 프로게이머 임요환의 아내인 그 김가연 씨 맞다.
손맛 좋고 음식 잘하기로 유명하신 분인데 시레 카페에 레시피를 공개해 주신다.
외할머니가 전주 분이시라 어릴 때 외할머니 애호박 찌개를 종종 먹곤 했었다.
너무 맛있었는데 통 그 맛이 안 났다.
애호박 고추장 찌개 레시피도 정말 많이 찾아서 다 해봤던 것 같다.
그런데도 그 맛이 안 나서 너무 속상했는데, 이 레시피가 그 맛이었다.
김가연 씨도 외할머니가 해주시던 그 찌개라고 했다.
정말 정말 이 레시피대로 한 후에 한 입 뜨는데 눈물 날 뻔 했다.
ㅠ_ㅠ

4. . 열무비빔면 (by 아솜님)
내가 또 한 열무성애자다.
남편도 열무김치를 정말 좋아해서, 국수를 싫어하는 남편도 열무라면 국수를 말아줘도 한 그릇을 다 먹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열무국수나 열무 비빔면은 맛있게 잘 안 되더라.
레시피들 구해서 책 보고 해도 이상하게 개운한 그 맛이 안 나고 별로였다.
그러던 즈음,
82쿡에서 시판 동치미육수를 넣은 열무국수가 맛있다고 해서 동치미육수를 900원인가 주고 사와서
멸치 다시랑 좀 섞어 열무 국수를 말아 봤다.

"멸치 다시+시판 동치미 육수+열무 김치 국물+열무 김치"

딱 이렇게만 넣고 한번 만들어 봤는데 꽤 마음에 들었다.
개운하고 맛있었다.

그리고 멸치 다시를 빼고 해도 괜찮은지... 좀 궁금하던 찰나에 시레에서 열무 비빔면 레시피를 보게 됐다.

시판 동치미 육수만으로 적당히 자작자작한 비빔국수였다.
그리고 고추장이랑 설탕이랑 양념을 좀 만들어서 열무를 곁들이는 레시피였는데
어머나 이거 너무너무 맛있는 거 아닌가!

완전 정착했다.

정말 맛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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