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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예천 경북도청 신청사를 구경한 뒤,

근처 병산서원으로 갔다.

남편이 병산서원을 한번도 못 가봤다고 해서 일정에 넣은 것이었다.

 

20대 때 안동 하회마을 수애당과 같은 고택에서 몇 번 묵었었고, 그때마다 병산서원을 갔었다.

계절마다 다른 아름다운 하회마을과 도산서원, 병산서원이 못내 그리웠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꼭 보여 주고 싶었다.

 

(사진은 직접 찍은 것이고, 다른 곳에서 가져온 사진은 출처를 남겼다.)

 

 

가는 길은 꽤 꼬불꼬불, 외지다.

 

 

 

 

병산서원은 풍악서당이라는 교육기관을 서예 류성룡이 안동으로 이전한 것이다.

 

풍악서당은 고려 시대부터 풍산 류씨를 비롯한 사림의 교육기관이었다고 한다.

대원군 때 전국의 사원을 철폐하라는 명에도 훼손되지 않고 존속한 전국 47개 서원 중의 하나라고 한다.

 

교육기관으로서의 병산서원도 유서가 깊지만, 병산서원은 서원 건축의 백미라는 점 때문에 더 유명하다.

자연과 조화하는 한국 서원건축의 공간을 가장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만대루에 앉으면 보이는 낙동강과 병산은 그 어느 곳에서도 보기 어려운 아름다운 풍경이다.

단순히 경치 좋은 곳을 보라고 앉을 곳을 만들어 둔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자연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인위적인 틀 하나를 얹어둔 것이라 더 감동적이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만대루인데, 만대루는 병산서원의 입구에 있다.

 

병산서원은 아래와 같은 구도로 되어 있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정말 공부하고 수양하기 좋은.. :-)

 

 

(사진출처: 네이버)

 

 

 

(사진출처: http://photorep.chosun.com/photoreporter/gallery/view.html?b_bbs_id=10002&num=1514)

 

 

'서원'이라는 곳은 성리학이 지향하는 참된 인성을 갖춘 사람을 양성하는 곳이다.

이를 위해 세 가지 학습을 통해 몸과 마음을 수양했다고 한다.

‘유식(遊息), 강학(講學), 제향(祭享)’이 그 세 가지라고 한다.

이 말을 왜 하냐면, 서원의 건축 역시 이 세 가지 학습을 하도록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식 공간에서는 학문의 긴장에서 벗어나 자연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하고,

강학 공간에서는 경서를 읽으며 학습하고,

제향 공간에서는 선현을 흠모하며 제사를 지내도록 했다.

 

병산서원의 매 구성이 다 훌륭하고 멋있지만,

무엇보다 만대루가 가지는 그 묘... 유식 공간으로서의 묘가 참 뛰어나다.

 

위 평면도에서 보이듯이 만대루는 '문' 바로 다음에 있다.

 

 

 

 

옆에서 보면 이렇다.

글자가 작아서 잘 안 보이는데,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 첫 번째 부분이 '유식공간'이다.

복례문 다음에, 만대루가 있다. 이 2개가 유식공간인 것이다.

 

 

 

 

이렇게 병산서원이 보인다.

바로 앞 복례문 지붕 위로 만대루 지붕이 보인다.

겹이 겹이 참 이쁘다.

 

 

 

 

 

입구로 가는 길 옆은 이렇게 정원처럼 꾸며져 있다.

 

 

 

아무 것도 아닌 그냥 정자, 그냥 조선 건축, 그냥 한옥같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건축미가 성리학의 미이자 조선의 정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겸손함, 인격을 수양하기 위해 겸손해지는 것.

 

복례문

 

 

 

복례문을 지나니 만대루가 나온다.

 

 

 

옆에는 작은 연못이 있다.

 

 

 

 

강학공간의 입교당 마루에 앉으면 보이는 풍경이다.

 

 

 

 

 

입교당 마루에 앉으면 보이는 만대루

 

옆으로 굉장히 길다.

이렇게 긴 건축물은 거의 없다.

싱거울 정도로 허술할 정도로 옆으로 길기만 하다.

 

 

 

 

무진장 헐렁하고 대충(?) 모아 올린 것 같은 길죽한 누각이라,

도산서원 같은 곳의 건축물들과 비교하면 너무나 파격적이라 할 정도로 모던하다.

그렇기 때문에 낙동강과 어울리고, 낙동강이 더 깊고 넓게 눈에 들어온다.

담박하고 운치 있는 자연의 풍경에 금박이 가득한 화려한 액자는 어울리지 않듯이 말이다.

 

내가 찍은 사진엔 잘 담기지가 않아 아래 사진을 찾아 보았다.

실제로 가서 보는 느낌은 아래 사진이 잘 나타내 준다.

 

 

(출처: ))

 

실제로는 이런 느낌이다.

기둥이 하나 하나 프레임을 만들어 주는 느낌이다.

강학당에서 보이는 풍경이 이렇다.

실제로 만대루에 앉아 보이는 낙동강은 더 아름답다.

 

 

 

 

 

이런 구글에서 찾은 만대루 사진인데,

이렇게 만대루가 싱겁고 헐렁하다.

조선 사원건축의 백미라더니... 뭐 아무 것도 아니다.

웅장하지도 않고, 뭐 화려하지도 않다.

큰 것도 아니고, 가로로 길기만 해서 오히려 더 싱거운.... 마치 취권을 잘 쓰는 노인네 같이.. 허술함 투성이같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만대루가 주인공이 되지 않고, 자연이 주인공이 된다.

만대루는 아름다운 풍경을 꼭 찍어 더 돋보이게 하는 프레임이 된다.

 

 

만대루 아래

 

 

 

지금은 만대루에 들어가서 앉지 못한다.

아쉽다.

 

예전엔 여기 앉아서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있었던 것 같다.

 

정말 내 인생에서 가장 마법같은 시간들 중의 하나였다.

 

 

 

멀리 산들이 겹겹이 보인다.

비가 오다 말다 한 날씨여서 흐리다.

 

 

 

 

 

 

 

 

앞에 낙동강 모래사장이 보이고, 복례문도 보인다.

 

 

 

 

다시 강학당에서 바라본 풍경

 

오른쪽 건물도 귀엽다.

 

 

 

아이들이 여름방학이라 여행왔다.

배롱나무가 예쁘다.

 

 

 

 

 

 

 

이제 낙동강으로 나가 본다.

 

 

 

 

 

 

 

 

 

 

 

 

 

 

 

 

 

 

엄청나게 넓은 낙동강과 모래사장

그리고 병산

 

 

 

 

 

 

 

 

 

 

오른쪽으로 산이 이어진다.

 

 

 

 

병산서원 만대루에 앉아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위안이고 휴식이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니어서, 유흥준 교수의 예찬을 남겨 본다.

 

 

 

 

“병산서원은 주변의 경관과 건물이 만대루를 통하여 혼현이 하나가되는 조화와 통일이 구현된 것이니,

이 모든 점을 감안하여 병산서원이 한국 서원 건축의 최고봉이다.” (유흥준 교수)

 

“병산서원은 주변의 경관을 배경으로 하여 자리잡은 것이 아니라,

이 빼어난 강산의 경관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며 배치했다는 점에서 건축적, 원림적 사고의 탁월성을 보여준다.

 

 

병산서원이 낙동강 백사장과 병산을 마주하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곧 병산서원의 정원이 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를 건축적으로 끌어들이는 건축적 장치를 해야 이 자연공간이 건축공간으로 전환되는 것인데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 만대루이다.

 

만대루에 중심을 두는 건물배치는 건물의 레벨선정에서도 완연히 나타난다.

병산서원이 올라앉은 뒷산은 화산이다.

이 화산의 낮은 구릉을 타고 레벨이 올라간다.

하지만 단조로운 기하학적 수치의 증폭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공간운영을 자세히 따져보면, 사당은 위로 추켜올리듯 모셔 있는데,

만대루 누마루는 앞마당에서 볼 때는 위쪽으로, 그러나 강당에서 볼 때는 한참 내려보게 레벨이 잡힌 것이다.

사당은 상주 상용공간이 아니고 일종의 권위의 상징 공간이니 다소 과장된 모습을 취했지만

만대루는 정반대로 봄부터 가을까지 상용하는 공간이므로 그 기능을 최대한 살려낸 것이다.

만대루로 오르는 통나무계단은 그 자체가 감동적이다.“ (나의문화유산답사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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