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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가족끼리 제주를 가면 꼭 중문에 묵었다.

마치 중문이 아닌 제주는 가서도 안 되는 것처럼 그랬다.

세월이 지나고보니 애들 데리고 다니기에 중문이 편해서였던 것 같다.

여미지 식물원이니, 폭포 등 각종 놀이나 볼 거리가 많은 곳이 중문이니까.

 

그러다가 스무 살이 되고... 부모님 없이 친구들끼리 제주를 다니면서 중문은 점점 멀어져만 갔다.

중문은 사실... 발 딛기도 싫은 번잡한 곳이 되었다.

함덕 근처에서 여자 친구들끼리 보낸 제주,

지금의 남편과 쉬러 온 제주는 강정과 모슬포항에서...

그리고 결혼 후 쉬러 온 제주는 표선...

제주를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해마다 중문 외에도 번잡한 곳은 늘어만 간다.

지금은 애월 하귀 해안도로를 따라 별의 별 식당과 펜션.. 리조트가 즐비하다.

그런 곳을 피해 동쪽으로 가더라도 월정리는 제주의 홍대나 가로수길같이 변해가고...

 

그래도 제주를 계속 가는 이유는, 제주도만 한 휴양지가 없기 때문이다.

한 시간 이내에 이국적인 곳으로 가 머리가 싹 비워지는 새로운 곳.

갈 때마다 발견하는 제주.

 

이번에는 남편의 십 오년지기 친구의 결혼식 때문에 제주로 가게 되었다.

첫 날은 제주 공항 근처의 펜션에서 머물면서 피로연을 했다.

둘 째날은 중문 켄싱턴 제주 호텔에서 머물렀다.

다시는 가지 않으리라 하던 중문에 간 이유는 이 곳이 새로 생긴 호텔인 데다가,

제대로 '호텔다운 호텔'이 제주에 생겼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물론, 중문도 주중에 비 성수기에 가면 호젓하게 휴양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는 안 되더라.

 

아무튼.. 그래서 중문은 사실 가지 않기로 마음 먹었는데, 이 호텔은 조용하고 기품있을 것 같아서 갔다.

 

실제로 참 조용하고 좋았다.

 

서비스도 무척 세련됐고 모든 것이 조용 조용 차분히...

 

 

 

네비게이션에 '켄싱턴 제주 호텔'을 입력하면 '공사 중'이란 곳을 눌러야 이 곳으로 올 수 있다.

 

고층 호텔이 아닌 부드러운 곡선의 지붕이 반갑다.

 

나만의 비밀 호텔인 것 같아 내심 기분이 좋다.

 

 

 

럭셔리 갤러리 호텔을 모티브로 삼았단다.

 

건축물 자체가 조형물이 되기는 어려울테고, 그래서 회화가 아닌 조형을 선택한 듯 싶었다. 이건 내 생각이다.

 

공간에 조형만큼 기품을 주는 것은 드무니까. 물론 회화도 근사하지만,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은 조형물들이 더 강한 것 같다.

 

 

 

예쁘고 귀엽고, 잘 해놨다.

작품들이 다 좋다.

참 좋다.

 

 

 

 

이건 아이폰으로 찍은 것.

저 붉은 벽이 포인트이다.

도자기로 구름을 나타내고, 또 대지도 나타내고...

강렬하고 부드러워서 좋다.

 

 

 객실로 가는 길

 

주차할 때도 벨보이(라고 해도 되나?) 분들이 무척 친절하더라.

예약한 이름도 물어보고.

짐도 다 날라다 주고..

(남편이 '팁'을 줘야 하냐고 귓속말로 소근댔는데, 당시에 나는 아무 정신이 없어서... 어버버하다가 팁을 드리지 못했다.)

너무나 고마우셔서 손이라도 꼬옥 잡아드리고 싶었다.

짐이 이것 저것 많은 데다 비가 와서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인사도 해주시고 말도 붙여주시고 참 친절하셨다.

가는 날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객실

 

넓다더니 정말 넓다.

 

아직 페인트 냄새가 나긴 한데, 심하진 않다.

 

거의 빠진 모양이다.

 

배게가 좀 높아서 잘 때 고생한 거 외에는 다 좋았다.

 

참 냉장고가 시원하지 않아서 맥주를 사다 놨는데 아쉬웠다.

 

얼음을 부탁해서 먹었다.

 

 

 

말린 귤 과자

각 지역 특산물을 가공한 제품들 중, '명품'에 가깝다고 생각한 것이 바로 이 '말린 귤 과자'이다.

귤을 슬라이스해서 말린 것인데 귤 외에는 어떠한 첨가물도 없다. 

외국 친구들에게 내 놓아도 차랑 마시기 제일 좋다고 한다.

 

 

 

욕실

넓고 좋다.

샤워하는 곳에 앉을 수 있는 곳이 있어 좋다.

저기에 뭘 놔둬도 되고, 발가락 씻을 때 다리를 놔도 좋고.. :-)

 

 

 

어메너티

코레스, 이거 정말 좋았다. 그리스 제품이라던데...

상픔한 라벤더 레몬 등의 향이 자연에 휩싸인 기분을 주더라.

 

어메너티 중 가장 좋았던 비누

이 비누가 너무 좋아서 따로 구입하려고 한다.

보습에도 좋고 향도 좋다.

이 비누로만 샤워를 했는데 며칠동안 좋았다.

남은 비누를 싸서 오고 싶었을 정도였으니...

 

입욕제가 서비스되더라. 이런 서비스 너무 좋아.

입욕제 역시 보습이 탁월해서 마음에 들었다.

 

커피 머신.

캡슐 커피는 아니어서 진한 커피 맛은 못 느꼈지만 그래도 좋았다.

아침에 한 잔 마시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테라스

 

 

 옆에 수영장이 보인다.

그 꼭대기가 루프톱 수영장인 것 같다.

 

 

 

 

 앞도 호젓하니 좋다

조용하다

바람소리만 나고

빗소리만 나고

제주는 비가 와도 좋다

 

 

 계단식 논같다

이모작 삼모작 하던 발리 생각나네..

마치 발리 논뷰(논-view) 리조트들처럼

산책할 때 보니 저기 올라갈 수도 있더라

 

 

 수영장 가는 길

되게 잘 해놨다

 

사우나 광이어서 ... 사명감을 띠고 켄싱턴 제주 호텔 사우나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비가 와서인지 사람이 없었다.

딱 들어가면 나오는 신발장

 

 켄싱턴 리조트 사우나 라커

전자식이고 중간에 앉을 수 있는 곳도 있어서 수영복 갈아입기도 편하다

 

 켄싱턴 제주 호텔 사우나의 탕에 들어가기 직전

휴게실도 있고 잘 꾸며놨다.

여느 호텔 사우나와 달리 탕 안도 그렇고 꽤 밝다.

아마 가족들이 수영장을 이용하면 아이들이 다칠 수도 있으니 밝게 구성해 둔 것 같다.

 

 탕 안으로 들어가는 길

수건들 틈의 냉장고 같은 기계는 탈수기이다.

두껑이 까맣고 본체가 흰 것.

나중에 수영복을 짜서 나오니 무지 편했다

 

탕은 세 개인가 두 개로 되어 있고 계단식 습식 사우나가 있었다.

실내가 밝다.

 

 실내 수영장

킥보드도 있고, 슬리퍼도 있고, 앉아 쉴 수 있는 의자도 있고.

 

 아주 크지는 않다.

온수풀이다.

 

 

 뒤로는 휴식 공간

 

 밖으로 이어지는 온수풀

 

 

 실외 온수풀

카바나들도 잘 조성되어 있다.

오른쪽에는 스파도 할 수 있다. 조금 더 따듯한 물.

 

 이제 켄싱턴 제주 호텔 조식.

켄싱턴 제주 호텔의 벨보이 서비스만큼이나 좋았던 것이 바로 조식.

정말 맛있다!!!!!!!!!!!!!!!!!!!!!!!!!!!!!

 

구성이 잘 되어 있고 정말 맛있다!!!!!!!!!!!!!!!!

 

지루하지 않고, 상큼하고 다채롭다.

제주가 고추가루를 잘 사용하지 않은 음식이 많고,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에 충실한 음식이 많다보니

의외로 며칠 지내면 답답하다.

자극이 그립기도 하고.

 

그런데 맛있는 자극이 가득 펼쳐진다!

 

정말 맛있다. 여적 먹어본 호텔 조식 중 최고이다.

 

 

아침이니 베이컨을 먹는 남편.

 

 

 

 이건 내 접시

연어도 정말 맛있고.. 군데 군데 초절임 채소 등이 정말 맛있다. 입맛을 싹 돌려준다.

 

 사과와 양파를 약하게 마리네이드 한 것인데 너무 맛있어서 얘만 또 먹었다.

 

 달걀찜도 최고!

 

 

 우니.. 성게알과 연어알도 맛있고

낫토도 맛있고

 

 

 과일로 마지막을 장식

 

 

 산책을 했다.

귤나무들도 있고

 

 이렇게 산책로가 이어진다

 

 호텔이 적당한 규모이고 마음에 든다.

 

너무 크지 않아서 좋고, 적당히 규모가 있어 좋다.

 

 제주의 자연 속에 옹골차게 들어선 느낌

 

 연못 주변

 

 

 루프톱 수영장에 올라가서 내려다 본 풍경

한라산이 보이네

 

 저 멀리 바다가 보여야 하는데 안개가 껴서 보이지 않는다

난 이제 제주의 숲이 더 좋더라.

 

 한란산을 바라보며 수영을~

 

 내려다 본 풍경

 

저기 중문 롯데 호텔도 보이네..

 

중문에도 편히 쉴마한 곳이 있다는 것이 좋았다.

다음에도 켄싱턴 제주 호텔에 가고 싶다.

조식이 벌써부터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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