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전, 매생이굴국, 묵사발, 그리고 간재미 조림
겨울이 되니 굴이 정말 잘 나온다.
코스트코에서 굴을 지나칠 수 없어서 한 봉지 사왔다. 400g에 5,090원.
코스트코 봉지굴은 정말 추천 또 추천이다.
다른 데 굴은 비리기도 하고 좀 끈적이기도 하는데, 코스트코 굴은 정말 생생한 데다가 알이 굵고 크다.
그리고 코스트코가 뭐든지 양이 좀 많은 편인데 굴만큼은 우리 두 식구가 먹기 딱 좋게 돼 있다.
코스트코 봉지굴은 진짜 만족스럽고 좋다.
이 한 봉으로 굴전과 매생이굴국을 끓였다.
굴전이야 뭐...
굴 세척 -> 굴 물기 좀 제거 -> 밀가루 한 번 묻히고 달걀옷 입혀 굽기.
여차하면 굴만 구워도 되니.. 정말 전을 못 부치는 사람이라도 굴전은 성공할 것이다.
나는 굴 자체에도 약간 소금을 뿌려 두었다.
굴에 물이 많으면 달걀옷이 벗겨지거나 기름이 많이 튀니까 최대한 물기를 많이 뺐다.
굴을 비려서 잘 못 먹는 사람이면 굴전을 부칠 때 충분히 굴을 익히는 게 좋다.
달걀옷이 조금 노릇하게 되더라도 충분히 익히면 좋다.
알이 작은 굴로 굴전을 부치면 더 고소하고, 부드럽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알이 굵은 것보다 더 잘 익으니까)
이렇게 한 접시 부쳐서 잘 먹었다.
남은 굴로는 매생이굴국을 끓였다.
굴을 참기름에 볶다가, 굴이 다 익었다 싶으면 물을 붓고
물이 끓으면 매생이 투하.
2인분 매생이굴국에 간은 '멸치액젓' 두 숫가락만!
아니면 조선간장으로 간을 해도 좋다.
소금으로 하면 매생이굴국의 깊은 맛을 충분히 못 느낄 것이다.
국에 자신이 없는 사람도, 굴과 매생이만 있다면 정말 걱정 없다.
이 두 가지는 신비의 음식재료다 진짜...
어쩜 이렇게 맛있는지 ㅠㅠ....
국물만 후루룩... 먹어도 온 몸이 풀린다.
정말 매생이는 훌륭한 것이다!!
엄마가 국산 100% 도토리묵을 얻어다 주셨다.
엄청 귀한 거라 하루 종일 들떠있었다.
퇴근하자마자 따듯한 물에 도토리 담궈 놓고 다싯물을 냈다.
도토리묵을 담고, 다싯물 붓고, 신김치 올리면 끝!
신김치 썰어 넣고, 달래간장으로 간을 했다.
김도 조금 넣고..
아 맛있다.
도토리의 씁쓰름한 맛과 고소함... 진한 고소함이 가득하다.
정말 정말 맛있다.
묵사발의 다싯물 역시 진하게 해야 좋다.
가능하면 멸치나 다시마, 말린 표고버섯으로 하고 황태 대가리나 디포리 같은 것은 안 넣는 것이 좋다.
도토리묵 특유의 맛이 황태에 가려질 수 있다.
한식대첩 시즌2의 충남대표들께서 간재미 조림을 하시더라.
시댁이 충남이라, 결혼해서야 비로소 충남 음식을 먹기 시작했는데 충남이 보물이었다. 보물..
게국지와 간재미는 물론이고...
바지락과 꽃게는 진짜.. 우리나라 음식 최고의 식재료이다.
시어머니께서 해주신 바지락 냉국을 먹고서 비로소 알았다. 내가 이제까지 먹었던 바지락은 가짜였구나 가짜.. 대체 내가 먹었던 바지락은 뭐였을까.. 이런 충격을 받았었다.
내가 먹었던 바지락들이 정말로 가짜란 뜻이 아니라, 태안 바지락이 너무나 맛있어서 이제껏 먹은 것은 고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는 뜻이다.
아무튼.. 내심 충남팀이 우승하기를 바랬는데 정말 우승을 하셨다.
전북과 충남 음식은 직접적이지 않고, 한 껍질 뒤에 진짜 맛을 세련되게 숨기는 요리가 많다.
전북은 양반이 많았고, 조선 왕들의 본산이라 확실히 재료를 직접 내지 않고 창의적이게 요리해서 나온다.
내가 생각하기에 한식을 '파인 다이닝' 수준으로 요리해서 내는 건 예로부터 돈이 많았던, 개성이다.
개성 다음으로는 전북과 경북이 그러하고..
유림이 많고 종가가 많은 경북도 그렇다.
충남은 개성, 전주, 경북만큼은 아니지만 경남이나 전남보다는 조금 더 날 것을 요리할 줄 아는 것 같다.
식재료 자체만으로야 전남, 경남이 먹을 것이 많고 풍요롭겠지만..
아무튼 한식대첩에서 충남 대표들이 간재미 조림을 하길래 생각이 나서 냉동실에서 꾸덕꾸덕하게 반쯤 말린 간재미를 꺼내 조렸다.
간장 넷, 고춧가루 두 숟가락, 그리고 설탕을 한 숟가락 넣었다.
그리고 다싯물 내 둔 것을 100ml 넣어 조렸다.
마지막으로 참기름 한 숟가락 둘러 상에 냈다.
정말 올해의 요리다.
홍어와는 또 다른 간재미의 맛이 더 살아난다.
구워만 먹었었는데 종종 조림으로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