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리 장원막국수, 평양냉면도 아닌 막국수도 아닌 애매한 맛
이번 겨울엔 평양냉면 대신 막국수에 미쳐 있었던 것 같다.
막국수는 '무슨 맛'인지 통 가늠이 안 되었었다. 그래서 '쨍'한 맛의 평양냉면만 편애했었다.
그러다가 작년에 삼척 삼교리동치미막국수에서 막국수를 먹고서, 그 맛을 알았다.
평양냉면처럼 뚝뚝 끊기는 그 면이 고구마라면, 막국수의 육수는 동치미고, 비빔 막국수의 소박한 양념은 신김치인 것이다.
이 모든 게 어우러진, 태어나기 전부터 먹어 왔던 것 같은 원래 내 맛.
그게 막국수의 맛이었던 것 같다.
(참고로, 분당에도 삼교리동치미막국수 분점이 있어 찾아 갔는데, 완전 개판인 맛이었다. 캡사이신 소스 써서 맵기는 엄청 맵고, 매운 맛 섞으려고 설탕을 때려 부어 달기만 한 맛이었다. 진짜 화났다.)
그렇게 막국수에 흠뻑 빠져서
매일 찾아 다닌 것 같다.
그러다가 용인 고기리에 직접 면도 뽑고 막국수 맛집으로 소문난 데가 있다길래 아침부터 출발.
가게 열자 마자 도착했는데 벌써 대기가 40명이다.
우와... 믿어지지가 않았다.
가는 길도 무진장 험하고 외진 곳이던데...
아무튼 대기 장소에서 4-50분 기다리고 입장.
가정집을 개조해서인지 방으로 안내 받고 착석.
기본 찬은 단촐하다.
수육을 주문했다.
열무김치가 꽤 좋았는데, 풋내가 좀 나서 아쉬웠다.
딱 10%만 더 익으면 좋을 맛이었는데, 이건 열무 자체가 야들야들하고 좀 억세지 않아야 하는 것이라 이 정도로 만족.
옆 테이블에 앉은 아저씨는 열무김치를 따로 구매해 가더라.
개인적으로는 샘밭막국수의 소금에 절이다 만 것 같은 배추속이 훨씬 좋은 것 같다.
참 수육은 좋았다.
먹기에 좋은 크기로 썰었고... 잘 익혔고...
정말 좋은 수육이었다.
오늘의 주인공. 비빔 막국수.
음 애매하다.
일단 이 달짝지근함은 뭐지...
썩 마음에 차지 않는다.
게다가 겉돈다.
이건 막국수가 아닌 것 같다.
김치에 캐비어 얹은 것 같은 부조화스러움.
그냥은 다 못 먹을 것 같아 육수를 부탁했다.
육수를 듬뿍 붓고 들이켰다.
아! 육수 정말 쨍하고 맛있다.
바로 그 평양냉면 육수다.
이 음식이 평양냉면이라면 이 평양냉면 육수는 만점일 거다. 그런데, 이건 막국수니까...
그래서 이상하다.
육수 베이스라서 평양냉면도 아니고 막국수도 닌 애매한 맛이다.
메밀면은 으뜸이다. 정말 좋다. 흠 잡을 데가 없이 좋더라.
하지만 겉도는 느낌 덕에 개운한 맛이 없었다.
너무 아쉬워서
교대 샘밭 막국수에서 폭풍흡입. (가장 가깝고 편하게 접할 수 있으니 ㅠㅠ)
막국수는 편하고, 익숙하고, 늘 있는 그런 푸근한 맛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운해야 한다. 누룽지 먹고 느끼하다는 사람 없는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