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없는오이지 담그기, 간편하지만 맛은 전통적인 맛
요즘 제일 핫한 물없는 오이지 담기이다.
우선 오이라는 게 1년 내내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재료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오이지도 조금씩 1년 내내 먹고 싶을 때마다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오이지용 오이는 4-5월 오이로 담아야 한다.
<오이지에 적합한 오이에 대해>
5월이 좋다. 오이지용 오이는 우선 씨가 없어야 한다. 오이의 절반이 씨인데 이를 오이지로 담으면 속은 무르고 겉만 꼬들해서 오이지가 아닌 게 된다.
씨가 생기기 전 오이로 담아야 하는 거다.
그래서 봄 오이, 하지 전 오이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이에 씨가 거의 없어야 한다는 것!
오이는 처음 열렸을 때 씨가 거의 없고, 여름이 깊어지면서 두 번 세 번째 오이로 갈수록 씨가 많고 물이 많단다. 따라서 여름 초에 오이지용 오이를 구입해야 한다.
가을이나 겨울에 비닐하우스에서 오이지용 오이를 키우려면 난방비가 드는데, 배보다 배꼽이 클 거다.
오이지 한번 담그는데 십만원이 들지도...
그러니 꼭 봄에 오이지를 1년치 담궈 두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봄오이는 ‘백오이’라고 불리는데
씨가 없고,
작고 길죽하다.
크기가 좀 작고 살도 통통하지 않다.
꼭 기억!
그리고 아직 오이지를 담궈 보지 않았거나, 오이지 레시피를 정칙하지 못하신 분은 한번에 1년치 담그는 게 너무 부담스러울 거다.
그러면 4월 초에 오이 5개 정도를 테스트로 담궈 보신 후, 맛을 보고 괜찮으면 50개(보통 1박스가 50개다)를 담궈 두면 좋을 것 같다.
나는 당근정말시러님 수업에 가서 오이지를 배웠는데, 기본적으로는 물없이 오이지 담그는 방식이다.
전통 방식은 소금물을 끓여 오이에 붓는 것인데, 물없는오이지 담그기는 소금 외에 설탕이나 물엿으로 오이의 수분을 뽑아 내고(삼투압), 소주 같은 걸 부어 둬서 부패를 막는 것이다.
임성근 조리장님과 이보은 요리연구가께서 각각 알토란과 만물상에 나오셔서 방법을 공개했다고 하니 그렇게 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알토란 임성근 조리장님 레시피>
오이 20개 기준
천일염 1컵, 식초 1.5컵, 소주 1컵, 물엿 4컵
오이를 절대 소금으로 씻지 말라고 하셨던 게 킥인 것 같다. 소금으로 문대면 오이에 상처가 생겨 부패되기 쉽다.
<만물상 이보은 요리연구가님 레시피>
오이 50개 기준
소금 2컵 1/4
설탕 4컵 1/2
식초 4컵 1/2
소주 1병
만물상 방송을 잘 정리해둔 사이트
(https://m.blog.naver.com/youyg777/221305867692)
이보은 선생님도 오이를 소금으로 문대서 씻지 말라는 걸 강조하신다. 흐르는 물에 조심스레 씻어도 충분한 것 같다.
그리고 이보은 선생님은 청양고추도 넣으셨다.
상큼하게 오이지 향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준비하고 시작했다.
이 날이 2020년 3월 29일
이틀 정도 지난 후 물이 많이 나왔고, 아직 초록색 오이 부분이 있어서 뒤적 뒤적 섞어 주었다.
근데 이틀 후에 비닐이 너무 넓은 채로 퍼져 있어서 그런지 위 쪽 오이 하나가 골마지가 폈다.
두 봉지 중 한 봉지에서만 일어난 일이다. 아마 상처가 난 오이가 있었거나 유난히 공기에만 노출된 게 있었던 모양이다.
오이의 녹색 부분은 많이 사라졌다.
오이지를 다 망칠까 걱정되어서
김장비닐을 다시 세팅하고,
오이지가 80%된 오이들을 다 씻어서
처음 과정을 반복했다.
씻은 오이를 비닐에 넣고, 재료를 처음처럼 다시 부었다.
비닐을 꼭 짜매고 며칠 지켜보니 깨끗하다.
2020년 4월 7일에 김치 냉장고로 넣었다.
이 때에도 물이 꽤 많이 나와 있어서 절반 정도만 넣어줬다.
딱 9일이 걸린 셈이다.
그리고 한 달 반 정도 후에 하나 꺼내서
고춧가루, 참기름만 넣고 무쳐봤다.
손으로 짤 필요도 없을 정도로 물기가 흥건하지 않고 적당하다. 안 짜도 된다.
오
와
대박
달고 애매한 맛은 일절 나지 않고
깨끗한 짠 맛, 완전 오독거리고 아삭하게 씹히는 맛, 살짝 올라오는 오이지즙
그리고 양념된 고추가루의 매콤한 맛이 너무나 맛있다.
전통 오이지 맛 그대로다.
어릴 때 먹었던 맛이다.
남편과 너무 감격해서 ㅠㅠ
진짜 기뻤다.
오이지 1개를 너무 빨리 해치워서
아예 3개를 썰어서 무쳐 두었다.
오이지 자체가 좋아서 파와 설탕 매실액 같은 건 넣지 않았고
간 마늘만 향이 돌도록 2/3 밥숟가락 넣었다.
참기름은 3숟가락, 고춧가루는 청양 1숟가락 일반 2숟가락. (오이지 3개 기준이다)
진짜 맛있어서 주말 내내 먹었다.